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가성비 '甲' 자체브랜드로 소비 침체 뚫는다

유통 마진 적은 PB로 가격 경쟁력↑ 이커머스·홈쇼핑도 PB 강화 나서 대형마트·편의점 초가성비 먹거리 확대

2025-04-13     류빈 기자
세븐일레븐 PB 세븐셀렉트 수피마 티셔츠 2종 /세븐일레븐

유통업계가 자체 브랜드(PB) 강화에 나섰다. 기존에 PB 상품은 대형마트 위주로 선보였다면 최근에는 편의점부터 이커머스, 홈쇼핑까지 PB 상품을 선보이며 범위가 확장됐다. 유통업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고물가에 따른 소비 침체까지 겹치자 원가 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인 PB 상품군을 더욱 확대하며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는 추세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PB상품은 제조사 브랜드(NB, National Brand) 제품보다 중간 유통 마진이 적다. 유통업체가 직접 제조사와 협력해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제조 원가는 낮추고, 이익은 더 많이 남길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PB 상품은 브랜드 차별화는 물론 고객 충성도까지 확보할 수 있어 고객 유입에 효과적이다. 대표적으로 대형 할인마트 PB인 이마트의 노브랜드, 코스트코의 커클랜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최근 들어 시장 지배력이 높아진 이커머스도 PB 제품군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쿠팡은 곰곰·탐사·코멧·비타할로 등 PB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수요가 높아지자 회사 성장세도 가파르다. 자체 브랜드를 선보이는 쿠팡 자회사 ‘씨피엘비’(CPLB)에 PB상품을 납품하는 전국 중소 제조사 파트너는 지난해 말 기준 630곳으로 늘어났다. 이는 2019년 160곳과 비교해 파트너 수가 4배 늘어난 수치다. CPLB와 함께하는 중소 제조사는 꾸준히 증가해 2021년 380여 곳에서 2023년 말 550곳을 돌파했다. 쿠팡을 통한 가파른 성장세로 파트너 업체 수의 증가 폭 대비 고용인원이 한 해 4000명 늘면서 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형마트도 다양한 PB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다. 홈플러스는 지난 2월 자체 브랜드 식품, 비식품 1400여 종을 선보이는 PB 통합 브랜드인 ‘심플러스’ 브랜드를 내놨다. 라면·무라벨 생수·김치·물티슈·화장지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인기를 얻으며 홈플러스 PB는 2024회계연도 매출을 전년과 비교했을 때 분기별 최대 10%, 품목별 최대 67% 성장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봄 제철 스낵 4종을 선보여 전체 PB 스낵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했다. 홈플러스는 PB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높여 연내 2000개 이상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다. 

현대홈쇼핑 PB 브랜드 /현대홈쇼핑

홈쇼핑업계에선 패션 PB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고객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개성을 반영해 애슬레저, 아웃도어 등 다양한 특화 브랜드 론칭에 나선 것이다. 현대홈쇼핑은 업계 최초로 애슬레저 전문 PB 브랜드인 '아카이브 1.61'을 신규 론칭하고 애슬레저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대홈쇼핑 주요 고객층인 'A세대'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선보인다. A세대는 자신감이 높고, 역동적·도전적인 삶을 추구하며, 경제적 여유로 구매력이 높은 50·60대 이상 세대를 일컫는다. 지난해 가을·겨울 시즌에 론칭한 아웃도어 PB 브랜드 어반어라운드도 다양한 고객의 수요와 시즌성을 반영한 맞춤형 컬렉션을 선보이고, 프리미엄 컨템포러리 PB 브랜드 머티리얼랩도 소재 고급화 전략을 이어간다.

근거리 유통채널로 입지를 넓혀나가는 편의점도 PB 상품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패션 PB’ 상품을 내놨다. 세븐일레븐은 ’패션·뷰티’ 카테고리 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10월 전담팀(세븐콜렉트팀)을 신설하고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 7일 ‘세븐셀렉트 수피마 티셔츠’ 2종을 각 9900원에 출시하고, 이달 하순에는 ‘세븐셀렉트 컬러팝 삭스’ 8종을 추가로 선보인다.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기본 상품을 공략해 편의점의 장점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GS25 PB 상품 /GS25

또한 편의점 업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먹거리 및 외식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초가성비 먹거리 제품군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CU는 최근 990원 핫바, 1900원 맥주, 2500원 닭꼬치 등 초저가 상품들을 잇달아 선보였다. 특히 돈육 함량 89% 이상 사용한 990원 핫바와 국내산 닭고기를 사용한 2500원 닭꼬치 등은 도축부터 가공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육가공 전문 협력사와 직거래를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품질을 높였다. 맥주 수요가 높아지는 하절기를 대비해 생마차 이자카야와 협업한 1900원 생마차라거캔도 선보였다. CU 초저가 PB 득템시리즈는 4년 만에 누적 판매량 6000만 개를 돌파했고, 전년비 일 매출은 116% 성장했다. 

이마트24는 올해 초부터 극 가성비를 콘셉트로 한 PB 브랜드 ‘상상의끝’을 전개하고 있다. 김밥, 삼각김밥, 덮밥, 햄버거, 롤 티슈 등 먹거리부터 비식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였다. 카테고리 내 1위를 차지한 상품은 1900원 김밥, 900원 삼각김밥, 2900원 짜장면, 3600원 비빔밥, 2900원 덮밥, 2200원 치즈버거 등 PB 상품으로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맛과 품질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춘 초가성비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마트24는 협력사와 함께 맛과 품질을 유지하면서 자체 마진을 최소화해 일반 상품 대비 최대 40% 저렴하게 선보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GS25도 '초가성비' PB로 기획한 ‘1400페트커피’, 1000원 나물 시리즈 등을 선보이고 있다. 판매가를 동일 상품군 내 최저가로 우선 설정하고 품질, 맛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개발이 이뤄진 신상 PB 상품이다. ‘1400페트커피’는 기존 500㎖ 페트 커피 상품 중 최저가 상품(GS25 운영 상품 기준)이다. 기존 페트 커피와 비교할 시 50% 저렴하다. ‘천냥숙주나물300g’과 ‘천냥콩나물300g’도 모두 동일 용량 대비 전국 최저가 수준으로 운영되는 상품이다. GS25는 원물로 구성된 천냥 시리즈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최근 PB 상품은 맛, 품질, 가격을 모두 고려해 개발하고 있다”며 “알뜰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제품 패키지 전면에 ‘초가성비’ 상품임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상품 전면에 가격을 표기하는 등 가격 경쟁력을 부각한 브랜딩 전략을 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