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때보다 바람이 시린 건설업계···상반기 줄도산 현실화
정부 일축했으나 올 상반기 위기 잔존 지방 중심 줄폐업 더 가팔라질 수 있어 공사비 상승, 미분양 증가에 재무부담↑
“건설사들의 재무상황이 IMF 때보다 좋지 않다. 중견 건설사들은 이미 줄도산 중이며 굴지의 건설사들조차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주택을 넘어 비주택에서도 미분양이 증가해 건설업계에 올 상반기 총체적 위기설이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인건비 인상으로 주택사업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진데다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부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대형 건설사들마저 휘청이고 있다. 이대로면 줄도산 우려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원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 높은 시장금리 등으로 공사 원가가 크게 높아졌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미분양 증가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심해지고 있다.
올해 7개 중견 건설사가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시공능력평가 58위인 신동아건설을 시작으로 삼부토건(71위), 대저건설(103위), 삼정기업(114위), 안강건설(116위), 삼정이앤시(122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등이 지난 1월과 2월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3월에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벽산엔지니어링(180위)이 법원으로부터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법정관리 신청 건수가 계속 이어지는 건 부동산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함께 건설사들의 재정 상태가 심각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는 게 건설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폐업한 업체들도 즐비하다. 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 분석 결과 2025년 1~2월 동안 폐업 신고를 한 종합건설업체는 109곳에 달하며, 하루에 1~2곳의 건설사들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전문건설업체까지 포함하면 폐업 건수는 634곳에 이른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건설업계는 2005년 이후 최대 폐업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요즘 같이 건설사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악재가 겹친 시기도 드물다고 평가한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위험 신호로 간주되는데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대부분 400% 이상, 일부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아직 법정관리를 신청하지 않았지만 위태로운 중견 건설사들이 다수 존재한다.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의하면 시공능력평가 65위인 동원산업개발(부채비율 344%)과 75위 대방산업개발(513%), 91위 한양산업개발(817%), 85위 이수건설(820%) 등이 잠재적 위험군으로 꼽혔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절실하지만 분양에 실패하면 더 큰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는 딜레마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리스크가 높은 시기라 PF대출 이자가 세기 때문에 건축비 들여 시작한다 하더라도 분양이 다 안 되면 난리가 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시공능력 상위권 대형 건설사들 역시 부채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은 748%, 금호건설은 640%, 코오롱글로벌 559% 등으로 이미 부채비율이 400%를 훨씬 웃돈다. 이러한 대기업들도 시공 확대와 분양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흥행에 실패할 경우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경기는 물론 시장 전반의 운영 안정화, 활성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상환능력 취약기업 보유 부채 비중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 부동산 둔화가 지속될 경우 취약기업 연체율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