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롱환자' 우려에도···한방병원 병상 수급 관리 대상 제외
복지부 '제3기 병상 수급 기본시책' 발표 병상총량제에 일반·요양병상만 공식 포함 한방병상은 시도 자율, 의료계 "비합리적"
정부가 병상 과잉을 막기 위해 병상총량제를 본격 시행하는 가운데 한방병원은 병상 관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의료계 일각에선 나이롱환자 문제 등 실효성을 고려할 때 한방병원 병상도 수급 관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사실상 병상총량제의 내용을 담은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오는 5월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17개 시도가 수립한 지역 '병상수급관리계획'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다.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의 핵심은 정부가 의료기관 신규 개설 절차를 강화해 신증설을 억제한다는 것으로 복지부는 지난해 4월부터 병상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지역 병상수급관리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는 전국을 70개 진료권으로 설정해 병상수요 공급 분석을 시행하고 2027년 기준 병상 공급 예측값 또는 2023년 기존 병상수 중 하나를 선택해 목표 병상수를 설정해 그 이하로 병상 신·증설을 제한하게 된다.
'병상수급 분석'의 대상이 될 병상 유형은 △일반병상 △요양병상 △정신병상 △재활병상 △기타병상 등이다. 요양병상은 의료기관 종별이 요양병원이면서 정신병상 또는 재활병상에 해당하지 않은 의료기관 전체 병상수를 의미한다. 한방병원 병상은 정부의 병상수급 분석 대상이 아니며 관리 대상에 공식적으로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선 한방병원 역시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9.8%씩 증가하는 등 국내 병상 과잉 공급을 견인하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방병원은 자동차보험 경상 환자(12~14급)가 장기 입원하는 구조가 고착돼 있어 이른바 ‘나이롱환자’가 집중된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2024년 기준 4대 손해보험사에서 발생한 경상 환자 치료비는 1조3048억원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으며 이 중 한방병원 치료비는 약 1조323억원으로 8.6% 증가해 양방(2.2%)보다 증가율이 약 4배 높았다.
한방병원을 찾은 경상 환자 수는 2021년 89만명에서 2024년 101만명으로 늘었고 인당 치료비는 101만7000원으로 양방(32만9000원)의 3배를 넘는다. 일부 한방병원이 증상이나 사고 정도와 무관하게 침·추나·첩약 등을 일괄 시행하는 ‘세트 진료’ 방식으로 과잉 치료비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다만 각 시도의 종별 병상 제한 필요성에 따라 치과병원, 한방병원, 조산원 또한 병상총량제 관리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병상관리 대상에 한방병원이 제외된 점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이다. 한방병원 병상을 기본적으로 각 시도의 자율에 맡겨두는 것은 문제다. 한방에 대한 예외적 특혜가 너무 많다는 기본 인식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복지부 방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의협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한방병원이 병상총량제에서 일괄적으로 제외된 것이 아니며 복지부는 각 광역시도 ‘병상수급조정위원회’에 위임해 지역별로 병상 현황에 따라 조절하도록 했다”며 “실제로 광주광역시는 한방병원을 병상 수급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별 환자 수나 병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일괄적으로 지정하기보다는 지자체 자율에 맡긴 복지부 방침이 합리적이며 협회도 이에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