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세의 실버타운 백문백답] Q7. 아파트 한 채만 있으면 입주·생활 모두 해결···방법은?

5억~10억원 아파트 주택연금 들면 평생 월 255만~364만원 받아 월 생활비 240만원 넘는 곳 많지 않아 없어서 못 가는 것이 아니라 몰라서 못 가

2025-04-16     이한세 객원기자·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백문백답에 들어가며

실버타운이 은퇴 후 새로운 주거시설로 떠오르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오해와 궁금증도 많다. 필자는 전국의 실버타운을 모두 조사해 <실버타운 사용 설명서>에 100문 100답 형식으로 주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책은 지면의 한계로 인해 모든 궁금증을 다루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책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을 추가해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한다. 실버타운에 대해 알고 싶은 점이나 질문이 있는 독자는 게시판에 답글 형식으로 남겨주면 답도 해드릴 예정이다.

청심빌리지 /이한세 초빙교수

실버타운에 대한 오해, 왜 반복될까?

“실버타운은 부자들만 가고 고령자 복지주택은 가난한 사람들만 가는 곳이다.”
실버타운에 관해 이야기할 때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꼭 이런 말이 따라온다. “그럼 중산층 노인은 어디로 가야 하죠?” 얼핏 보면 그럴싸해 보이는 주장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같은 인식은 단편적인 정보에 근거한 오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현실은 생각보다 다채롭다. 실버타운이라고 해서 모두 보증금이 수억원에 생활비가 매달 수백만원씩 드는 곳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전국에 운영 중인 30여 개 실버타운을 살펴보면 수도권 고급형부터 지방의 중저가형까지 다양한 시설이 존재한다.

실버타운의 실제 월 생활비 수준

실버타운에서의 실제 생활비는 어느 정도일까? 비용은 시설의 규모나 서비스 수준과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 최고가 실버타운: 월 450만~580만원
  • 고가 실버타운: 월 237만~275만원
  • 중가 실버타운: 월 149만~204만원
  • 저가 실버타운: 월 47만~127만원
  • 월세형 실버타운: 보증금은 낮지만 월 비용이 높아 300만~433만원

여기에는 관리비, 냉난방비, 편의시설 이용료, 식사비(월 90식 기준)가 포함되며 의료비나 통신비, 여가비 등 개인 지출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를 고려하면 중가 이하의 실버타운은 월 200만원 이하로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버타운 관리비와 월 생활비(2024년 10월 기준, 단위 : 만원) /이한세 초빙교수

아파트 한 채면 가능한 실버타운 입주 시나리오

많은 고령자가 “실버타운에 들어가고 싶지만 매달 들어가는 생활비가 부담된다”고 말한다. 연금 외에 추가 소득이 없는 경우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걱정이다. 그런데 만약 자신이 보유한 아파트 한 채를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이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바로 ‘주택연금’을 통해서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이 보유한 주택을 담보로 평생 매달 연금을 받는 제도다. 그리고 2024년 5월 20일부터는 본인의 주택으로 주택연금을 든 채로 실버타운으로 이주해도 연금이 계속 지급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아파트 한 채를 주택연금에 가입하고 실버타운에 이주한 뒤 기존 아파트는 월세로 놓는 방식이라면 생활비 마련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10억원 아파트 주택연금 들면 고가 실버타운 입주 가능

10억원 시세 아파트를 예로 들어보자. 75세 부부가 시세 10억원짜리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주택연금에 가입한다면 초기 인출금으로 2억8000만원, 매달 184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 집을 월세로 놓을 경우 2억원 보증금에 월 180만원 정도의 임대수익도 가능하다. (동대문 더퍼스트세시앙 실거래 참고)

이렇게 되면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약 4억8000만원에 매달 가능한 수입은 364만원이 된다. 최고가 실버타운 두 곳만 제외하면 이 돈으로 나머지 모든 실버타운에 부부가 입주해 여유 있게 생활할 수 있다.

10억 아파트로 75~100세까지 받을 수 있는 월 주택연금 액수 /한국주택금융공사

5억원 아파트로 중가 실버타운 입주하기

시세가 더 낮은 아파트를 보유한 경우도 실버타운 입주가 가능하다. 예컨대 경기도 일산에 있는 5억원짜리 아파트를 가진 75세 부부가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초기 인출금은 약 1억원, 매달 받는 주택 연금은 약 125만원이다. 같은 아파트를 월세로 내놓으면 보증금 5000만원에 월 130만원 정도의 수입이 발생할 수 있다. (일산의 백송마을 5단지 풍림·삼호 실거래 참고)

이 경우 총 현금은 1억5000만원에 매달 들어오는 수입은 약 255만원이다. 이 정도면 수도권이나 지방 중대 도시에 있는 중가 실버타운에 입주해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데 충분하다.

5억 아파트로 75~100세까지 받을 수 있는 월 주택연금 액수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 신청 전 알아야 할 몇 가지

물론 주택연금을 신청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부부가 함께 실버타운에 입주할 경우 연금 수령자가 사망한 뒤에도 배우자가 계속해서 연금을 받으려면 ‘부부 기준’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해야 한다. 이때 연금은 부부 중 연소자의 나이를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단독 신청보다 연금액이 다소 줄어든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또한 연금 수령 방식에는 정액형, 초기증액형, 정기증가형 등이 있으며 실버타운 생활비는 매년 인상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재정 흐름을 고려해 유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국민연금이나 금융자산 등 다른 수입원이 있다면 함께 고려하여 전체적인 재정 설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버타운은 '돈이 없어 못 가는 곳'이 아니다

아파트 한 채만 있어도 실버타운에 입주해 평생 생활할 수 있는 재정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실버타운은 더 이상 ‘부자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정보가 있는 사람’, 그리고 ‘자산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의 공간이다.

여성경제신문 이한세 객원기자·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justin.lee@spireresear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