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가 보여준 밸류업···'계획 공시'가 전부 아니었다
PBR 9.16배, TSR 383%···압도적 1위 국내 대다수 기업 여전히 '1배 이하' LS일렉트릭 등 미국 수출 강화도 영향 결국 수익성 기회 열어주는 것이 답
HD현대일렉트릭이 기업가치 제고 정책 1년차 평가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주가·수익성·지배구조 등 핵심 지표에서 고르게 상위권에 올랐고 미국 등 해외 수출 확장과 맞물려 주가와 PBR 모두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17일 HD현대에 따르면 계열사 가운데 가장 알짜기업인 HD현대일렉트릭은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83개 코스피 비금융사 중 120점 만점에 114.29점을 기록하며 삼양식품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ROE는 39.34%, 주가순자산비율(PBR)은 9.16배, 총주주수익률(TSR)은 383.58%에 달했다.
금융권에선 이 같은 실적은 단순한 주가 상승이 아닌 사업 본질의 확장과 배당 정책 변화 그리고 북미 중심의 전력기기 수출 호조라는 다층적 요인이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실제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초고압 변압기 등 주력 제품을 앞세워 미국·중동 수출을 확대했고 미국 앨라바마 제2공장 증설에 이어 현지 고객 밀착형 공급망 구조를 구축하며 글로벌 보호무역 국면에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주가 역시 2023년 말 8만2200원에서 1년 만에 38만2000원으로 4.65배 상승했고 PBR도 2.82배에서 9.16배로 뛰었다. 이런 수치는 여전히 코스피 상장사 70% 이상이 PBR 1배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극히 이례적인 기록이다.
전력기기 업계 전체로 보면, HD현대일렉트릭 외에도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도 북미 시장 확대를 적극 추진 중이다. LS일렉트릭은 최근 텍사스주 배스트럽에 복합 캠퍼스를 준공, 미국 내 배전기기 생산을 본격화했고, 효성중공업도 멤피스 공장 증설을 통해 현지 변압기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AI 대전환 흐름 역시 전력기기 업종 전반에 ‘수퍼사이클’ 기대를 덧씌우고 있다. 생성형 AI와 고성능 서버의 급증은 반도체·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를 넘어 실질적인 전력 소비 급증을 유발하는 구조로 연결된다.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AI 전용 전력망, 배전 시스템, 변압기 및 초고압 설비의 교체 수요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력기기 기업들은 단순한 경기순환주가 아닌 인프라 성장의 ‘핵심 자산주’로 재평가받는 흐름을 타고 있다.
특히 고부가 장비에 특화된 한국 업체들은 AI 수요 급증에 따른 송·배전 시장 확대의 수혜 기업으로 거론되며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을 중심으로 한 'AI+전력기기' 테마가 현실화되는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 1차 에너지 소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중심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석탄과 천연가스 등 기존 화석 연료 비중은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재생에너지(renewables)의 비중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한국처럼 수입 에너지에 기반한 산업 구조는 국제 가격 변동에 따라 공급망이 흔들릴 위험이 크기 때문에, 에너지 자립과 효율화가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같은 차세대 기술은 수입 의존도를 줄이면서 탄소 중립 전환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정부·산업계 모두 이 변화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전략적 에너지 리셋’에 착수하고 있다.
여기에서 SMR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바로 전력산업이다. 모든 탈탄소 전환과 에너지 자립 구상은 결국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고, 옮기고, 저장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전력기기는 더 이상 단순한 설비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특히 초고압 변압기·지능형 배전시스템·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첨단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만 다른 업종 상황을 보면 HD현대일렉트릭처럼 PBR 1배 구간을 뚫고 구조적 리레이팅에 성공한 사례는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의 밸류업 정책 이후 PBR 기준 1배 미만 기업이 줄었지만 여전히 상장사 70% 이상이 '자산가치 이하'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어긋난 밸류업 정책으로 인해 경영권 분쟁의 늪을 벗어나오지 못하는 고려아연과 같은 기업이 존재하는 반면 HD현대일렉트릭은 공급망·배당·사업 외연까지 실질적인 전략 변화를 동시에 구동하며 투자자 기대에 부합했다"며 "진정한 밸류업 정책은 계획공시와 같은 탁상행정이 아닌 기업이 수익성을 제고할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