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 더봄]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착각

[김승중의 슬기로운 인간관계] 인지 편향과 구성주의 '당신이 틀렸어'라고 말하지 않으면서 토론하는 방법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자각이 주는 자유

2025-04-15     김승중 심리학 박사·마음의 레버리지 저자

우리는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고 싶고 결정과 행동을 유도하고 싶어 한다. 직장에서 상사, 동료 또는 다른 부서의 사람들과 회의할 때, 고객에게 제안서 또는 제품의 차별적 이익을 설명할 때, 언제부터인가 말을 안 듣기 시작한 자녀에게 운동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때 등 일상의 많은 순간은 내가 원하는 바를 상대방에게 설득하는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행위를 리더십 관점에서는 영향력이라고 한다.

다니엘 핑크(Daniel Pink)는 <파는 것이 인간이다(To Sell is Human)>에서 현대인의 일상 속 70%가 '비판매적 설득(non-sales selling)'이라고 주장한다. 핑크는 현대 경제에서 비영업직 종사자들도 업무 대부분을 '설득', 즉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는 데 보낸다고 설명하며 교사, 의사, 엔지니어, 작가 등 모든 직업이 타인의 마음과 관심을 끄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 과정을 '설득의 시대'라 부르며 모든 사람이 설득자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종종 무의식적으로 "그건 아니고요", "제가 보기엔 틀렸어요"로 말을 시작한다. 이는 대화를 막는 벽을 세우는 일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데일 카네기가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으로 제시한 12가지 원칙 중에 2번째는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라. ‘절대 당신이 틀렸다’라고 말하지 마라. Show respect for the other person's opinions. Never say, you're wrong."이다.

세상은 문제로 가득 차 보이기도 한다. 규칙을 어기는 사람도 있고, 꼼꼼하지 못해 실수가 많은 사람도 있고, 아예 일의 방향이 목적한 경로에서 이탈하여 틀린 경우도 많다. 그러기에 그러한 상황에 즉시 개입하여 해결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할 필요를 느끼는 사람에게 이 원칙은 수용하기 어렵고 과연 그래야 하는가 반문하게 된다.

사실 우리는 일상에서 정확히 반대의 행동을 많이 한다. 우리는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확신에 사로잡혀 상대의 생각을 무시하거나 잘라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먼저 우리의 목적이 나의 옳음과 타인의 틀림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설득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지 편향과 구성주의 - 우리가 진실을 구성하는 방식

사람은 객관적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만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 이 렌즈는 과거 경험, 감정,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모르지만 체계적이고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믿음과 가치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우리의 관점은 '인지 편향(cognitive bias)'이라는 심리적 메커니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지 편향이란 인간의 사고가 논리적이거나 객관적이지 않고 특정 방향으로 왜곡되는 경향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이는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정보를 강화해 주는 정보만 수용하고 그와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축소하는 경향이다.

예를 들어, 한 직원이 특정 동료에 대해 비호감을 느끼고 있다면 그는 동료의 의견이나 사소한 행동에 대해서 '봐, 역시 저 사람은 저게 문제야'라는 식으로 해석한다. 반대로 긍정적인 행동은 '가식이겠지'라고 치부하기 쉽다. 우리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 또는 연예인 등에 대한 우리의 태도도 그러하다.

또 다른 편향으로는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이 있다. 이는 우리가 어떤 사람이나 사건을 특정 범주나 고정관념에 따라 판단하는 방식이다. 빠르고 직관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하지만 때로는 통계적 확률이나 객관적 데이터를 무시하게 만들어 잘못된 결론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을 리더십이 강하다고 자동으로 추정하거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변화에 둔감할 것으로 판단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편향은 우리로 하여금 객관적인 사실보다 자기 해석을 믿게 만든다. 설득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말에 담긴 '사실'보다 그 사람에 대한 선입견, 감정적 반응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대화를 하기도 전에 이미 판단이 내려진 상태에서 대응하게 된다.

진실은 무엇일까? 세상에는 하나의 불변하는 정답이 존재할까? 절대적 신념인 종교 또는 수학이나 물리와 같은 과학의 세계는 하나의 정답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발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 사회는 어떠할까? 구성주의는 우리가 현실을 객관적으로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다는 철학적 입장이다. 즉, 한 사람이 겪은 사건은 그 사람에게 의미가 구성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

예컨대, 같은 회의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창의적인 의견 교환의 장'이라고 느끼고, 다른 누군가는 '말 많은 사람들 때문에 소모적인 시간'이라고 여길 수 있다. 둘 다 틀리지 않았다. 단지 경험과 관점이 다를 뿐이다. 구성주의 세계관은 "내가 보는 진실이 유일한 진실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따라서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틀렸다고 판단하기보다는 그것이 그 사람의 세계에선 진실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설득의 출발점이다.

우리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상대의 진실에도 귀 기울일 수 있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당신이 틀렸어'라고 말하지 않으면서 토론하는 방법

우리는 직장에서 수많은 회의와 대화를 나눈다. 때로는 동료와 의견이 충돌하고, 부서 간 우선순위가 어긋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있다. 바로 상대의 의견을 “틀렸다”고 판단하고, 말로든 태도로든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가령 마케팅 전략 회의에서 한 동료가 오프라인 이벤트에 예산을 집중하자고 제안했다고 해보자. 다른 팀원은 그 제안이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고 여겨 즉각 반박한다. “그건 요즘 트렌드에 안 맞아요. SNS가 핵심이에요.” 사실 이 말은 팩트일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은 어떻게 느낄까? 자신의 의견이 묵살되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하고 이후에는 어떤 아이디어도 꺼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 설득은커녕 마음의 벽만 세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도 대화를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오프라인 이벤트의 강점은 뭔지 더 듣고 싶네요. 그리고 SNS를 병행하면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요?” 이러한 접근에는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진심으로 알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자기 생각을 더하는 부드러운 제안이 담겨 있다. ‘당신은 틀렸어’라는 부정 대신, ‘함께 더 나은 그림을 그려보자’는 협력의 메시지가 깔려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IT팀은 기능 안정성을 이유로 출시 일정을 늦추고 싶어 하고 영업팀은 빠른 시장 대응을 원한다. 이런 갈등은 어느 회사에나 있다. 이때 IT팀 리더가 이렇게 말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한다. “출시를 서두르면 퀄리티가 엉망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망합니다.” 이는 단호한 주장일 수 있지만 상대 부서에는 협의할 여지를 닫는 선 긋기로 들릴 수 있다.

반면 이렇게 말하면 어떤가? “출시를 서두르는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으면 좋겠어요. 기능 안정성과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해 보죠.” 이 말에는 상대의 요구를 이해하려는 태도와 함께 공동의 해결책을 찾으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상대도 ‘우리를 이해하려고 하는구나’라고 느낄 것이고, 협업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틀릴 수 있다는 자각이 주는 자유

우리는 종종 무의식적으로 ‘그건 아니고요’, ‘제가 보기엔 틀렸어요’로 말을 시작한다. 이는 대화를 막는 벽을 세우는 일이다. 특히 나이가 많거나 조직 내 지위가 높을수록 이런 습관은 꼰대 이미지로 굳어질 위험이 있다. 꼰대란 자기 생각만 옳다고 믿으며 타인의 관점을 무시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진정한 리더이자 지성인은 자기 생각에 대해 끊임없이 묻는다. “나는 정말 옳은가?” “다른 관점이 더 나은 해답일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자신의 확신에 균열을 낼 수 있을 때 우리는 새로운 배움을 경험한다.

심리학자로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인간이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지를 연구하며 ‘행동경제학’이라는 분야를 연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런데 그가 동료와의 논의 중 자신의 주장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Wonderful! I was wrong! (멋지군요! 내가 틀렸네요!)” 그는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에 화를 내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 신념을 수정할 기회를 얻었다는 데에서 기쁨을 느꼈다. 그에게 있어서 틀림은 실패가 아니라 성장의 입구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논리’가 아니라 ‘태도’다. 내가 옳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것이 상대를 꺾는 방식이라면 설득은 실패한다. 설득은 싸움이 아니다. 마음을 여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타인의 생각을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우리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상대의 진실에도 귀 기울일 수 있게 된다.

“당신은 틀렸어”라는 말이 아닌, “그 생각엔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라고 호기심을 가져보자. 그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배움, 그리고 더 깊은 관계와 연결을 얻게 될 것이다. 오늘 하루 내가 틀렸다는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경험해 보면 어떨까? 

여성경제신문 김승중 심리학 박사·마음의 레버리지 저자 spreadksj@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