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수 더봄] 3천여 개의 동굴집 누가 만들었을까?···伊 고도 마테라를 가다
[전동수의 프롬나드]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2019년에는 유럽 문화 수도로 지정 석회암 동굴 파서 만든 사씨 지구는 이탈리아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
구석기시대 동굴 거주 흔적이 남은 사씨 지구
지난 3월 12일에 방문한 이탈리아 남부 도시 마테라(Matera)는 매우 특별한 도시로 구석기시대부터 사람들이 거주하기 시작했다. 그라비나(Gravina) 협곡에 형성된 동굴 속에 주거지를 만들면서 거주자가 늘어났고 주변 동굴을 계속 파고들어서 15세기 말에 지금의 사씨 지구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2019년에는 유럽 문화 수도로 지정되었다. 석회암 동굴을 파서 만든 마테라(Matera)의 사씨(Sassi) 지구는 이탈리아 내에서도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한 곳으로 유럽과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도시가 되었다.
이탈리아의 의사이자 소설가인 카를로 레비(Carlo Levi, 1902~1975)는 반파시스트 운동을 하다가 정치적으로 3년간 마테라 근처 갈리아노에서 유배 생활하면서 소설 <예수는 에볼리에서 머물렀다, Cristo si è fermato a Eboli>를 썼는데…
소설에서 갈리아노와 마테라 등 남부 이탈리아 농민들의 가난과 말라리아 등 질병에 시달리는 비참한 생활을 묘사하였고 소설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이탈리아 정부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마테라 사씨(Sassi) 지구는 1950년대 초에 정부가 거주하던 사람들을 새로 조성한 신도시로 이주시킨 후 도시공학자들이 가옥의 외관을 수리하고 배관·배수시설을 설치했다. 현재 3천여 개의 동굴집이 보존되어 있고 호텔, 레스토랑, 박물관, 쇼핑가게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마테라 사씨 지구는 사쏘 바리사노(Sasso Barisano), 사쏘 카베오소(Sasso Caveoso), 그리고 중앙의 치비타(Civita)로 크게 구분한다. 마테라는 도시 전체 도로의 경사가 완만해서 걷기에 아주 편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크게 힘들지 않다.
마테라 도시의 반대편 언덕에서 도시 전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배우 멜 깁슨이 감독을 맡은 영화 <The Passion of Christ: 그리스도의 수난>이 촬영된 곳으로 영화를 촬영할 당시 갑자기 하늘이 칠흑처럼 어두워지고 번개가 치는 초자연적인 현상은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영화 <벤허(Ben Hur, 2016)>, <007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 2021)> 등 10여 편의 영화가 마테라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알레산드로 바리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앤젤리나 졸리의 신작 영화 <위드아웃 블러드(Without Blood)>가 제작되어 2025년 4월 10일부터 이탈리아 전역에서 개봉되었는데 2022년 6월에 마테라에서도 촬영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영화는 주로 로마와 치네치타(Cinecittà) 스튜디오에서 촬영되었고 일부 장면은 남부 풀리아 지역에서도 촬영되었는데, 졸리가 직접 카메오로 마테라의 사시(Sassi)에서 촬영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매년 7월 2일에는 마테라에서 매우 특별한 마돈나 브루나 축제(Festa Della Madonna Bruna)가 성대하게 열린다니 마테라 여행 계획을 세운다면 이 시기에 방문하길 추천한다.
여성경제신문 전동수 월간 아츠앤컬쳐 대표이사·발행인 simonjd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