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준 더봄] 벚꽃의 진리, 우울한 배반 (詩)
[최익준의 낭만밖엔 난 몰라] 벚꽃잎 날려 황홀한 4월 풍경이 기쁘거나 멜랑꼴리하지 않다 겨울로 되돌아간 듯 찬 비바람에 우리의 봄은 배반당하고 말았다
2025-04-15 최익준 박사·산업정책연구원 교수/(주)라온비젼 경영회장
살아 보니 저절로 알게 되었지
사랑하던 것들의 기억은 하나도 남김없이
헬리콥터 날개에 흩어 날려 버려진다는 것을
나이 드니 아팠던 만큼 보게 되었지
언제 떠날지 물어보지 않아도
스스로 떨어져 나간 군상들의 순리를
돌아와 보니 그럭저럭 깨닫게 되었거든
한 때 빛나던 시위대의 매캐한 눈물과
상처받은 청춘의 핏자국이 덜 말랐어도
내 그대를 순순히 보내줄 만큼 충분히 늙었음을
검투사여 당신은 아는가
그대를 추락시킨 헌법이 절정을 터트리고
스파클링와인 거품에 탄성이 날아들 때
벚꽃은 벌써 아니 이미 낙상을 예보했음을
만남은 이별의 시작점
이별은 영영 이별의 종착점
눈송이 빗물에 녹아 버려진 벚꽃의 진리
우울한 배반
(*시작 노트 : 벚꽃이 바람에 날려 황홀한 4월의 풍경이 올해엔 하나도 기쁘거나 멜랑꼴리하지 않습니다. 겨울로 되돌아가듯 차가운 비바람에 벚꽃이 떨어진 무채색 아스팔트 길을 걸었습니다. 벚꽃을 누려야 할 봄의 일상이 비상계엄과 선동과 시위대에 짓밟힌 꽃으로 떨어졌습니다. 우리들의 봄은 배반당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