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 더봄] 도시농부의 텃밭 이야기 ⑫- 새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삶의 현장

[박종섭의 은퇴와 마주 서기] 씨앗에서 배우는 놀라운 생명력 텃밭의 작물도 심는 때가 있고 흙과 비, 바람과 햇볕이 도와야 늘 자연과 하늘에 겸손한 마음

2025-04-04     박종섭 은퇴생활 칼럼니스트
분양을 마치고 식재를 기다리는 텃밭 /박종섭

올해도 주말농장을 분양받아 텃밭을 시작한다. 집에서 자전거로 20여 분 걸리는 성내천 근처에 주말농장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주말농장으로 향했다. 자전거는 주말농장까지 이동 수단으로는 최고다. 원하는 곳 어디든 원하는 시간에 갈 수 있다.

주말농장에 전철이 안 닿으니 전철은 안 되고, 버스 정류장도 멀리 떨어져 있어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고 가까운 거리에 승용차를 가져가 기름을 소비할 필요도 없다. 차는 편리하고 빠르지만 주차료도 받는다. 하지만 자전거는 텃밭 농사하기에 가장 적절하고 편리한 도구다.

텃밭에 심을 채소 씨앗을 점검했다. /박종섭

냉장고에서 작년에 쓰고 남은 씨앗을 꺼내 점검해 봤다. 모종을 사야 하는 열매채소 몇 종류를 빼놓고는 작년 남은 씨앗을 그냥 사용해도 무방하다. 씨앗은 냉장고에만 보관해 놓으면 몇 년을 쓸 수 있다.

2010년 경남 함안군 성산산성(사적 67호)에서 발견된 연꽃 씨앗이 무려 700년 만에 꽃을 피웠다고 한다. 10개가 발견되었는데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을 해보니 약 700년 전 고려시대의 것이었다. 박물관은 이 연꽃을 옛 아라가야가 있던 함안군의 옛 명을 따라 아라홍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한다. 씨앗의 신비다. 적절한 온도에 수분만 있으면 몇 년이 지났어도 싹을 틔운다.

일정하게 구획정리를 하고 나누어진 밭에는 벌써 상추 모종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 너무 서두르면 자칫 냉해를 입을 수 있다. 처음 하는 사람들은 빨리 수확하고 싶은 조급증도 있는 게 사실이다. 다행히 기온이 따뜻하면 모르는데 냉해를 입으면 오히려 채소가 깨어나는 데 시간도 걸리고 성장이 늦어진다. 씨를 뿌리는 채소는 4월 7일경이 맞고 모종을 사다 심는 것은 4월 10일이 넘어야 적정 시기다.

3월, 감자는 먼저 심는다. /박종섭

여행 다녀와 감자 한 골 심었는데 아직 꼼짝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니 아마 꿈속에 있는 듯하다. 일주일이 지났건만 싹이 나오는 흔적은 아직 없다. 봄이 되면 가장 먼저 심는 것이 감자다. 씨눈을 중심으로 한 조각씩 땅에 묻어주면 된다. 땅속에서 한껏 땅 내를 맡고 몸을 부풀리다 뿌리를 내린다. 그러다 싹을 틔우고 흙을 비집고 나오는 순간 무섭게 성장한다.

감자는 땅속에서 준비 시간이 꽤 여러 날 걸리는 채소다. 아직 며칠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감자를 일찍 심는 이유는 여름 장마철 이전에 캐기 위해서다. 장마가 닥치면 감자는 썩기 쉬워 이른 수확을 한다. 텃밭에 와보니 물통도 설치가 다 되어 있고 이제 준비는 다 되어 며칠만 기다리면 된다.

텃밭도 해보면 저절로 되지 않는다. 하늘이 도와줘야 한다. 적절한 비가 와야 하고 햇볕이 있어야 하며 바람도 불어야 한다. 지나쳐서도 안 되지만 부족해서도 안 된다. 언젠가 비가 연속으로 퍼부어 고추, 토마토 등 열매채소가 물이 차고 곯아 망쳤던 적이 있다. 조그만 텃밭 농사라 그렇지 한 해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농부들에게는 치명적이다.

텃밭은 흙과 바람, 비와 햇볕 등 자연의 도움이 필수다. /박종섭

텃밭을 해보니 농부들의 심정을 알 것 같다. 비가 부족하고 폭염이 계속되면 작물은 급기야 폭염에 버티지 못하고 타버리고 만다. 모든 것은 하늘에 맡기고 농부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자연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텃밭은 주인인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터다. 무엇을 심을 건지 내가 원하는 씨앗을 뿌리고 가꾸면 된다. 수확은 뿌린 대로 거둬들인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고 자연에서 배우는 지혜다. 거짓 없는 자연은 늘 배워야 할 스승이다. 텃밭은 새롭고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삶의 현장이라 설렌다.

여성경제신문 박종섭 은퇴생활 칼럼니스트 jsp107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