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보험익 두 배 늘어도 '비상장' 한계···IPO 일정 지연 예정
당기순익 10% 늘었지만 투자이익 32% 감소 비상장 특성 정보 비대칭, 시장 신뢰 회복 과제 IPO 평가기관 계약 해지···생보업계 경쟁 심화
교보생명 당기순이익이 증가하고 보험이익이 두 배 넘게 성장하는 등 실적 개선세를 보였지만 기업공개(IPO)와 금융지주사 전환 전망은 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장 구조로 인한 정보 비대칭과 자본시장 소통의 한계, 업계 내 경쟁 심화 등 요인 탓이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2024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698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 증가했다. 보험이익은 4736억원으로 전년(2327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으나 투자이익은 31.5% 감소한 4114억원에 그쳤다.
실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경쟁사 대비 성과는 다소 부진한 편이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각각 11.2%, 16.9%였다. 경영실적 공시 전 일각에선 교보생명이 한화생명을 제칠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현실화되진 않았다.
교보생명의 자기자본은 전년 대비 26.8% 감소한 7조30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보험부채 평가 시 할인율 하향 조정 등 금융당국의 회계 기준 변화에 따른 영향으로, 삼성생명(-26.2%), 한화생명(-9.2%) 등 다른 대형 생보사들도 유사한 감소폭을 기록했다.
FI(재무적 투자자)와의 장기 분쟁에서 비롯된 비용 부담과 비상장 구조에서 비롯되는 자본시장 접근성의 한계도 실적 개선 효과를 상쇄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런 구조적 제약은 외부 투자자들에게 불확실성을 안기고 실적에 대한 신뢰에도 영향을 미친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비상장사는 정보공개 수준이 낮고 투자자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제한적"이라며 "상장사 대비 시장 신뢰 확보에 제약이 많다"고 지적했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9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으나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 FI와 기업가치 산정을 둘러싼 이견으로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이후 국제중재 등 분쟁이 이어졌다. 올해 초 어피니티와 GIC(싱가포르투자청)는 보유 지분을 일본계 SBI그룹·신한·한국투자증권 SPC에 매각하며 사실상 철수했다. 매각 단가는 주당 23만4000원으로 2018년 FI가 요구한 40만9000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따라 FI 리스크는 일단락되면서 신창재 회장의 지분이 절반을 넘게 되자 금융지주사 전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시장은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EY한영회계법인과의 풋옵션 행사가격 평가 계약이 해지되며 IPO 재추진 일정은 지연될 전망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측은 이와 관련해 "수개월 내 새로운 평가기관을 선정해 기업가치 재산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FI 분쟁은 대부분 해소됐지만 상장을 위해선 기업가치 산정을 서두르고 이에 대한 정당성을 명확히 증명해야 한다"며 "시장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IPO 실현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보생명은 신한라이프의 추격과 우리금융의 생보사 인수 추진 등으로 업계 내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순익 528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1.9% 성장했으며 연임에 성공한 이영종 사장은 '생보업계 톱2 도약'을 공식 목표로 내세웠다. 우리금융그룹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추진 중으로 최근 금융당국의 긍정적인 신호에 따라 완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