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문제였나'···기혼자 치매 위험 미혼보다 크다

셀린 카라코세 박사 연구 결과 지난달 발표 미혼 노인, 기혼 대비 치매 진단 확률 낮아 "친구·이웃과 교류 활발·건강한 행동 영향"

2025-04-09     김정수 기자
미혼 노인이 기혼 노인보다 치매에 덜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미혼 노인이 기혼 노인보다 치매에 덜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의과대학과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 연구진이 이혼했거나 결혼한 적이 없는 노인이 결혼한 동료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결과를 밝혀냈다.

셀린 카라코세(Selin Karakose) 박사가 주도한 연구는 지난달 20일 저널 <Alzheimer’s & Dementia>에 ‘Marital status and risk of dementia over 18 years: Surprising findings from the National Alzheimer's Coordinating Center’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해당 연구 결과 미혼인 사람들이 인지 저하에 대한 취약성을 갖는 것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중 보건 및 노화 연구에서의 오랜 믿음과 상반되는 결과다. 이전 연구에서는 혼자 사는 것이 치매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보고됐다.​

2020년 UCL(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진행한 연구 ‘Living alone and risk of dementi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에서 혼자 사는 55세 이상은 가족을 이루어 사는 사람들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30% 더 높다고 밝혔으며 연구 결과는 노화 연구 저널 <Ageing Research Reviews>에 실렸다.

2018년 <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 Psychiatry>에 발표한 연구 ‘Marriage and risk of dementi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observational studies’에서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결혼한 사람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크다고 나왔다. 이 연구는 15개의 관찰 연구를 분석해 미혼인 경우 치매 위험이 42%, 사별한 경우 20% 증가한다고 밝혔다.

같은 해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 and Neurology>에 발표된 연구 ‘Living Alone and Dementia Incidence: A Clinical-Based Study in People With Mild Cognitive Impairment’에서는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사람이 혼자 살 경우 치매로 발전할 위험이 50% 증가하고 치매 진단 시기가 평균 1년 앞당겨진다는 결과를 들며 생활 환경이 치매 위험에 중요한 역할을 미친다고 시사했다.

이처럼 그간의 연구들에서는 결혼한 사람이 미혼자나 사별한 사람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낮으며 치매 예방 전략으로 미혼자와 사별한 사람의 사회 고립을 최소화하고 적극적인 사회 활동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해 왔다.

이혼, 사별 또는 미혼인 노인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 그룹의 치매에 대한 잠재적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지만 이전 연구에서는 결혼 여부가 치매의 특정 원인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또는 성별, 우울증 또는 유전적 소인과 같은 요인이 치매와의 연관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 일관성 있게 다루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결혼 여부가 노인의 치매 위험과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18년간의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미국 전역에 있는 국립 알츠하이머 협력센터(National Alzheimer's Coordinating Center, NACC)에 등록된 치매가 없는 2만4000명 이상을 대상자로 했다. 훈련된 임상의가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사용해 매년 인지기능을 평가했고 치매 또는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내렸다.

장기적인 위험을 관찰하기 위해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최장 18.44년 동안 추적 관찰해 12만2000인년(person-years)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기준 시점의 결혼 상태는 기혼, 사별, 이혼, 미혼으로 분류했다.

치매 위험은 Cox 비례 위험 회귀 분석(Cox Proportional Hazards Regression Analysis)을 사용했으며 기혼 참가자는 참조 그룹으로 사용됐다. 이 모델에는 인구통계학적 특성, 정신 및 신체 건강, 행동 이력, 유전적 위험 요인, 진단 및 등록 변수가 포함됐다.

연구 결과 기혼 참가자에 비해 이혼했거나 미혼인 참가자는 연구 기간에 치매 발병 위험이 일관되게 낮게 나타났다. 전체 샘플의 20.1%에서 치매 진단이 발생했다. 기혼 참가자 중 21.9%가 연구 기간에 치매에 걸렸다. 사별한 참가자의 발병률은 21.9%로 동일했지만 이혼한 참가자(12.8%)와 미혼 참가자(12.4%)의 발병률은 현저히 낮았다.

위험비는 세 가지 미혼 그룹 모두에서 위험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와 성별만을 조정한 초기 모델에서 이혼한 사람은 치매 발병 위험이 34% 낮았고(HR=0.66, 95% CI=0.59-0.73), 미혼인 사람은 40% 낮았으며(HR=0.60, 95% CI=0.52-0.71), 사별한 사람은 27% 낮았다(HR=0.73, 95% CI=0.67-0.79).

이러한 연관성은 건강, 행동, 유전 등의 요인을 고려한 후에도 이혼 및 미혼 그룹에서 여전히 치매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별한 참가자의 연관성은 약화했고 완전히 조정된 모델에서는 더 이상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특정 치매 하위 유형을 살펴보면 모든 미혼 참가자는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치매 위험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완전히 조정된 모델에서는 혈관성치매나 전측두엽 변성에 대해 일관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혼한 그룹과 미혼 그룹도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진행되는 가능성이 작았다.

위험 패턴은 남성, 젊은 연령대, 의료 전문가가 추천한 참가자들 사이에서 조금 더 강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계층화된 분석에서는 그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아 광범위한 인구통계 및 임상 하위 그룹에서 연관성이 유지됐음을 시사했다.

연구진은 미혼자, 특히 이혼했거나 결혼한 적이 없는 사람이 결혼한 사람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연관성은 신체와 정신 건강, 생활 습관 요인, 유전학, 임상 의뢰 및 평가의 차이 등을 조정한 후에도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기혼자의 경우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치매의 발병률이 더 높았다.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진행될 위험도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 결혼 상태를 혈관성치매 또는 초기 인지기능 저하와 연결한 증거는 없었다. 성별, 나이, 교육 수준, 유전적 위험 범주에서 전반적으로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미혼 노인은 기혼 노인에 비해 치매 진단을 받을 확률이 낮았다. 전문가들이 매년 시행한 임상 평가 결과에서 이혼 참가자와 미혼 참가자의 치매 발병률은 기혼 참가자에 비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통계학적, 건강 및 유전적 요인을 조정한 후에도 두 그룹 모두에서 치매 위험 결과는 여전히 유지됐다. 이 연구 결과는 미혼 상태와 치매 위험 증가를 연관시킨 이전 연구와 대조적이며 인간관계 상태와 인지적 결과의 관련성에 새로운 증거를 제공했다.

연구 저자인 셀린 카라코세 박사는 "미혼자들은 친구 및 이웃과의 교류가 더 활발하고 건강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혼한 사람들은 사회적 통합이 덜한 네트워크에서 빈도수가 적고 낮은 퀄리티의 상호 작용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회적 유대감의 차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치매에 대한 보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