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그룹 모태’ 애경산업 내놨다···K-뷰티 경쟁 구도 재편

애경산업 매각가 6000억원 전망 항공·화학 등 그룹 포트폴리오 재편 뷰티 경쟁사·사모펀드서 눈독 들일 전망

2025-04-03     류빈 기자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빠진 애경그룹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애경 사옥 /애경산업

재계 서열 62위인 애경그룹이 모태 사업인 애경산업을 매물로 내놨다.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가 감지되면서 매각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빠진 애경그룹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화장품 빅3 기업 중 하나인 애경산업은 시장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팔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K-뷰티의 글로벌 사업 호조로 화장품 업종 전반적으로 실적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K-뷰티 시장의 경쟁 구도 재편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지주회사인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약 63.38%를 처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애경그룹은 삼정KPMG를 최근 주관사로 선정하고 애경산업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매각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애경산업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620원(11.17%) 오른 1만6120원에 마감했다. 장 중 최고 24.48%까지 오르며 1만805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애경그룹은 1954년 비누, 세제 등을 만드는 '애경유지공업주식회사'를 모태로 성장했다. 애경산업은 1985년 4월 그룹에서 생활용품 사업 부문을 떼어내 설립된 회사로 생활용품 브랜드 '케라시스', '2080' 등과 화장품 브랜드 '루나' 등으로 유명하다. 애경산업의 시가총액은 현재 기준 4257억원 규모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6791억원과 영업이익은 24.4% 감소한 468억원을 기록했다.

애경산업 매각 검토는 애경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AK홀딩스는 총부채가 작년 말 기준 4조원 수준으로, 부채비율이 328.7%에 달한다. AK홀딩스는 계열사 지원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제주항공과 유통 업황 부진으로 2009년부터 자본 잠식이 지속되고 있는 AK플라자에 자금을 수혈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안 제주항공 참사’까지 일어나며 계열사 주가가 동반 부진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경그룹은 주가가 내려가게 되면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매각을 통해 차입금 상당 부분을 상환하며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 애경그룹은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에 있는 골프장 중부CC 매각도 추진 중이다. 애경케미칼이 중부CC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매각 이후에는 애경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항공(제주항공)과 화학(애경케미칼) 중심으로 재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을 비롯해 비주력 사업으로 분류된 회사를 모두 매각하면 재무구조를 대폭 개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애경산업은 시장에서 경영권 프리미엄과 자산 가치 등을 더해 매각가가 6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뷰티가 해외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는 점도 애경산업의 몸값을 더 높일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애경산업 전체 매출에서 생활용품과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 대 4로 매출 규모에서는 생활용품이 크지만 수익성은 화장품이 더 높다. 생활용품의 경우 소비자 충성도와 재구매율이 높은 것도 이점이다.

업계에선 애경산업의 주인이 누가 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진 뷰티 산업에서 다른 경쟁사가 인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아모레퍼시픽도 국내 스킨케어 브랜드인 코스알엑스를 1조원 규모의 금액을 들여 인수한 이후 해외 매출 규모를 키웠다. 일각에선 최근 인디 뷰티 브랜드들도 매출 규모가 높은 만큼 애경산업을 눈독 들일 여력이 있을 뷰티 기업들이 여럿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외국계나 사모펀드에서 인수한다면 수익성에 치우친 경영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인수에 나서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기업의 방향성이 좌지우지될 것으로 보인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최근 뷰티업계에서 M&A가 일부 발생하고 있다 보니 투자자들 같은 경우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애경산업의 경우 업력도 있고 입지적인 측면에서 의미 있는 회사인 데다 인디 브랜드 같은 경우에도 매출이 6000억~7000억원씩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언급되고 있는 애경산업의 매각가 6000억원은 엄청 높다거나 감당할 수 없을 수준은 아니다. 만약 매각가가 그 정도로 형성된다고 하면 충분히 관심 가질 만한 회사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경산업은 매각에 대해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아직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아무것도 없다”며 "우선은 애경그룹의 재무 구조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