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vs 한수원 ‘집안싸움’에 칼 뽑은 정부···원전수출 몰아주기 내년 결론
올인 해도 벅찬데 한전-한수원 힘겨뤄 급기야 UAE 원전 정산 문제 ‘국제분쟁’ 산업부, 원전수출 창구 단일화 용역 진행
한국전력과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이 각자 원전 수출을 맡아 수행한 지 10여 년이 됐다. 수출 건마다 계약자와 수행자가 다르다 보니 갖가지 사안으로 최근에는 집안싸움까지 벌어졌다.
원전 수출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정부가 칼을 뽑아 들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구조개편을 통해 2035년에 1600조원까지 성장할 글로벌 원전시장 진출을 위한 재정비가 진행되는 것이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현재 원전 수출 체계 개선 방안 자문 용역 사전규격 공고를 진행 중에 있다”며 “입찰 공고는 4월 24일부터 6월 4일까지이며 용역 수행 기간은 1년간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산업부는 1년여 간 정책자문 용역을 통해 한전과 한수원 중 누가 원전 사업을 전담하기에 적합한 지 검토해 최종 결정하게 된다. 해당 연구용역은 산업부 산하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가 발주하는데 김동철 한전 사장이 협회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정부의 대응은 한전과 한수원으로 분산된 원전 수출 체계를 일원화하지 않으면 빠르게 성장하는 해외 원전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없다는 문제 의식에서 비롯됐다.
최근에는 한국의 첫 해외 수주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추가 비용 처리 문제를 두고 한전과 한수원 간 갈등이 결국 국제 분쟁으로까지 번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총 4기로 구성된 바라카 원전은 한국이 처음 해외에서 수주한 약 20조원 규모 원전이다. 지난해 마지막 4호기까지 상업 운전에 들어간 뒤 프로젝트가 마무리돼 주계약자인 한전과 시운전에 해당하는 운영지원용역(OSS)을 맡은 한수원 등 여러 협력사 간 최종 정산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정산 과정에서 총공사비가 당초 팀코리아의 예상액보다 증가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한수원은 작년 1월 발주사인 UAE와 한전 등의 귀책으로 인한 공기 지연, 추가 작업 지시 등을 근거로 10억달러 규모의 추가 비용 정산을 정식으로 한전에 요구했다.
한수원은 비록 자사가 한전의 100% 지분 자회사이지만 양사가 독립 법인으로서 OSS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한전이 발주처인 UAE와 정산을 하는 것과 별도로 자사에도 정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전은 ‘팀 코리아’ 차원에서 UAE에 먼저 추가로 더 들어간 공사비를 받아내고 난 뒤 팀 코리아 차원에서 이를 나눠 갖자는 입장이어서 한수원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에서 공사 대금 문제가 급기야 그룹사 간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자 더이상 구조개편을 미룰 수 없다는 여론을 의식하여 정부 차원에서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모회사인 한전이 원전 수출사업을 가져가는 경우가 거론된다. 이 경우 한수원이 원전 건설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수원의 원전 수출 관련 부서들을 따로 떼 한전에 흡수합병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방안은 앞으로 나오는 원전 수주 건을 한수원이 도맡아 계약과 수행을 이행하는 것이다. 한전이 그간 맡았던 사업은 한수원에 모두 이관된다. 이밖에 한전과 한수원이 아닌 다른 기관을 참여시킨다든 지 필요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거론될 수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한수원은 발전만 하고 기술만 할 뿐이고 수출이나 계약은 전부 한전이 주도하고 있다”며 “하나로 통합이 돼서 원활하게 이뤄져야만 한국이 원전 수출을 잘할 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원화된 체제에서도 분명 장점이 때문에 양사 간 업무 영역을 효율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원전 전문가는 “현행 이원화 체제도 장점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양사 간 정보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조정을 하면 된다”며 “한전의 경우 한수원보다 대외 신인도가 높고 해외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한수원은 한전이 보유하지 못한 원전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원전수출업무가 한쪽으로 일원화가 되면 산업부 고시도 10년 만에 개정될 전망이다. 당초 한전과 발전자회사에 대한 업무 규정은 2011년 한전이 총괄 기능을 가졌다가 2016년 공공기관 업무조정에서 각자 수행으로 개정됐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