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 공석’에 ‘조기 대선’ 리스크까지···24조 체코 원전 ‘빨간불’
조기 대선까지 본계약 미뤄질 가능성 원전 건설·해외 수주 동력 약화 우려 민주당 집권시 에너지 정책 ‘시계제로’
헌법재판소의 국회 탄핵소추안 인용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사업의 최종 계약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계약 체결 뒤 이행을 보장할 정부의 책임자가 공석이 된 데다 조기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의 원전 정책이 뒤집어질 가능성도 거론돼서다.
윤 전 대통령이 추진해온 원자력 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방향성과 추진 동력을 상실하며 ‘시계제로’가 될 가능성이 업계에서 유력하게 제기된다.
4일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에서 “피청구인은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해 헌법 수호의 의무를 저버렸다”며 피청구인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에 따라 조기 대선이 60일 안에 치러져 새 정부가 출범하면 윤석열 정부가 지금껏 추진해 온 주요 정책들은 모두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에너지 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에 공을 들여 왔다. 2022년 5월 출범 이후에는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했던 탈(脫)원전 기조를 버리고 다시 원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을 시행해 왔다.
2022년 7월에는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 재개가 결정돼 지난해 9월부터 공사가 시작됐고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끝나는 한울 1·2호기 등 원전 10기의 계속 운전 절차도 개시됐다.
문재인 정부 초반이었던 2018년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23.4%였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에는 29.6%로 올랐다. 해외 원전 수주도 의욕적으로 추진해 24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를 수주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의 경우 한국수력원자력과 체코 당국의 세부 조율이 끝나 사실상 최종 계약만 남겨 놓고 있다.
그러나 이날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으로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계속 추진될지가 불투명해졌다. 마무리 단계로 이달이나 내달 체결될 것으로 예상됐던 체코 두코바니 원전 본계약도 다시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국가 간 원전 계약은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정부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지가 중요한 데다 24조 원 규모의 원전 계약 체결 뒤 이행을 보장할 정부의 책임자가 공석이 됐기 때문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체코 원전 본계약 체결이 늦어지는 이유를 놓고는 원전사업의 현지화율과 관련한 체코 측의 요구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이유로는 한국의 불확실한 정치 상황이 꼽힌다”며 “한국의 조기 대선이 현실화했기 때문에 본계약이 미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실시될 조기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면 원전 정책은 다시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정부는 2038년까지의 전력수요 전망과 공급 계획을 담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대형 신규 원전 3기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민주당이 신규 원전 축소,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요구하면서 대형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2기로 줄었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신재생에너지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면서 지방에는 많은 태양광 관련 사업자와 이해관계자들이 생겼다”며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고 이들이 다시 지원을 요구하면 원전 관련 예산은 감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