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실험 없는 신약 개발, FDA가 길 열었다···'신의 한 수' 된 JW중외·대웅 오가노이드

FDA, 전임상서 오가노이드 데이터 인정 JW·대웅, 탈모·재생 치료제 개발 박차 국내 바이오 시장 패러다임 전환 기대

2025-04-16     김현우 기자
동물실험 대상이 된 쥐 /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오가노이드(Organoid·장기유사체)를 활용한 전임상 데이터를 공식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국내에서도 JW중외제약과 대웅제약을 중심으로 오가노이드 기반 신약개발이 가속화될 조짐이다.

1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FDA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단일클론항체 및 기타 약물에 대한 동물실험 의무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AI 기반 예측모델과 실험실 내 오가노이드 시스템이 기존 동물모델을 대체할 수 있다는 취지다.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 평가를 보다 인체에 근접한 방식으로 수행하겠다는 의미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오가노이드 시장이 지난해 20억 달러(약 2조 9000억원) 규모에서 2030년까지 100억 달러(약 14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고도화된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약품 개발비를 줄이고 평가 프로세스를 단축시키는 효과까지 기대된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JW중외제약이 오가노이드 기술 상용화에 가장 앞서 있다. JW는 탈모 치료제 후보물질 ‘JW0061’의 전임상 시험을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진행했다. 해당 시험에서 모낭 수가 기존 치료제 대비 5일째 7.2배, 10일째 4배 증가했다. 동물모델에서도 최대 39% 향상된 모발 성장률을 보였다.

JW는 미국의 AI 기반 정밀의료 기업 템퍼스AI(Tempus AI)와 협력해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와 실제 임상 데이터를 연계한 항암 신약개발 프로젝트도 병행 중이다. 기존의 신약개발 플랫폼 ‘JWELRY’ 및 ‘CLOVER’와도 통합 운용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재생의학 분야에 집중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도 소재부품기술개발 과제’에 선정된 대웅은 장기 기능 회복에 사용되는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의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 중이다. 간·신장·심장 등 주요 장기 대상 치료제의 상용화가 목표다.

오가노이드 기반 기술 개발에 특화된 벤처기업들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장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를 연구 중이며 현재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오디세이(ODYSSEY)’라는 평가 솔루션은 동물실험 없이도 인체와 유사한 조건에서 신약후보물질의 효능과 기전을 정밀 분석할 수 있어 제약사의 위탁시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까지 50여건 이상의 국내외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밖에 넥스트앤바이오, 티앤알바이오팹, 강스템바이오텍 등도 파이프라인 다변화 및 위탁시험 사업 확장을 통해 오가노이드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모든 것이 순탄한 것은 아니다. 미국생물의학연구협회(NABR)는 즉각 반발했다. 매튜 베일리 NABR 회장은 “AI는 기존 데이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오가노이드는 아직 복잡한 생체 시스템을 완전히 구현하진 못한다”며 “신약 후보의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동물모델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신약개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오가노이드는 물론 AI, 바이오프린팅 등 다양한 대체기술들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며 “동물실험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표준이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