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새 매도-매수 사이드카 발효···트럼프 한 마디에 증시 '출렁'
코스피 2400선 회복···외국인·기관 매수세 美 관세 발효→유예에 아시아 증시 대혼란 "일시적 변동뿐···실물지표 하향 위험 여전"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에 따라 극적인 반전을 경험하고 있다. 불과 사흘 전 폭락장을 연출했던 아시아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유예 발표 하루 만에 급등했고 국내 시장에서는 매도에서 매수로 불과 3일 만에 사이드카가 전환되는 장세가 연출됐다. 여전한 시장 변동성과 무역 갈등의 불씨를 경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51.36포인트(6.60%) 급등한 2445.06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1년 5개월 만에 2300선 아래로 추락했던 지수는 이날 장 초반부터 4% 이상 치솟으며 2420선을 단숨에 돌파했다. 코스닥 지수도 681.79로 5.97% 상승 마감했다.
이날 장 초반 9시 6분에는 코스피 매수 사이드카가, 10시 46분에는 코스닥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는 지난 7일 폭락 장세에서 각각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지 단 3거래일 만의 반전이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반등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9.13% 상승했고 대만 가권지수도 장중 9% 넘게 뛰었다. 홍콩과 중국 본토 증시도 나란히 강세를 나타냈다.
급반등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표가 있었다. 미국은 9일(현지 시각) 자정부터 한국을 포함한 57개국에 상호관세를 발효했고 이에 따라 전 세계 주식 시장은 일제히 급락했다. 그러나 불과 13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해 90일간 유예하고 관세율도 일괄 10%로 낮추겠다"고 SNS를 통해 발표했다. 이에 시장은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반등을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실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시장은 이를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일시적인 반등은 시장의 혼란과 침체 우려가 얽혀 나타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어 윤 실장은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 우왕좌왕하게 되며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고 수출입도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며 "지표들은 향후 하향하는 방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반등은 일시적인 착시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도 이번 급등을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하락장에서의 일시적 급등)'로 해석했다. CNBC는 “닷컴버블,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역사적 위기 속에서 유사한 반등이 자주 있었다"며 "단기 수익률은 높았지만 월간 단위로 보면 결국 하락세로 마무리됐다"고 분석했다.
윤 실장 역시 “현재의 정책 강도가 유지되고 협상 진전이 없다면 미국 경제는 경기 하강 국면으로 진입할 수밖에 없다”며 “정책 방향이 어느 쪽으로 튈지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