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관세에도 "굴복 없다"는 中···관세 전면전 속 핵심 전략은 '이것'

美, 中에 21% 추가 인상…다른 국가 90일 유예 中, 84% 보복 관세 정면 대응 "奉陪到底" 의지 중국 언론 "104%든 125%든 단지 숫자에 불과" "명분 마련되기 전까진 강대강 대치 지속될 것"

2025-04-10     김성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중국을 제외한 70여개국에는 한시적 관세 유예를 적용하면서 '중국 고립' 구도를 강화했다. 이에 중국은 오히려 맞불 전략에 나서며 양국 갈등이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 상호 관세가 시작된 지 13시간여 만에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4%에서 21%포인트 추가 인상한 반면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는 90일간 유예를 두고 10%의 기본 관세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중국에 대해 즉시 125% 관세를 부과한다"며 "머지않아 중국이 미국과 세계를 갈취하던 시대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고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는 2월 펜타닐 밀반입을 이유로 중국산 제품에 20%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이달 2일 34%를 추가 인상했다. 이에 중국이 동일한 세율로 맞대응하자 미국은 8일까지 철회하지 않으면 50%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경고했고 9일 이를 발효해 최대 104%의 관세가 적용됐다.

이번 125% 관세는 중국의 '전방위 보복'에 대한 추가 조치다. /AP=연합뉴스

이번 125% 관세는 중국의 '전방위 보복'에 대한 추가 조치다. 104% 관세 적용 직후 중국 국무원 관세 세칙위원회는 "10일 낮 12시 1분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34%에서 84%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의 추가 관세에 정면 대응한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부과 계획과 관련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8일 홈페이지에 올린 담화문에서 "미국의 상호 관세는 전형적인 일방적 괴롭힘"이라며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 국제무역 질서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즉시 잘못된 조치를 철회하고 모든 대중국 일방 관세를 폐지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끝까지 맞설 것(奉陪到底·봉배도저)"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도 사설을 통해 "압력과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 중국인의 민족적 특성"이라며 "패권에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의 고율 관세가 단기적으로 중국 경제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음에도 반격에 나선 것은 "어렵지만 올바른 결정"이라며 그 자신감의 배경으로 "중국의 경제력과 미·중 간 무역 협력의 깊이와 넓이"를 들었다.

중국은 여섯 가지 '초식(招式, 필살기)'이라는 반격 카드도 예고했다. △미국산 대두·수수 등 농산물 고관세 부과 △가금육 수입 금지 △펜타닐 협력 중단 △미국 기업의 중국 내 공공 조달 및 법률 서비스 제한 △미국산 영화 수입 금지 △미국 기업의 중국 내 지식재산권 독점 이익 조사 등이 포함됐다.

일부 미국 기업에 대한 조치도 즉시 시행됐다. /AP=연합뉴스

일부 미국 기업에 대한 조치도 즉시 시행됐다. 중국 상무부는 쉴드AI, 시에라 네바다 등 미국 군수 기업 6개를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올렸고 아메리칸 포토닉스, 노보텍, 에코다인 등 12개 기업에 대해 이중용도 물자 수출을 제한했다. 미국의 50% 관세 조치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추가 제소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는 다른 입장을 보인다. 미 상공회의소 산하 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200여 개 미국 기업 중 다수가 미·중 갈등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사업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공회의소 회원 40개 기업 중 70%, 기업 자문협회 회원 126곳 중 60% 이상이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세무조사, 현장 급습, 대만 해협의 불안정성 등이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오히려 자국 기업의 중국 내 사업 운영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현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125% 관세 인상을 "정상적인 무역 논리를 벗어난 정치적 퍼포먼스"라고 평가했다. 금융계 등 주요 매체들은 "일반적으로 60~70%를 넘는 관세는 실질적인 무역 단절을 의미하고 그 이상은 정치적 압박이나 상징적 제스처에 불과하다"며 "104%든 125%든 단지 숫자에 불과하며 중국 발전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시련이라면 담대하게 맞설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또한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관세에 반발하는 국가들의 대응이 더욱 중요해졌다"라고도 밝혔다. EU는 이달 15일부터 미국산 제품에 최대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며 캐나다 역시 자국산 자동차에 관세가 부과되자 곧바로 동일한 수준의 조치를 단행했다. 이러한 대응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공개적으로 맞선 데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 열린 업무 회의에서 밝힌 메시지도 같은 맥락이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 열린 업무 회의에서 밝힌 메시지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연설에서 "중국은 주변국 구도와 세계 질서 변화가 밀접하게 연결되는 중요한 단계에 진입했다"며 "주변국과 운명공동체를 구축하려면 전략적 상호 신뢰를 공고히 하고 자국의 발전 경로를 지원하며 갈등과 차이를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변국 관계 강화'는 미국의 대중 압박에 맞선 전략 중 하나로 인접 국가들과의 정치·경제적 협력을 통해 미국의 압박을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중국의 강경 대응을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중국이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지구전 양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라며 "국내외적으로 협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일단은 대응 관세를 부과하며 추이를 지켜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이미 여러 차례 관세 압박을 겪으며 나름대로 준비가 돼 있고 자유무역 체제 수호나 공급망 재편 등에서 역할을 강조하며 반미 정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며 "중국이 이 대목에서 뒤로 물러나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왔고 타협의 명분이나 모멘텀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강대강 대치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초반에 미국 내에서 부정적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장기적으로 유지되긴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중국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