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마디에 애플 '진퇴양난'···美-中 소비자 온도차 '뚜렷'

美, 반도체 전자기기 '품목별 관세' 다음 주 발표 트럼프 행정부, 애플 美 생산 유도···현실성 낮아 아이폰 사재기 vs 美 보이콧, 소비자 반응 극명 "불매운동, 경제 타격보다 이미지 훼손에 그쳐"

2025-04-16     김성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여파로 애플 아이폰 등 전자기기의 가격 급등 우려가 생겨나고 있다. /챗GPT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자제품에 대해 상호 관세를 '일시 면제'하겠다고 밝히며 애플 아이폰 등의 가격 급등 우려는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곧바로 반도체 등 새로운 범주의 관세 부과를 재차 예고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미국과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며 소비 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스마트폰 관세 면제 논란에 대해 "관세 예외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는 11일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관세 제외 품목으로 명시하자 미국이 중국과의 관세 전쟁에서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그는 "우리는 국가 안보 관세 조사를 통해 반도체와 전자제품 공급망 전체를 들여다볼 것"이라며 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에 중요한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제품에 대해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며 "다음 주 반도체에 대한 새로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스마트폰, 컴퓨터 등 반도체 기반 저장장치가 관세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근거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조항은 외국산 제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대통령이 긴급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아이폰의 미국 생산 확대를 의도한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애플이 실제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이전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20년간 구축한 중국 공급망은 수천 개 협력사와 수백만 명의 숙련 인력으로 구성돼 있어 대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이폰의 87%, 아이패드의 80%, 맥의 60%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애플은 인도 생산 기지를 확장하고 있지만 현재 전체 생산의 20% 수준에 그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2027년까지 인도 생산 비중을 25%로 늘릴 계획이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인도에서 담당하려면 2037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4일 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국 뉴욕 애플 매장에 고객들이 드나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관세 조치가 반복되자 양국 소비자의 반응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미국 IT전문매체 씨넷(CNET)은 아이폰 16 프로 맥스(1TB) 가격이 관세 적용 시 현재 1599달러에서 3598달러로 두 배 이상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월가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도 "미국 내 생산 전환 시 아이폰 가격은 3500달러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에 미국 소비자들은 관세 인상 전에 '아이폰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는 "일부 애플 매장이 연말 성수기처럼 붐비고 있으며 대부분의 고객이 가격 인상 여부를 묻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지난달 말 인도와 중국에서 생산한 아이폰 등을 항공편으로 긴급 수송하며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에 선제 대응하고 있다.

톈진의 한 식당 주인이 만든 미국산 제품 불매 리스트. /위챗 캡처

반면 중국에서는 반미 정서가 확산하며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한창이다. 웨이보와 더우인 등 SNS에서는 '미국 제품 사용 금지' 해시태그가 수십억 회 조회수를 기록했고 네티즌들은 미국 브랜드 리스트를 공유하며 불매에 동참하고 있다. 주요 대상은 애플, 스타벅스, 테슬라, 나이키, 코카콜라 등이 포함됐다.

중국의 유통 대기업들도 자국 중소기업에 지원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 징둥은 2000억 위안 규모의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겠다고 밝혔고, 핀둬둬는 중소기업에 1000억 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알리바바 계열 허마셴성과 용후이 슈퍼마켓도 피해 기업에 대한 재고 상품 매입과 진열을 즉시 무상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내수 활성화 캠페인을 본격화하고 있다. 상무부 등 6개 부처는 하이난성에서 열린 중국 국제 소비재 박람회에서 '중국에서 쇼핑' 캠페인을 진행하며 애국 소비를 장려했다. 공식적으로는 불매운동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민간 주도의 반미 여론을 활용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오닝은 SNS에 마오쩌둥의 연설 영상을 공유하며 "완전한 승리를 거둘 때까지 싸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바이두 캡처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오닝은 SNS에 마오쩌둥의 연설 영상을 공유하며 "완전한 승리를 거둘 때까지 싸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14억 중국인의 결의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그 어떤 위협도 중국을 흔들 수 없다"는 발언도 함께 게시하며 반미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이번 불매 움직임은 2012년 일본, 2017년 한국을 겨냥한 소비자 불매운동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당시 중국 소비자들은 센카쿠 열도 갈등, 사드(THAAD) 배치 등을 계기로 일본·한국 브랜드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벌였고 실제 판매량 급감과 점포 폐쇄 등 실질적인 영향이 있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소비자들이 정치적 상황에 반응해 불매운동에 나서는 현상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번 미·중 관세 갈등은 상호 관세 조정이라는 경제적 조치인 만큼 보다 객관적인 사실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며 "중국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본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소비자의 반응이 과도하게 정치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처럼 정치·외교적 갈등이 소비로 이어지는 사례는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경제에 큰 타격을 주긴 어렵고 브랜드 이미지에 일시적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장기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