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장 모르는 공무원이 업계를 망쳤다

요양보호사 신규 접수 38% 급감 교육기관 폐업 5년 새 3.4배↑ 평균 임금 월 200만원 턱걸이

2025-04-21     김현우 기자
청주시에 위치한 한 노인복지시설 입소자 방에 가족 사진이 놓여 있다. /김현우 기자

“컥… 컥… 그만… 제발 그만…”

요양원 한쪽 칠흑 같은 방 안. 노인의 목구멍 사이로 호스가 깊숙이 들어간다. 몸부림치며 저항하지만 소용없다.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는다.

석션. 스스로 가래를 뱉지 못할 때 기계를 이용해 빼내는 응급의료 행위다. 의사, 간호사, 혹은 간호조무사만 할 수 있다. 그런데 밤마다 요양보호사가 한다.

“간호조무사 퇴근했으니 제가 해야죠.”

자부심처럼 말하지만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누구도 말리지 않는다. 여기선 법보다 생존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원장은 말한다. “수가가 안 맞아요. 간호조무사 3교대는 무리예요” 법을 지킬 여유는 없고 어길 용기만 남았다. 죽지 않을 만큼만 돌보는 곳. 대한민국 요양시설의 평균값이다.

이 기형적 구조를 고치겠다며 나선 복지부는 엉뚱한 곳에 칼을 댔다. 입구부터 막아버렸다.

“자격증 따려 했는데 실습하고 6개월이나 일해야 돈을 돌려준다더라고요. 포기했죠.”

요양보호사 자격을 따려면 교육비의 80%를 본인이 먼저 부담해야 한다. 취득 후 장기요양기관에서 6개월 이상 일해야만 일부 환급된다.

복지부는 말한다. “장롱 자격증을 줄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한데 줄어든 건 자격증이 아니라 사람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요양보호사 교육기관 중 폐업한 곳은 2020년 41개소에서 2024년 142개소로 급증했다. 올해 3월 시험 접수 인원은 전년 대비 38.5% 감소했다. ‘요양보호사 대란’이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시설 원장들은 한숨부터 쉰다. “기존에도 인력 구하기 힘들었는데 이젠 그냥 문 닫자는 얘기도 나와요.” 장롱 자격증은 줄었을지 몰라도 장례 직전의 현장은 늘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정부는 마치 요양보호사들이 자격증만 따고 도망간 것처럼 몰아간다. 현장 회피, 책임 회피. 그러나 실제론 다르다. 요양보호사의 평균 근속기간은 1.9년.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이다. 일은 버겁고 월급은 빠듯하다.

2024년 장기요양보험료율은 고작 12.95%. 요양시설의 운영비는 대부분 이 돈에 매달려 있다. 정부가 올리지 않으면 요양보호사 임금도 못 올린다.

지자체 운영 시설의 요양보호사 평균 월급은 211만원. 법인은 204만원, 개인 시설은 190만원대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만 원 남짓.

“200만원 넘으면 많이 주는 거예요.” 한 요양보호사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 웃음엔 눈물이 섞여 있었다. 이쯤 되면 이건 직업이 아니라 버티기의 기술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묻는다. “왜 자격증만 따고 일을 안 하나요?”

요양보호사는 되묻고 싶다. “이 조건으로 누가 남을 수 있겠습니까?”

복지부는 실습을 통해 직무역량을 높이겠다고 한다. 그런데 실습 기관은 부족하고 실습생을 도와줄 사람도 없다. 현장에선 ‘공짜 인력’처럼 쓰인다. 결국 강해지는 건 직무역량이 아니라 피로감뿐이다.

이쯤 되면 이 제도는 ‘양성’이 아니라 책임 전가다.

책상 위에서 설계한 복지부의 도식은 단순하다. 실습 → 경험 → 현장 투입. 하지만 현실은 이렇다. 실습 → 착취 → 이탈.

초고령사회는 통계가 아니다. 그 안엔 오늘도 내일도 노인을 돌보는 누군가의 손이 있다. 돌봄은 감정이 아니라 체력이고 시간이며 국가의 존립을 지탱하는 인프라다.

그런데 지금 그 손이 떠나고 있다. 이대로면 무너지는 건 돌봄만이 아닐 것이다.

요양보호사는 제안한다. 요양보호사에게 실습 80시간을 요구한다면 제도를 만든 공무원도 똑같이 실습하라. 현장에 발 한 번 들이지 않고 제도만 만드는 복지부 요양정책 담당자들. 그들도 한 번쯤 해보시라.

노인 5명을 혼자 목욕시키고 밤새 석션에, 기저귀에, 섬망에 시달려보라. 몸 한 번 걷어차이고 울음을 삼키며 버텨보라. 그 다음에도 이 제도가 옳다고 생각된다면 그때 다시 말하라.

실습 제도는 요양보호사의 직무 이해도를 높이고 장기 근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다. 시설과 수강생 간의 연계를 지원하기 위해 실습처 확보와 운영기관 안내 자료를 지속 보완해야 한다. 

장롱 자격증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일 수 있다. 현장 인력난 해소에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책상 위에선 아무도 죽지 않는다. 지금도 요양 현장에선 누군가의 돌봄이 무너지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