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방식 따라 들쑥날쑥···명태균 게이트로 확산된 신뢰성 의문
전문가들 "ARS와 림 가중 타당성 부족해" 방식 따라 결과 편차···표본 대표성 논란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으로부터 받은 공표용 여론조사의 조사 방법이 유무선 자동전화응답(ARS)이었고 가중값 산출 방법은 림 가중으로 밝혀졌다. 이에 해당 여론조사와 같은 방식을 사용한 여론조사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생기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해당 방법들이 모두 신뢰할 만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7일 취재 결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1일 밤 MBC는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으로부터 받은 공표용 여론조사를 사전 유출해 명태균 측이 해당 건을 전화로 논의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당시 유출된 여론조사는 2021년 11월 5일부터 6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조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조사를 진행한 업체는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였고 조사 방법은 유무선 자동전화응답(ARS)이었고 림 가중을 사용했다.
해당 여론조사 결과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다음 인물 중 선생님께서는 누가 다음 대통령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질문에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45.8%를 기록하며 30.3%를 기록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15.5%p로 크게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021년 11월 7~8일 전국 18세 이상 2014명을 대상으로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4자 대결 지지도 조사를 한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정례 2021년 11월 2주 차기대선 조사' 결과와 유사했다. 해당 조사는 윤 후보가 46.2%를 기록하며 2위인 이 후보와의 차이는 12.0%p였다. 이 조사 역시 ARS 방식과 림 가중을 적용했다.
반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함께 조사하는 전국 지표조사 리포트 제53호와는 수치에 차이가 있었다. 해당 조사의 경우 윤석열 39%, 이재명 32%로 상대적으로 지지율 차이가 작았다.
비슷한 기간 한국갤럽이 한 데일리 오피니언 제471호에 실린 여론조사와도 차이가 컸다. 한국갤럽이 2021년 11월 첫째 주(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이 후보 26%, 윤 후보는 24%를 기록했다. 두 조사는 모두 셀 가중과 전화면접 방식을 사용했다.
조사 방식과 가중값 산출 방법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셀 가중은 제시된 성, 연령, 지역 변수를 모두 반영해 세부 구분마다 각각 다른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성, 연령, 지역별 등으로 분류한 조사 대상 중 적어도 1명 이상은 조사를 해야 적용할 수 있다.
반면 림 가중은 성·연령·지역 중 하나를 기준으로 가중을 준 뒤 다른 할당 변수를 반복해서 가중하는 형태다. 따라서 20대, 강원·제주 지역 거주 여성이 1명도 조사되지 않더라도 각 할당을 맞춰 조정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셀 가중이 림 가중보다 더 믿을 만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들의 가중값 배율을 비교한 결과 셀 가중을 한 여론조사의 가중값 배율이 1로 나타나 더 신뢰성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중값 배율이 1에 수렴할수록 목표했던 모집단의 수만큼 응답을 완료했다는 의미로 표본 대표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가중값 배율이 1보다 클수록 적은 응답자에게 많은 가중값을 적용했다는 뜻이므로 표본 대표성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크다. 림 가중을 사용한 리얼미터의 조사는 여성의 가중값 배율이 1.34였고 만 18세 이상에서 29세 이하, 30대, 40대, 70대 이상의 가중값 배율이 모두 1을 넘어섰다. '뉴데일리 시사경남 대선여론조사'도 20대와 30대의 가중값 배율이 1을 넘어섰다.
조사 방법 역시 여론조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체로 ARS 여론조사에서는 보수 정당이나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편이다. 반면 전화 면접은 진보 정당이나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편이다.
2016년에 발표된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 제8조 2항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선택이 조사기관에 의하여 무작위로 이루어지지 않는 방법, 즉 과학적 표집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응답자로 참여하는 인터넷 여론조사 또는 ARS 여론조사는 금지되는 조사 행위에 들어가 있다.
논란이 된 명태균 게이트 속 여론조사와 비슷한 방식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검토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ARS에 림 가중을 사용한 여론조사가 여전히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어 언론의 여론조사 보도 준칙 준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총괄부문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ARS 조사 방법과 림 가중 둘 다 신뢰하고 타당할 만한 조사의 요건으로서 충분치가 않다"라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