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성향 따라 엇갈린 尹 탄핵 심판 시청···교육 현장 혼란

'진보 교육감' 시도교육청, '자율적 활용' 권고 교육부 "생중계 시청 과정서 법령 위반 안 돼" 전교조 "정부가 되레 교육 중립성 훼손" 반발

2025-04-08     김정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을 이틀 앞두었던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휘날리는 깃발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연합뉴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10곳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생중계로 시청하도록 안내하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내 논란이 일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지적과 함께 헌법 기관의 기능을 체험하는 교육이라는 반론이 맞섰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광주·경남·서울·세종·전남·전북·울산·인천·충남·부산 등 10개 시도교육청은 지난 4일 오전 11시에 열린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교육 과정에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공문을 각급 학교에 발송했다. 공문은 ‘자율적 활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일각에선 사실상 생중계 시청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헌법교육 및 학생 생활 안전교육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에 "대통령 탄핵 선고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학습의 기회가 되도록 학교에서는 교육활동에 자율적으로 활용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다만 교육자료로 활용하되 탄핵 선고 방송 시청을 할 때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 의무를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은 선고 전날인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내일 11시는 한국 현대사에서 또 하나의 역사적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청소년들이 내일 선고를 직접 보고 토론하며 소중한 헌법적 가치를 오랫동안 간직하는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9개 시도교육청도 비슷한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교육청 교육감은 모두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반면 보수·중도 성향 교육감이 있는 다른 시도교육청들은 탄핵 심판 생중계와 관련한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

교육부는 지난 3일 시도교육청에 탄핵 심판 생중계 시청 관련 유의 사항이 담긴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공문에는 생중계 시청 과정에서 교육기본법 제6조(교육의 중립성)와 공직선거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고 시청을 위해 학교 수업을 변경하는 경우 학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교육부의 생중계 시청 유의 사항은 안내가 아닌 협박"이라며 "공문을 통해 탄핵 심판 생중계 시청을 방해하고 교사들의 정당한 민주시민교육을 위축시키는 행위야말로 교육기본법 제6조에 명시된 교육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탄핵 선고 당일 생중계를 시청한 부산시 일부 학교에 대해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교육의 중립성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김소정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탄핵은 초중고 교육과정에도 없는 내용이다. 탄핵 선고를 생중계 방식으로 수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학교 측은 물론 교사, 학부모 측의 합의와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부산교육청과 김석준 교육감은 교육기본법 제6조 교육의 중립성이 무엇인지 그 취지가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파악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시청 여부를 놓고 다양한 판단이 이뤄졌다. 학급 일정이 우선이었다는 반응도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여성경제신문에 "당일 수행평가 일정이 있어 시청하지 않았다"며 "우리 학교는 대부분 교실에서 생중계를 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의 역사 인식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경우는 허용하나 아직 미성숙한 단계로 가치관 정립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입장이다"라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