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美배터리소재 수입시장 1위인데···‘슈퍼관세’ 부메랑 되나
현지 생산거점 둬 리스크 해소했지만 양극재 등 핵심소재는 관세 부과 타격 “레버리지 활용과 정부 지원사격 절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를 포함한 상호관세가 현실화하면서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도 관세 영향권이 됐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수년간 수십조원을 투입해 미국에 생산거점을 마련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만 핵심소재에 관세가 부과되면서 결국 원가 경쟁력이 떨어질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예고한 대로 전례 없는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모든 국가에 일괄적으로 10% 관세를 부과하고 국가·지역별로 다른 세율을 추가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한국에는 합계 25%의 관세를 적용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 3사는 미국 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배터리 완제품이 직접 관세를 맞을 가능성은 작다. ‘첨단 제조 생산세액공제(AMPC)’에 따라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핵심 소재다. 배터리업계는 미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으나 양극재 등 핵심 소재는 한국에서 가져가기 때문에 관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배터리 기업으로선 원가 부담이 가중돼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배터리 소재 수입국 중 한국의 비중은 33.7%로 일본(26.4%)을 앞지르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관세로 인한 타격이 가장 아프다. 업계에 따르면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등 배터리 4대 소재의 미국 수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9억 달러(약 2조7000억원)인 것으로 추산된다.
핵심 소재에 관세가 부과되면 결국 전체 원가 상승을 불러온다. 배터리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양극재의 대미 수출 규모는 2032년 기준 29억3000만 달러(약 4조310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음극재와 분리막까지 합치면 총 수출 규모는 32억6800만 달러(약 4조8072억원)로 확대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한국의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 유럽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미국산 배터리 가격 경쟁력이 더 낮아지게 된다”며 “그나마 다행인 건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으로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세 부과에 따라 전기차 생산 비용 증가로 차량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 심리 위축과 배터리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차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했을 당시 차량 가격이 10%가량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호소하면서 관세를 레버리지로 활용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승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정책기획본부장은 여성경제신문에 “미국 내 생산 활동을 위한 배터리 소재 수입 관세 면제와 배터리는 차 부품이니 25% 상호관세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며 “국내 배터리 업계가 현지 생산을 위해 이미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지원사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급형 세액공제와 첨단전략산업 기금에 정책금융 지원 강화를 비롯해 기업들이 관세 위기를 기회 요인으로 삼을 수 있게 생산 원가 절감을 위한 R&D 지원 필요성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전문가는 “트럼프의 관세 기조가 유지되면 미국과 유럽 모두 역내에서 전기차와 배터리를 조달하는 구조로 전환될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에 대규모 공장을 미리 증설한 K배터리에겐 단기적으로 충격이 있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유리한 시장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