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위기] ㊤ 트럼프 "내려라" vs 파월 "시기상조"···엇갈린 금리 셈법

부채 36조 달러, 차환 비용 위기 이자를 이자로 갚는 '재정 딜레마'

2025-04-08     박소연, 허아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EPA=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부채 규모가 36조 달러(약 5경 2729조원)에 달하면서 국채 금리 인하를 위한 전략적 대응의 필요성에 직면했다. 전체 부채의 상당 부분이 만기를 앞두고 있어 차환 발행 과정에서 이자 부담을 줄이지 못할 경우 연방정부 재정 전체에 심각한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하루 만에 23bp(1bp=0.01%포인트) 급등해 4.62%를 기록했다. 10년물과 2년물 금리는 각각 17bp, 11bp 오른 4.1777%, 3.768%에서 거래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 국채금리는 하향세를 띄었으나 이날의 급등은 경기 침체 우려와 강한 관세 정책 탓에 수요 변동이 일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는 36조 달러를 넘은 상태이며 이 중 9조 달러가 상반기 안에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이를 차환 발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 부담은 연방정부 재정 전반에 구조적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자가 이자를 낳는 구조'로 진입할 경우 미국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국채 금리를 낮추는 가장 직관적이고 강력한 해법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트루스소셜을 통해 "연준은 금리를 내리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며 "정치를 중단하고 금리를 인하하라"고 촉구했다. 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를 내리기에 완벽한 시점"이라며 노골적인 압박 수위를 높였다.

시장은 이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의 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 연준이 올해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25bp 이상 인하할 확률은 96.2%로 높아졌고 연내 2차례(각 25bp) 이상 인하 가능성은 92.8%, 3차례 이상 인하 가능성은 69.8%로 반영됐다.

하지만 연준은 정치적 압박에도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아직 정책 전환을 얘기하기엔 이르다"며 기준금리 동결을 유지했다. 이어 "관세가 향후 수분기 동안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며 "신규 데이터와 전망 변화, 위험 균형 등을 충분히 지켜본 후에 통화정책 조정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1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파월과 연준은 자신들이 인플레이션으로 만든 문제를 멈추게 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자 시장은 경기 둔화 가능성을 선반영하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은 7일(현지 시각) 골드만삭스가 향후 12개월 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기존 35%에서 45%로 상향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금융 여건의 급격한 긴축과 정책 불확실성의 증가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더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는 이 같은 흐름이 단기적 이슈가 아니라 미국 경제 구조 전반의 한계를 드러낸 신호라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이자 부담이 누적되면서 미국 경제 전체가 구조적인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며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 재정 적자는 더욱 확대되고 재정건전성은 점점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 경제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점은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김 교수는 "재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임금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지만 미국은 임금 구조나 노동문화상 이를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에 투자자도 점차 미국 경제를 회의적으로 전망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은 본지에 "이미 국가 부채가 GDP(국내총생산)의 120%에 육박해 세금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국채를 다시 발행해 이자를 갚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국채를 팔기 어려워지면 금리를 더 높게 설정해야 하고 이는 다시 이자 부담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