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FEEL思)] 추구미? ‘추구=ME’

[최영은의 필사(FEEL思)] 진정한 추구미를 향한 내면 여행

2025-04-12     최영은 기자

책에서 읽은 것을 잃지 않고자 필사 합니다.

책 속에서 제가 느낀 감정(feel)과 생각(思)을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이미지란 무엇인가>,이솔, 민음사, 2023

‘추구미’란 신조어가 유행이다. ‘추구하다’와 ‘아름다울 미(美)’를 결합한 말로 추구하는 이미지를 뜻한다. 추구미란 단어의 시작은 아이돌 혹은 유명 배우 등 연예인을 보며 이상향으로 설정하는 것에서 유래했다. 예를 들면 “고현정의 고급스러움과 우아함. 완전 내 추구미야.”라는 식으로 쓰기 시작했다. 취향, 라이프 스타일까지 범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롤모델’보다 개인화된 단어다. 특히 Z세대는 SNS를 통해 자신만의 추구미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타인과 소통한다.

부끄럽지만 내게도 추구미가 있다. 변호사이자 인플루언서다. 그의 브이로그(자신의 일상을 촬영하고 편집하여 인터넷에 올린 영상)와 인스타그램을 자주 본다. 브이로그를 처음 봤을 때 차분한 말투에 정적인 분위기를 가진 그를 보며 마냥 신기했다. 단정하며 따뜻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좋았고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전문직 여성이란 점이 부러웠다.

여느 때와 같이 브이로그를 정주행하고 있었는데 파주 출판단지에 가서 하루 묵는 내용이었다. 그가 읽고 있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손민수(누군가의 스타일이나 아이템을 모방하는 행위)했다. 평소에 읽던 가벼운 에세이와는 결이 다른 철학서였다. 어려운 책이었다. 그래도 꼭꼭 소화해 가며 읽고 싶었다. 어쩌면 나도 이렇게 철학서를 읽는 그와 같은 사람이 되기를 소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철학서를 읽는 지적인 이미지를 탐했다.

영상 속 그를 보며 그런 이미지를 따라 하고 싶었다. 깊은 사유를 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싶었지만 본래 나는 예민한 성정에 가끔씩 장난치기 좋아하는 가벼운 사람이었다. 추구미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해두었지만 진짜의 모습은 갠소(개인 소장)하고 있었다.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었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에서 오는 갈망을 숨겨둔 채 겉으로 보이는 외양만 꾸며냈다.

카톡 프로필 사진(왼쪽)과 개인 소장하고 있는 사진(오른쪽) /최영은

작년 이 맘 때 ‘진솔하게 내 모습을 보여줄 줄 아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글에 써놓고는 아직도 자연스러운 모습보다 보이고 싶은 이미지만 신경 쓰고 있었다.

물론 추구미를 설정하고 그렇게 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추구미를 통해 자아를 설정하고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추구미로 삼은 가수가 친환경적인 제품만 사용하는 것을 따라 환경을 생각하게 되는 습관을 기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 외부로 비치는 이미지와 겉모습에만 지나치게 신경을 썼던 게 문제였다. 실재의 나를 외면한 채 추구미만 쫓고 있었다.

<이미지란 무엇인가> 데카르트 '성찰' 필사 /최영은

철학자 데카르트는 내게 ‘이미지들을 바라보는 자신’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내면으로 침잠할 것을 권유했다. 그의 말에 따라 눈을 감고 잠시나마 나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며 내 안을 제대로 보지 않았던 게 탈이였을까.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은 보였달까. 추구미를 통해 자기 이미지를 탐구해가면서 내면까지 살핀다면 보다 나은 효과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추구미를 나 자신으로 설정해보기로 했다. 추구미=‘추구ME’다. 나를 수용하되 추구ME를 가꿔가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닮고 싶은 누군가의 장점을 흡수하기 위한 노력까지 한다면 자신만의 독창적인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단순한 모방을 넘어서 나만의 색을 펼쳐가길 바라본다. 외면과 내면을 함께 가꾸는 진정한 추구미를 향하여 눈을 감고 내면 여행을 함께 떠나보자.

여성경제신문 최영은 기자 ourcy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