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빈의 유통톡톡] 먹기엔 비싸고, 올리긴 예쁜 과일의 운명···‘과일릭’의 아이러니
과일 디저트 유행에 ‘과일릭’ 신조어까지 투썸·스타벅스 등도 과일 디저트 늘려 급등한 과일값에 과일 디저트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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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고, 입고, 바르고, 보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유통가 뒷얘기와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비재와 관련된 정보를 쉽고 재밌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
‘과일릭’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최근 식품 트렌드로 급부상한 말인데요. ‘과일릭'은 '과일'과 '홀릭(중독되다)'을 합성한 신조어입니다. 탕후루나 과일샌드, 과일빙수 등 과일을 다양한 방식으로 곁들여 먹는 트렌드를 칭합니다. 이전에는 생과일을 있는 그대로 먹었다면 이제는 점차 디저트나 케이크, 빙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 방식이 부상하고 있지요.
지난주 저는 투썸플레이스의 신메뉴 시식회를 다녀왔습니다. 과일릭 유행을 겨냥한 신메뉴를 선보인 것인데요. 투썸은 ‘복숭아 생크림 케이크’를 ‘피치생’으로, ‘금귤 생크림 케이크’를 ‘금귤생’으로 이름 지어 ‘과일생(과일+생크림)’ 라인업을 강화한다고 합니다.
이날 직접 맛본 두 제품은 향긋한 과일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케이크였습니다. 피치생은 복숭아 콤포트와 달콤한 복숭아 과육을 듬뿍 올려 꽃처럼 화사한 비주얼을 선보였습니다. 부드러운 생크림과 폭신한 시트, 복숭아 콤포트와 복자잼이 어우러져 달콤하고도 상큼한 맛이 산뜻한 기분을 선사했습니다. 금귤생은 층층이 쌓아 올린 금귤 생크림에 금귤 만다린 콤포트를 더해 상큼한 맛이 도드라졌습니다. 자칫 느끼할 수도 있는 케이크를 끝까지 물리지 않게 먹을 수 있는 맛이었지요. 케이크 위에도 귤 과육이 듬뿍 올라가 비주얼도 먹음직스러웠습니다.
투썸은 ‘스초생(스트로베리 초코 생크림)’ 케이크로도 유명합니다. 2014년 첫 출시된 스초생은 누적 판매량만 1200만 개가 넘는 대표 메뉴이지요.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43% 증가한 243만 개가 판매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철 과일인 딸기를 활용하는 제품 특성상 케이크를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만 판매할 수 있다는 게 한계점이었습니다. 이에 투썸은 연중 상시로 판매할 수 있는 과일 케이크를 개발해 낸 것이지요. 가공된 과일을 사용해 일 년 내내 똑같은 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고 합니다.
투썸뿐만 아니라 스타벅스, 할리스, 파스쿠찌 등 다양한 커피 브랜드에서도 딸기나 망고 등을 활용한 과일 케이크 제품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성심당의 딸기시루 케이크도 인기를 끌었고요. 과일 토핑을 골라 넣을 수 있는 요거트 아이스크림 브랜드 ‘요아정’도 과일릭 열풍의 예시로 꼽을 수 있습니다.
과일릭 트렌드 열풍의 배경엔 ‘웃픈’ 현실도 있습니다. 급등한 과일값 때문인데요. 딸기 시즌 초반에는 한 팩에 2만~3만원까지 치솟는가 하면 최근 후지 사과 10개 가격은 3만원대를 보이고 있습니다. 비싼 가격 탓에 신선한 과일을 직접 구매해 먹기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이 늘고 있지요. 이에 따라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과일을 맛볼 수 있는 과일 케이크나 빙수, 과일 요거트 등이 대안으로 떠오른 겁니다.
실제로 최근 국내 과일 가격이 급등하며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024년 5월 기준으로 사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80.4% 상승했고, 배는 126.3%나 올랐습니다. 연간 기준으로는 신선과실 가격이 17.1% 상승해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배는 71.9%, 귤은 46.2%, 사과는 30.2% 상승했습니다. 딸기 가격도 평년보다 15%가량 비쌉니다. 딸기 소매가격 100g당 기준으로 봤을 때 10년 전인 2015년 12월에는 1431원이었으나, 2021년부터 2000원대에 진입하더니 지난해 12월엔 2730원대까지 올랐습니다.
이러한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과 생산량 감소가 꼽힙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냉해와 고온 현상으로 인해 과일의 생육이 부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과일 가격의 급등은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지요. 하지만 과일릭 열풍을 주도하던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역시 원자재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 3월 26일부터 케이크와 커피, 음료 등 총 58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5% 인상했습니다. 이번 인상으로 ‘스초생’ 홀케이크 가격은 3만9000원으로 올랐습니다. 이는 지난 2022년 10월 이후 약 3년 만의 인상이지요. 케이크 13종은 평균 2000원, 조각 케이크는 400원씩 가격이 올랐습니다.
올해 초 매일유업 자회사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폴바셋은 ‘딸기 아이스크림 라떼’ 가격을 기존 7500원에서 7800원으로, ‘소잘 설향 딸기 우유’는 7000원에서 7200원으로 인상했습니다. 할리스 역시 ‘딸기 라떼’를 6400원에서 6900원으로, ‘딸기주스’를 6900원에서 7300원으로 각각 7.8%, 5.8% 올렸습니다. 이와 함께 ‘딸기 조각 케이크’와 ‘딸기 요거트’ 등 디저트류 가격도 최대 400원까지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과일 케이크와 음료 가격이 올랐음에도 몇만원 들여 마트나 시장에서 신선 과일을 직접 사 먹는 것보다 싸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1~2인 가구가 많아지는 요즘, 소용량으로 과일을 즐기기엔 이런 과일 디저트만 한 게 없지요.
생과일을 아낌없이 올린 비주얼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 SNS 인증 문화도 과일릭 유행을 뒷받침하며 과일 디저트 시장 전반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소비 트렌드와 가격 등의 영향이 과일을 ‘사는’ 대신 ‘곁들인’ 형태로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온이 점차 오르고 완연한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눈 깜짝하면 무더운 여름도 금세 찾아오겠지요. 더운 날씨일수록 시원하고 상큼한 과일 디저트가 더욱더 생각날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오늘 하루 기분 전환을 위한 ‘과일릭’ 열풍에 탑승해 보시는 게 어떠실까요?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