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주 4일제' 공약 경쟁···정착 위해선 업종별 맞춤형 접근
'AI 기반 주 4일제' vs '근무 압축 4.5일제' 포스코는 주 5일제로 복귀 휴넷은 정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주 4일제의 필요성을 설파하자 국민의힘에서도 주 4.5일제를 주장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렇듯 정치권에서 주 4일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6일 정치권에서 노동 환경 개선을 두고 주 4일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주 4일제를 가장 먼저 얘기한 건 이재명 민주당 예비후보다. 이 후보는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퓨리오사AI를 방문해 "AI 투자 100조원 시대 열어 'AI 기본 사회'를 만들겠다"라며 AI에 의한 생산성 향상 혜택을 국민과 나눠 근무시간 단축 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힘에서도 이 후보에 맞서 주 4.5일제를 주장했다. 권영세 국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법정 근로시간을 유지하되 금요일 근무시간을 줄이는 4.5일제를 검토 중"이라며 울산 중구청 시범 사례를 소개했다. 민주당 안을 두고는 "비효율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주 4일제 도입의 공감성이 커지고 있지만 산업별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도입은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제조업의 경우 산업 특성상 여러 관계사와 얽혀 있기 때문에 압축 노동 및 유연근무 도입이 쉽지 않다.
실제로 주 4일제를 도입 이후 다시 주 5일제로 전환하거나 전환 시도를 한 기업들이 있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024년 1월부터 합의로 임직원을 대상으로 격주 주 4일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그해 말 임원들이 다시 주 5일제로 전환했다. 포스코그룹 산하 철강 사업 회사인 포스코도 지난해 6월 다시 주 5일제로 복귀했다.
포스코가 주 5일제 전환을 시도한 데에는 경영난을 비롯한 악재가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교육 기업인 에듀윌도 지난 2023년 경영난으로 주 5일제를 도입하려다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그러나 주 4일제를 성공적으로 유지한 기업도 존재한다. 기업 교육 전문 기업인 휴넷은 2022년 7월부터 매주 금요일이 공식 휴무일인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해 현재까지 시행하고 있다. 일부 기업이 연차 차감 등 조건부 제도를 운용한 것과 달리 휴넷은 온전한 주 4일제를 시행 중이다.
휴넷은 주 4일제 도입을 위해 업무 프로세스 개선, 불필요한 업무 폐기, 회의 간소화 등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고객 접점 부서의 경우 업무 특성을 고려해 금요일 대신 여러 요일에 나눠 쉬는 식으로 제도를 정착시켰다.
김영아 휴넷 책임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휴넷의 경우 4.5일제와 4일제를 계단식으로 밟아왔다"라며 "주 4일제 도입 이전에 6개월 정도 시범 운영 기간을 가지며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하려 했다"라고 말했다.
김 책임은 "주 4일제를 복지 제도보다는 생산성 향상 수단으로 삼아 주 5일에 하던 일을 4일 안에 마무리할 수 있는 취지로 시작한 것"이라며 "제도 정착을 위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일하는 방식과 관련해 교육을 상당히 많이 했고 시스템적으로 자동화할 수 있는 것들은 자동화되도록 노력을 기울였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근로 시간 단축을 통한 일괄적인 적용보다는 산업, 기업마다 여러 가지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주 4일제를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인 셈이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주 4일제를 법정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형태로 일률적으로 도입하는 건 힘들 것"이라며 "더 유연하거나 아니면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