경제 사령탑 공백에 관세 협상·대외신인도·정책 연속성 ‘경고등’

‘대대대행’ 체제에 불확실성 변수 우려 정치 불확실성 전이 여부에 시장 촉각

2025-05-03     박소연 기자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미국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 참석해 스콧 베센트 미국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의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국가 경제정책을 총괄하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퇴하면서 한국 경제는 예고 없는 ‘사령탑 공백’ 국면에 들어섰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사의까지 겹치며 이주호 사회부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고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이 경제부총리 직무대행을 맡는 초유의 ‘대대대행’ 체제로 정부 운영이 전환됐다.

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퇴는 단순한 인사 공백을 넘어 경제 리더십의 구조적 불확실성을 가시화시키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내수 부진, 미중 통상 갈등 등 현안이 중첩된 가운데, 국가 경제정책의 중심축이 흔들리며 연쇄적인 정책 지연과 신뢰 약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당장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분야는 한미 간 통상협의다. 최 전 부총리는 앞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등과 ‘7월 패키지 협상’을 조율하며 관세·비관세 장벽, 투자협력, 환율정책 등 핵심 의제를 다뤄왔다. 특히 환율 협의는 양국 재무당국 간 직접 협의로 격상된 사안으로 기재부 중심의 라인이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장관이 대미 협상 실무를 맡고 있으나 주요 협상 테이블의 고위급 축이 사라진 만큼 전체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 전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슈 이후 외국계 투자자와 국제기구 대상의 신인도 방어에 전면적으로 나섰던 인물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재무장관 회의, 국제기구 총재들과의 접촉을 통해 경제 시스템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한국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부여했다. 그러나 신용평가사들이 정치적 안정성을 등급 평가 요소 중 하나로 반영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가 향후 등급 전망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간 ‘F4 회의체’의 안정적 운영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 전 부총리는 이창용 한은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과 함께 급격한 금리 환경 변화 속 시장 연착륙을 조율해온 핵심 주체였으며 긴밀한 정책 공조로 평가받아 왔다. 직무대행 체제에서 F4 회의체의 신속하고 유기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회가 지난 1일 13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안 수정안에 합의한 가운데 신속한 집행과 경기 대응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전면에서 조율할 경제팀 수장이 공석이 되면서 정책 연속성과 결정 타이밍에 변수가 생겼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같은 상황이 결국 시장의 불확실성 해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경제학계 인사는 여성경제신문에 "현 상황에서 정책 책임 체계가 외부에 명확하게 인식되지 않으면 불확실성이 과도하게 해석될 수 있다"며 "정책 메시지가 분명히 전달되려면 그것을 조율하고 설명할 중심이 있다는 인식이 시장에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