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은 미국, CJ는 일본”···유통가 총수들, 비행기 타고 ‘직접 영업’ 나선 이유

김정수 삼양 부회장, 美코첼라 방문 이재현 CJ 회장, 日서 로컬 파트너십 구축  롯데, 인도 신공장 통해 식품 점유율↑

2025-04-15     류빈 기자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올해 첫 글로벌 현장 경영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해, 세계적인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코첼라)’ 현장을 찾았다. 삼양식품은 올해 코첼라와 국내 최초로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불닭 부스’를 운영 중이다. 김 부회장은 부스를 직접 찾아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현지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삼양식품

삼양식품은 미국, CJ는 일본, 롯데는 인도로 날아갔다. 유통업계 총수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 글로벌 현장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류 열풍이 다시 뜨거워진 지금, K컬처 확산의 흐름을 타고 현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히면서 K 브랜드의 세계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적 행보에 나선 셈이다. 이는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든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총수 본인이 나서 해외 시장에서의 ‘승부수’를 던져야 할 타이밍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새해 첫 글로벌 현장 경영지로 각각 미국과 일본을 택해 해외 사업을 직접 점검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14억명 세계 최대 인구수를 보유한 인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 2월 인도를 찾았다. K컬처와 K푸드를 앞세운 각 기업은 현지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올해 첫 글로벌 현장 경영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해, 세계적인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코첼라)’ 현장을 찾았다. 삼양식품은 올해 코첼라와 국내 최초로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불닭 부스’를 운영 중이다. 김 부회장은 부스를 직접 찾아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현지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또한 불닭 소스를 활용한 음식들을 시식하고, 참여형 이벤트에 직접 참여하며 글로벌 팬들과의 교감을 이어갔다. 이번 행사에서는 리론칭된 불닭 소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새롭게 출시된 불닭 소스는 불꽃 모양의 QR코드를 통해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며, 삼양식품은 이를 통해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소비자 참여 확대를 꾀하고 있다. 

삼양식품이 미국 현지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건 그만큼 해외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7300억원, 영업이익은 3442억원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수출 비중은 2023년 68%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77%로 1년 만에 10%가량 증가했다. 미국과 유럽 내 불닭 브랜드 인기가 확산되며 물량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해외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삼양식품은 앞으로도 불닭 소스, 볶음면 등 불닭 브랜드를 중심으로 글로벌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다양한 활동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일본 현지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CJ그룹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올해 첫 글로벌 현장 경영지로 일본을 선택해 도쿄를 방문했다. 현지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엔터테인먼트, 유통, 금융 업계 주요 인사들과 만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번 방문에는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 이석준 CJ 미래경영연구원 원장, 윤상현 CJ ENM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이 동행했다. 

이 회장은 일본 내 비비고, 콘텐츠, 올리브영 등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며 현지화 전략과 글로벌 인프라 확장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최근 식품·뷰티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산한 K컬처 트렌드에 주목하며, 로컬 파트너십을 통한 신사업 기회 확보를 당부했다.

이 회장은 TBS홀딩스, 이토추상사, 미즈호 파이낸셜그룹 등 일본 주요 기업의 경영진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호시 다케오 도쿄대 교수 등 전문가들과도 교류하며 일본 시장의 트렌드 변화와 그룹의 신성장 기회를 타진했다. CJ그룹은 일본 내 식품, 콘텐츠, 뷰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사업을 펼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간편식 확대, CJ ENM의 K팝 현지화 성공, CJ올리브영의 오프라인 유통망 확장 등으로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의 경우 지난해 일본과 미국 등을 글로벌 진출 우선 전략 국가로 선정하고 현지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월 인도를 찾았다. 롯데는 인도 푸네시에서 하브모어 신공장을 준공하면서 신 회장이 준공식에 직접 참석했다. 롯데웰푸드는 2017년 인수한 인도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브모어’의 생산시설을 확장해 푸네시에 신규 공장을 설립하고, 빙과 제품 생산라인을 대폭 확대했다. 푸네 공장은 부지 면적이 6만㎡로 축구장 8개 크기에 달하고, 기존 구자라트 공장보다 6배 큰 규모다. 자동화 설비와 한국 생산 기술을 도입해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이곳에서는 돼지바, 죠스바 등 국내 인기 제품도 연내 생산을 시작해 현지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는 인도 현지 법인을 통합하고 물류 거점도 재정비해 시너지를 높이는 한편, 인도 하리아나 공장을 통해 올 하반기 빼빼로의 첫 해외 생산도 추진 중이다. 신동빈 회장은 준공식에서 “하브모어를 인도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강조하며, 인도 대기업 총수들과 릴레이 회동을 통해 협력 강화에도 나섰다. 롯데는 식품 사업을 중심으로 인도 내 입지를 넓히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롯데는 지난 2월 6일 인도 푸네시에서 하브모어 신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신공장은 롯데웰푸드가 2017년 하브모어를 인수한 이후 처음 증설한 생산시설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오른쪽)이 신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롯데그룹

이처럼 국내 유통 총수들의 잇따른 해외 행보는 단순한 현장 방문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국내 시장에서는 더 이상 뚜렷한 성장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현지화와 글로벌 직진출 없이는 장기적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아시아 신흥국이나 북미 시장에서 K 콘텐츠와 K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유통산업 전문가는 “보고서만으론 알 수 없는 현지 파트너십의 신뢰도, 문화적 장벽, 규제 리스크 등 ‘보이지 않는 변수’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거침없이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명분 확보도 필요하다”며 “특히 K컬처를 기반으로 한 유통·라이프스타일 콘텐츠가 글로벌에서 주목받는 지금은 총수들의 해외 출장 자체가 곧 ‘사업 의지’이자 ‘시장의 시그널’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