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심대란, 고령자·장애인 방치됐다

디지털 취약계층 보호 없이 방치 SKT 책임론, 법적 후폭풍 불가피

2025-04-29     김현우 기자, 김정수 기자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탈취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 서울 시내 한 SKT 대리점에서 한 가입자가 유심이 조기 소진되자 '재고 현황'을 제대로 공지하라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심 바꾸려 했지만 포기했습니다." 80대 어르신 A씨는 휴대전화가 불안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접속은 먹통, 대리점은 재고 부족. 고령자에게는 '스스로 알아서 대처하라'는 것이 현실이었다.

28일 SK텔레콤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 현장은 사실상 마비 상태였다. 홈페이지와 앱 접속은 지연됐고 유심 교체 현장에는 대기 줄이 형성됐다. 대리점에서는 "유심이 동났다"는 말만 남겼다. 특히 고령자·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은 제대로 된 지원 없이 방치됐다.

SK텔레콤은 해킹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권고했다. 이 서비스는 해커가 유심 정보를 탈취하더라도 타 기기 변경을 차단하는 기능을 갖췄다. 하지만 문제는 가입 방법이었다.

T월드 접속→본인 인증→서비스 선택→가입 완료라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이거 그냥 기다려야 하는거야?", "화면은 언제 넘어가는 거야?"는 등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지 않은 고령자에게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현장에서도 고령자의 어려움은 뚜렷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모(78)씨는 아들 손을 잡고 대리점을 찾았지만 “유심이 없습니다”라는 안내만 받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고령 이용자들에게 "예약을 하라"고 요구했지만 예약 자체가 온라인을 통해서만 가능해 오히려 혼란을 키웠다.

SK텔레콤은 "유심보호서비스를 가입하면 해킹 피해를 100% 보상하겠다"고 밝혔지만 서비스 가입을 못 한 사람에 대한 구제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결국 디지털 기기 사용이 서툰 고령자와 장애인은 스스로를 보호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개인정보보호법상 통신사는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고의·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이번 사고로 과징금 부과, 집단소송, 손해배상 청구 등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보안 전문가는 여성경제신문에  "고령층, 장애인 등 취약계층은 별도의 보호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해킹 사각지대에 남게 된다"고 했다. 이어 "SK텔레콤은 유심보호서비스를 단순 권고할 것이 아니라 고령자 대상 전용 방문 서비스나 간편 신청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노약자와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는 고객센터 상담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며 "조작이 어려운 고객에게는 가입 대행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유심 칩 교체는 본인이 직접 매장을 방문해야 가능해 별도로 방문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취약계층 지원 기준은 노인복지법상 만 65세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 전국적으로 진행하지만 상담 인력이 한정돼 있어 순차적으로 안내 중이다. 단기간 내에 모든 분들께 전화를 드리기는 물리적으로 불가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