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하의 알고리듬] 역사로 남은 전설의 '제오페구케'···T1-제우스 이별이 남긴 것들
끝까지 남고 싶었던 제우스의 이적 T1·조마쉬의 선수 '존중' 없는 대응 G식백과에 '더플레이' 억울함 호소 지금은 단합과 전략이 필요한 순간
"나이트가 혼령 질주로 들어가고 매혹도 맞히지만 첫 번째 쌍둥이 타워가 무너집니다. T1은 승리만을 바라보고 승리만을 열망합니다! T1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입니다! 새로운 시대가 왔지만 제국은 불변합니다! T1이 여러분의 2024 월드 챔피언입니다!"
2024년 11월 2일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T1이 중국의 Bilibili Gaming(BLG)을 세트 스코어 3 대 2로 꺾고 2023년에 이어 2연속 우승을 거머쥐었다.
여기까지의 여정은 절대 순탄하지 않았다. 2016년 이후 T1은 두 차례 준우승, 4강 탈락, 챔피언십 진출 실패 등 아쉬운 성적을 반복했다. 미드라이너 페이커(이상혁)를 제외하고 해마다 멤버들이 바뀌며 5명의 선수가 다시 합을 맞추고 이별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흐름은 2022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제오페구케' 로스터가 탄생하면서다. 이 라인업으로 T1은 2023년과 2024년 롤드컵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T1의 전성기를 다시 한번 이끌었다. 팬들은 열광했고 "이대로만 쭉 가자"라며 응원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작년 11월 19일 탑 라이너 제우스(최우제) 선수가 돌연 계약 종료를 선언하고 한화생명 e스포츠로 이적했다. 팬들은 의아해했다. 일부 팬들은 '배신자'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제우스 선수는 팀에 대한 애정이 깊었고 좋은 성적까지 이끌어왔기에 팬들 사이에선 5인 재계약이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제우스의 팀 이적 선택은 많은 의문을 자아냈다. 이미 2연속 롤드컵 우승을 따냈고 3연속 우승도 노릴 수 있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제우스 선수 역시 끝까지 T1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e스포츠도 스포츠다. 뛰어난 경기력을 지닌 선수를 영입하고 관리하며 붙잡는 일은 프런트 진의 재량이자 역할이다. 이번 재계약 실패와 선수 이적은 큰 아쉬움을 남긴다. 협상 과정에서 제안과 역제안이 반복됐고 제우스 선수는 협상 마감 시간을 연장해 가며 T1 잔류를 희망했지만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그의 에이전시인 '더플레이(THE PLAY) 강범준 대표는 "T1의 제안은 롤드컵 2회 우승에 기여한 선수에게 제시했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역시 받아들여야 한다. 재계약은 이미 불발됐고 이적을 한 이상 이를 인정하고 주어진 조건에서 다시 역량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 스포츠의 순리다.
조마쉬 T1 최고경영자(CEO)의 언론 플레이를 두고 비겁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커뮤니티 FM코리아에서 진행한 AMA(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 제우스 측 에이전시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또한 "그들의 접근 방식은 팀의 역사, 선수 육성, 장기적인 커리어 개발을 무시했다", "협상 과정에서 역제안이 없었다"는 등 제우스와 에이전시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후 이어진 비판 속에 에이전시 더플레이는 e스포츠공정위원회에 제소했지만 답은 없었고 결국 유튜버 G식백과를 통해 억울한 입장을 직접 호소했다. 여론은 뒤집혔고 진실을 알게 된 T1 팬들은 서울 종로 그랑서울 타워 앞에 트럭 9대를 세우고 "T1 CEO는 대답하라"며 시위에 나섰다. 현재까지 T1과 조마쉬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에이전시 측은 "아름다운 이별을 깬 건 제우스 선수가 아니다"고 밝혔다.
T1은 도란(최현준) 선수를 영입해 제우스의 빈자리를 메웠다. 이어 원딜 포지션에 스매쉬(신금재) 선수까지 영입하며 현재는 구마유시(이민형)와 스매쉬 선수의 교체 출전 돌림판이 돌아가고 있다.
존중이 필요하다. 최근 이어진 부진한 성적은 멤버 교체, T1의 아쉬운 대응, 주전 라인업 경쟁 등에서 비롯됐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다. 지금은 팀 내외부의 단합과 전략적인 운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