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 땅 꺼질지 모른다"···싱크홀 사고 근본 대책은
연쇄 출몰 시민 불안 고조 예방 예산 감소, 확충 뒷북 공사 관리 감독 강화 필요
최근 도심 지역과 신도시 개발 현장 등지에서 크고 작은 싱크홀(땅꺼짐 현상)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도로 함몰은 교통 통제는 물론 인명 및 재산 피해에 대한 우려를 낳아 '안전 불감증' 논란까지 불거졌다.
1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도로 한복판이 폭삭 내려앉거나 공사 현장 주변에서 지반 침하가 발견되는 등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특히 최근 한 달간 △강동구 명일동 △양주시 옥정동 △광명시 일직동 △대전 서구 월평동 △부산 사상구 학장동 △마포구 애오개역 앞 △부산 사상구 감전동 등 7곳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평균적으로 1년에 일어나는 총 싱크홀 사고가 한 달에 집중된 셈이다.
싱크홀 발생 원인으로는 우선 노후된 상하수도관 누수로 인한 토사 유실이 꼽힌다. 하수관의 구멍과 갈라진 틈 사이로 새어나온 물로 인해 빈 공간이 생기면서 땅이 내려앉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지하철 공사 등 대규모 지하 개발,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으로 인한 지반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최근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싱크홀 현상을 두고 단순한 자연 현상이나 노후 시설 문제로만 치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수관 손상은 대체로 지하 2~3m 깊이에서 소규모로 발생한다. 때문에 △개발 과정에서의 부실 공사 △안전 규정 미준수 △미흡한 지반 조사 등 '인재(人災)'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지하시설물이 복잡해지고 난개발에 지반 안정성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전문가는 특히 지반 성질에 맞는 보강 없이 무리하게 공사를 밀어붙이는 것이 싱크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강일 대진대학교 스마트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대규모 싱크홀은 밑에서 터프하게 퇴적이 변화되면서 발생하고 조그만한 싱크홀들은 노후 관로라든가 지하수에 영향을 미쳐서 터질 수 있는 것"이라며 "워낙 땅 밑 구조를 알 수 없어서 계속적으로 탐사 장비로 주위를 관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굴착공사는 지상 및 지하의 굴착 인접 구조물에 의한 다양한 굴착공법으로 시공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러한 굴착공사 중 시공 부주의나 시공기술 미흡, 지하수 유출, 급격한 지층의 변화에 대응 실패, 토류 시스템 구성품의 문제 등으로 인해 각종 지반함몰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반 탐사 레이더(GPR) 공동 조사 빈도를 5년에 한 번에서 연 2회로 늘렸다. 노후 상하수도관 교체 및 지하 시설물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 등 중장기적인 계획도 제시되고 있다.
다만 현재 GPR 장비는 서울시가 15대, 부산시에서만 2대를 사용 중이다. 이마저도 탐사 깊이가 2m 내외에 그쳐 깊은 지하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을 포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서울시는 GPR 장비를 별도로 제작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최소 5개월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용역 비용까지 포함해 1대당 최대 6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지반침하 예방 관련 예산은 지난해 2022년, 2023년 53억여원이었는데 올해 48억여원으로 줄었다. 또 지난해 10억원으로 책정됐던 자산 및 물품 취득비는 올해 삭제됐다.
국토부는 대규모 굴착 현장을 위주로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싱크홀은 대부분 대형 굴착공사장 인근에서 발생한 만큼 이달 말부터 5월까지 대형 굴착공사장 특별 점검을 하기로 했다. 또한 올해 지반탐사 관련 예산은 14억6000억원에 불과해 장비 구입과 민간 위탁을 위한 비용을 추경안에 편성해달라고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다.
당국의 땜질식 처방이나 더딘 원인 규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함께 △지하 안전 영향 평가 강화 △공사 현장 관리 감독 철저 △노후 인프라 선제적 관리 등 보다 실효성 있는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매일 시민들이 출퇴근하는 도로의 안전을 운에만 맡길 수는 없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안전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시청역 싱크홀 현장을 찾아 “땅속 상황을 알 수 있도록 GPR을 대폭 실시하고 결과를 시민들에게 공개해달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