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서도 만원 한 장이 빠듯"···‘천원의 행복’ 사라진 물가, 체감 물가 더 뛴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넉 달 연속 2%대 '가정의 달' 5월에도 먹거리 물가 인상 편의점 1000원 미만 상품 찾기 어려워

2025-05-02     류빈 기자
서울의 한 편의점 모습 /연합뉴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넉 달 연속 2%대를 이어간 가운데,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의 강세가 지속되며 체감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서민들이 자주 찾는 편의점 먹거리 가격도 줄줄이 올라 ‘천원의 행복’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편의점서도 만원 한 장이 빠듯하다는 소비자들의 한숨 속에, 라면 한 개, 삼각김밥 하나, 음료 한 병을 사더라도 지갑을 두세 번 더 열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셈이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6.38(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1월부터 넉 달째 2%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가공식품이 4.1% 올라 전체 물가를 0.35%포인트 끌어올렸다. 2023년 12월 4.2% 오른 뒤 16개월만에 가장 큰 폭이다. 외식 물가 역시 3.2% 상승해 13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문제는 생활 밀착형 품목의 가격 인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공식품 가격은 고환율과 수입 원자재 값 상승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며 상승 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식품업계는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출고가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실제로 편의점 라면 작은컵 제품은 대부분 1100~1500원 선으로 올라섰다. 농심 육개장사발면과 김치사발면 작은컵은 1100원으로 100원 올랐다. 농심 신라면과 너구리, 튀김우동, 새우탕 작은컵은 1250원이 됐고 오뚜기 참깨라면 작은컵은 1400원으로 올랐다. 신라면 큰사발은 1500원이고 더레드 큰사발은 1800원이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자체 브랜드(PB) 라면도 가격이 인상됐다. 팔도가 만드는 GS25 PB 공화춘 3종 판매가가 지난달 14일부터 1800원에서 2000원으로 11.1% 올랐으며, 이마트24도 아임이 얼큰e라면 봉지 가격을 550원에서 600원으로 9.1% 인상했다. 이밖에 CU가 판매하는 헤이루(HEYROO)속초홍게라면도 1800원에서 1950원으로 8.3% 올랐다.

과자, 음료, 아이스크림 가격도 1000원 이하 상품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삼각김밥마저 가장 저렴한 제품이 1100원부터 시작된다. 지난해 김값 상승 등을 이유로 삼각김밥 가격을 인상하며 GS25와 CU의 참치마요 삼각김밥 가격이 1100원이 됐다. 일부 삼각김밥 제품은 2000원이 넘는다. 핫바는 2500원 안팎에 판매된다. 과자는 대부분 1700원을 넘고, 초콜릿과 아이스크림도 1500~200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가격 인상 발표는 가정의 달을 맞은 이달에도 이어지고 있다. 예년에는 식품업계가 소비가 많은 가정의 달을 피해 가격 인상 발표를 유예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 1일부로 가공유와 발효유 등 54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5% 인상했다. 54개 품목 중 가공유가 23개이고 치즈류가 18개, 발효유 4개, 생크림과 주스류 각 3개, 버터 2개, 연유 1개의 가격이 인상됐다. 코카콜라음료는 전날 스프라이트와 미닛메이드, 조지아 등 일부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5.5% 인상했다. 해태htb 갈아만든배(340㎖)와 포도봉봉(340㎖)도 100원씩 인상돼 1700원이 됐다. 팔도 비락식혜(500㎖)도 2000원에서 2200원으로 올랐다.

이 같은 고물가 흐름 속에 서민 체감 물가는 공식 통계보다 더 가파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며 장바구니 부담을 키우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가성비 소비가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1000원 이하 상품 매출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다”며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격 민감도가 예년보다 더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GS25는 1000원 이하 상품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이 2022년 29%, 2023년 32%, 지난해 47% 등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CU에서도 1000원 이하 상품 매출 증가율은 2021년 10%에서 물가 급등기인 2022년 23%로 껑충 뛰었고 지난해 30%까지 급등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민생 물가와 직결된 주요 품목의 수급·가격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식품산업협회 역시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가공식품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식품업계는 소비자 부담 최소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당분간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 고공행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