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버블' 현실화 됐다···결국 발란도 기업회생 신청

발란, 기업회생과 인수합병 추진 "일반 소비자 금전 피해 발생 없어" 매출 늘리려 할인쿠폰 남발해 적자↑

2025-03-31     류빈 기자
배우 김혜수를 모델로 기용했던 명품 플랫폼 ‘발란’ 광고 /발란

명품 온라인 플랫폼 발란이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티몬과 위메프에 이어 발란까지 기업회생에 돌입하며 고물가로 인한 소비침체 속 체질이 허약한 온라인 유통업계 기업들의 몰락이 현실화 되고 있다.  

발란은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 소비자에게는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며 인수합병(M&A)을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올해 1분기 내 계획한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돼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졌다"며 "파트너들(입점사)의 상거래 채권을 안정적으로 변제하고 발란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회생을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일반 소비자에게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현재 미지급된 상거래 채권 규모도 발란의 월 거래액보다 적은 수준"이라며 "이달부터는 쿠폰 및 각종 비용을 구조적으로 절감해 흑자 기반을 확보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발란의 월 거래액은 평균 300억원으로 알려졌다.

그는 "단기적인 자금 유동성 문제만 해소된다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다"며 "앞으로 진행할 회생절차는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건강한 재무구조로 재정비해 파트너의 권익을 신속히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회복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회생절차와 함께 인수합병(M&A)을 빠르게 추진하겠다며 이번 주중에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회생계획안 인가 전에 외부 인수자를 유치, 현금흐름을 대폭 개선해 사업의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빠르게 높일 것"이라며 "인수자 유치로 파트너들의 상거래 채권도 신속하게 변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발란은 담보권자나 금융권 채무가 거의 없는 구조"라며 "회생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채권자는 바로 파트너 여러분들"이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인수자 유치 과정에서 기존 입점사들이 지속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를 우선으로 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발란의 목표로 △회생 인가 전 인수자 유치 △미지급 채권 전액 변제 △안정적인 정산 기반과 거래 환경 복원 △파트너와의 거래 지속 및 동반 성장 등을 제시했다.

앞서 발란은 지난 24일 일부 입점사에 대한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논란이 됐다. 발란 측은 당시 정산 오류가 발생해 정산 일정을 미뤘다면서 지난 28일까지 일정 재개 일정을 재공지하겠다고 밝혔으나 끝내 실행되지 않았다.

이후 지난 28일 밤부터 상품 구매·결제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이는 신용카드사와 전자결제대행(PG)사가 서비스를 중단하고 철수한 것으로 보인다. 발란의 자체 결제서비스인 발란페이도 멈췄다.

결국 이날 발란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정산 지연 사태가 유동성 위기에 기인한 것을 인정한 셈이다.

2015년 설립된 발란은 2022년 한때 기업가치 3000억원까지 인정받았으나 최근 수년간 판매 부진과 고객 이탈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최근 기업가치가 10분의 1인 300억원대로 추락했다.

2020∼2023년 4년간의 누적 영업손실액만 724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지난해 역시도 적지 않은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다. 손실이 이어지면서 지난 2023년부터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발란 파트너사들은 발란이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 채권자 순위에 따라 정산금 지급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자금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지연은 생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발란의 이번 사태는 지난해 티몬과 위메프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정산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밟은 것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이커머스 업계가 매출 볼륨을 키우기 위해 수익성보다 무리한 외형 성장에 집중했던 것이 패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할인 쿠폰을 남발하는 등 출혈 마케팅이 거세진 바 있다. 티몬과 위메프도 다른 업체와 비교해 유독 할인 쿠폰을 많이 발급하고 당장 현금이 유입되는 상품권을 과도하게 할인해 판매해 결국 적자로 돌아서는 악순환에 들어섰다. 발란 역시 무리한 할인쿠폰을 남발해왔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해 10% 초반대의 판매 수수료를 넘어서는 20~30% 할인쿠폰을 무리하게 뿌렸고 결국 적자 구조를 감당하지 못하고 플랫폼의 총체적인 손실을 불러 일으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