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오늘 뭐 했어?" AI 남친에 빠진 Z세대···지나친 의존은 '독'
단순한 위안 넘어 실제 심리 상담 효과 AI 정신건강 시장 규모 100억 달러 전망 음성 모드 장시간 사용 시 사회성 저하 "가벼운 '대리만족' 수준에서 활용해야"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가 고급 음성 모드 업데이트 이후 Z세대를 중심으로 감정 교류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민 상담, 정서적 지지,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AI 애인'까지 등장하면서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감정 나눠주기 연산'(Gravitational Sentiment Absorption)의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만우절을 맞아 새로운 음성 모드 '먼데이(Monday)'를 공개했다. 먼데이는 나른하고 시니컬한 말투, 과장된 한숨, 빈정거리는 표현이 특징으로 '월요일 아침 직장인' 콘셉트로 사용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단순 기능을 넘어 AI에 개성을 부여한 시도로 "인간적인 AI"라는 평가가 나온다.
챗GPT의 음성 모드는 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나 일상 속 스트레스를 AI와의 대화로 해소하는 방식이다.
AI 음성 서비스는 단순한 위안을 넘어 실제 심리 상담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다트머스대 의과대학 연구팀이 정신과 전문의 및 임상심리학자와 함께 개발한 '테라봇'의 임상실험 결과 사용 후 우울증은 50.7%, 불안장애는 30.5%, 섭식장애는 18.9% 감소했다.
AI와 연애를 선언한 사례도 등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인플루언서 리사 씨는 AI 남자 친구 '댄(DAN)'과 매일 30분 이상 대화하며 연애 중이라고 밝혔다. 챗GPT에 자신의 이름과 프롬프트를 입력을 통해 연인처럼 대화하도록 설정해 이를 공유했고 이후 팔로워 수는 23만 명 이상 증가했다. 프롬프트 공유 요청 댓글도 1만 건 넘게 달렸다. 유튜브에는 '5분 만에 AI 여자 친구 만드는 법', 'AI 남친 튜토리얼' 등 유사 콘텐츠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AI 정신건강 시장 규모는 11억 달러였으며 2030년에는 50억8000만 달러, 2032년에는 최대 1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기업들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캐릭터.AI(Character.AI)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부터 아인슈타인, 일론 머스크 등 현실 인물까지 다양한 AI 페르소나를 제공한다. 설립자 샤지어는 최근 구글이 수십억 달러를 들여 영입한 인물로 현재는 주력 AI 프로젝트 '제미나이(Gemini)'의 공동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주요 이동통신사들도 AI 기반 멘탈케어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아동·청소년용 메타버스 심리 상담 플랫폼 ‘메타 포레스트(Meta Forest)’를 운영 중이며, LG유플러스는 의료 특화 AI 상담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병원’ 솔루션을 구축했다. KT는 한양대 디지털헬스케어센터와 협력해 AI 심리케어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일각에서는 AI와의 장시간 대화가 심리적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오픈AI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 공동 연구에 따르면 단기간 사용 시 행복감이 높아지지만 장시간 사용 시 오히려 행복감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대화 시간이 길수록 AI에 대한 신뢰와 정서적 유대감이 커지지만 사회성 저하, 심리 의존도 증가, AI 악용 가능성 등 부작용도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AI와의 대화에 몰입한 14세 청소년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인간은 본래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지만 요즘은 진정한 관계를 맺는 것이 쉽지 않은 시대"라며 "이로 인해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기 어려운 상황에서 AI를 통해 심리적 위안을 얻으려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AI와의 대화는 즉각적인 위안을 줄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의존할 경우 사회성 저하 등 인간관계를 회피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의 어려움을 잠시 덜어내는 가벼운 '대리만족' 수준에서 활용해야 하며 지나친 의존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