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중심 벽 무너뜨린 여성 리더들 제약업계 지형 바꾼다

첫 여성 CEO·의장 배출 뒤바뀐 제약바이오 권력

2025-04-25     김현우 기자
서지희 SK바이오팜 신임 이사회 의장(왼쪽부터), 김연태 HLB생명과학R&D 대표이사,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각 사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 CEO, SK바이오팜 첫 여성 이사회 의장, HLB그룹 첫 여성 대표 등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첫 번째 여성’ 타이틀을 거머쥔 인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리천장이 단단했던 업계에서 여성 리더의 등장을 두고 업계는 "단순한 인사 수준을 넘어 기업 문화와 경영 전략 전반의 전환점을 시사한다"고 봤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여성 인재를 이사회나 대표이사 등 핵심 보직에 전면 배치하며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서지희 이화여대 경영학부 특임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한 뒤 이사회 의장으로 추대했다. SK바이오팜 창사 이래 첫 여성 이사회 의장이다. 서 의장은 회계·감사·위험관리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다. KPMG 삼정회계법인 파트너를 지내며 다수 기업의 리스크 관리 자문을 맡아왔다.

대표이사실의 문턱도 열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말 김경아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삼성그룹 사상 첫 여성 전문경영인(Professional CEO)이다. 김 대표는 서울대 약학과 학·석사, 미국 존스홉킨스대 독성학 박사를 거친 바이오시밀러 개발 전문가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거치며 인허가, 품질, 공정 등 핵심 실무를 두루 경험했다.

HLB생명과학도 지난달 김연태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HLB그룹 내 첫 여성 CEO다. 김 대표는 대웅제약, JW중외신약, 한국오츠카제약 등에서 신약개발 실무를 맡아온 임상개발 전문가로 현재는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국내 간암 1차 치료제 허가를 위한 글로벌 전략을 이끌고 있다.

이밖에도 부광약품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OCI홀딩스 안미정 이사회 의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JW중외제약도 함은경 총괄사장을 사내이사로 임명하며 이사회에 여성을 전면 배치했다.

변화의 배경엔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 ESG 경영 기조가 있다. 한 제약기업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글로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기업마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경영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여성 리더의 약진은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도 직결된다”고 했다.

연구개발 중심 산업 구조로의 전환도 여풍(女風)의 확산을 뒷받침한다. 과거 제약산업이 영업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R&D와 글로벌 인허가 전략이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다각적 시각과 세심한 리더십을 지닌 여성 리더들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