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 더봄] 논쟁으로는 협력을 얻지 못한다

[김승중의 슬기로운 인간관계] 일잘러의 소통 역량 논쟁의 심리학 논쟁으로 치닫는 충동 거부하기

2025-04-01     김승중 심리학 박사·마음의 레버리지 저자

직장이나 조직에는 남다르게 일 잘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들에게서 배울 점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의 하나는 비협조적인 상대방조차 열렬한 협력자로 만드는 주도적이면서도 적응적인 의사소통 역량이다. 소위 일잘러라고 불리는 이들의 소통 역량을 분석하면 일의 성공을 가로막는 다섯 개의 장애물을 극복하는 기술과 관련이 있다.

일잘러의 소통 역량

첫째 관문은 표현의 어려움이다. 일잘러는 자기 아이디어나 의견을 글이나 말로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팀에 공헌하려는 동기를 가지고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도록 요령 있게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회의 시간에 의견을 개진할 때도 그러하고 기안서나 이메일을 작성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말을 듣거나 글을 읽다 보면 무엇을 왜 어떻게 해보자고 설명하는 생생한 그들의 목소리와 열정이 느껴진다.

둘째 관문은 상대방의 무관심이다. 메시지를 전달한 후에는 상대방이 메시지를 수신하였는지 확인한다는 점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보인다. 이들은 이메일을 발송했으니 이것으로 내 할 일을 했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모두가 바쁘므로 우리가 한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 일을 추진해야 하는 당사자나 부서의 처지에서는 매우 시급한 일이겠지만 다른 부서는 그렇게 급하거나 절실하지 않은 사인일 수 있다.

일잘러들의 배울 점 중 하나는 비협조적인 상대방조차 열렬한 협력자로 만드는 주도적이면서도 적응적인 의사소통 역량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지금 당신의 이메일 박스에는 아직 확인하지 않고 미뤄둔 업무 협조 요청 메일이 몇 개가 있는가? 전설적인 경영자 잭웰치는 100번은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비로소 듣는다고 했다. 조금은 과장된 감이 없지 않으나 일을 성취하는 사람은 전달하는 메시지가 중도에서 사라지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 않는다는 점을 알려준다. 

셋째 관문은 오해이다. 넘어야 할 장벽은 높아지고 감정을 자극한다. 일잘러는 서로의 입장과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차분하게 상대방이 나의 의도를 올바르게 이해하였는지 확인한다. 그래서 이들은 직접 찾아가서 소통하는 편을 선호한다.

내가 일 잘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간단한 지표가 있다. 메시지의 발신과 수신의 비율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당신은 주로 먼저 연락해서 소통하는 편인가? 아니면 상대방이 찾아와서 소통을 요청하는 편인가? 일잘러는 찾아가서 이야기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궁금한 점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상대방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추가 정보를 제공한다. 

넷째 관문은 결정을 뒤로 미루는 주저함이다. 일잘러가 적극적으로 상대방을 찾아가서 소통하는 이유는 확실한 협력을 얻기 위해서이다. 이들은 이해하는 것과 동의하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이나 크다는 사실을 안다.

평소에 우리는 누군가가 어떤 주장을 열심히 반복해서 한다면 “알았어요. 알았어요. 당신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충분히 이해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입장이 다릅니다. 미안합니다”와 같은 식으로 동의해 주지 않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그래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창의적인 전략과 대안을 만들고, 협상해서 공동의 이익을 찾아내고,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창의적인 협상을 진행한다.

일잘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왜냐하면 궁극적인 목적은 실행에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관문은 태만 또는 불이행이다. 동의는 실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진행하기로 모두가 동의해 놓고 정작 실행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본다. 그래서 이들은 일의 진행을 꾸준히 추적하고 확인해서 실행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사람들과 다투거나 논쟁하지 않고 열렬한 협력을 얻기 위해 인내하며 적응적으로 노력한다. 

혼자서 하는 일이라면 자기만 잘하면 되겠지만 직장과 조직에서 수행되는 일은 대부분 팀으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해결해야 할 현안들은 크고 어렵기 때문이다. 위대한 일을 하려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협력을 얻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목표를 달성하고 업적을 남기고자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움직이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논쟁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논쟁을 피하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논쟁을 피하라

데일 카네기는 서로 입장과 의견이 다른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열렬한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을 12개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번 글부터 시작하여 앞으로 12회에 걸쳐서 각각의 원칙을 살펴보고자 한다. 협력을 얻는 각각의 원칙이 무엇이며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하고, 그것이 작동하는 원리를 심리학 이론에 근거하여 과학적이면서도 상식적으로 검토해 볼 것이다.

열두 번에 걸친 탐구에서 의견 차이를 효과적으로 다루고, 협력을 창출하고, 변화와 불확실성 속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원리를 보다 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늘 다룰 첫 번째 원칙은 “The only way to get the best of an argument is to avoid it. 논쟁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논쟁을 피하는 것이다”이다. 나머지 11개 원칙 실천의 기반이 되는 마인드셋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가 있다면 설득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격렬한 논쟁으로 확대될 수 있기에 논쟁을 무서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싸워서 이기는 전략을 제시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논쟁을 피하라고 조언하니 다소 수동적이거나 패배주의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 심리학과 뇌과학은 이 원칙이 깊은 통찰을 담고 있으며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논쟁의 심리학

논쟁은 흔히 관점, 가치관, 신념의 충돌에서 비롯된다. 인지심리학에 따르면 이러한 충돌은 방어적 상태를 유발하여 특히 공포와 공격성과 같은 감정적 반응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인 편도체(amygdala)를 활성화한다. 개인이 신체적이든 심리적이든 위협(예컨대 자신이 깊이 신봉하는 믿음이나 정체성에 대한 도전)을 느낄 때 뇌는 자동으로 ‘투쟁 또는 도피(fight or flight)' 반응을 활성화한다. 어떤 사람은 열을 올리며 논쟁을 시작하고 어떤 이는 입을 다물고 피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신경학적 반응은 논리적 사고보다 생존을 우선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효과적인 의사소통과 문제 해결 능력을 현저히 저하한다.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 등의 연구에 따르면, 개인들이 논쟁을 벌일 때 합리적 논리로 깊이 자리 잡은 신념을 바꾸는 경우는 드물다. 그는 사회 직관주의 모델(Social Intuitionist Model)을 통해 인간의 도덕적 판단이 주로 직관과 감정에 의해 이루어지며 논리적 사고는 종종 이미 형성된 신념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된다고 주장했다.

논쟁은 기존의 신념을 더욱 강화하고 갈등을 심화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적으로 ‘역효과(backfire effect)’라고 부른다. 이 인지적 편향은 자신의 견해와 반대되는 증거가 제시될수록 오히려 원래의 믿음이 더 강해지는 현상이다.

우리 앞에는 두 개의 갈림길이 있는데 하나는 갈등과 상처로 향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이해와 협력으로 가는 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갈등의 신경과학: 편도체 하이재킹(Amygdala Hijack)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의 저자 다니엘 골먼(Daniel Goleman)은 논쟁 시 나타나는 강렬한 감정 반응을 ‘편도체 하이재킹(Amygdala Hijack)’이라고 명명했다. 이 현상은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편도체)이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영역(전전두엽)을 압도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한 팀원이 회의에서 당신의 아이디어를 비판했다고 가정하자. 그 순간 편도체는 이 비판을 '공격'으로 인식하여 즉각적인 감정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아마 당신은 표현하든 절제하든 화가 나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차분하게 설명하거나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편도체의 강렬한 반응에 압도되었기 때문이다. 

감정에 지배당하게 되면 개인은 명확한 이성적 사고 능력을 잃고 상대방의 관점을 공감하는 능력도 사라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논쟁은 해결되기보다는 더욱 격화될 뿐이다. 따라서 카네기의 논쟁을 피하라는 권고는 현대 뇌과학의 발견과도 부합한다.

논쟁이 갈등 해결에 효과적이지 못한 이유는 논쟁 당사자들이 신경학적으로 이미 논리적 해결책을 제대로 고려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는 것은 단지 관계의 조화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적 명료성과 감정적 통제력을 유지하는 근본적인 전략임을 알 수 있다.

논쟁의 심리적 비용

논쟁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과 아드레날린(adrenaline)을 분비시키는 매우 스트레스가 큰 경험이다. 만성적인 논쟁이나 해결되지 않은 갈등은 높은 수준의 코르티솔을 지속적으로 방출시켜 결국 불안, 우울증, 수면장애뿐 아니라 고혈압, 면역력 저하와 같은 신체적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리학 연구들은 빈번한 논쟁이 감정적, 관계적 측면에서 큰 비용을 초래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입증해 왔다. 워싱턴 대학교의 존 가트먼(John Gottman)의 연구에 따르면 빈번하게 반복되고 해결되지 않은 논쟁을 겪는 커플은 관계가 파탄 날 위험이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직장에서의 연구들도 지속적인 갈등이 팀워크, 생산성 및 조직의 사기를 심각하게 저하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오늘 당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당신의 목적은 논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 그들의 열렬한 협력을 얻는 것임을 기억하자. /게티이미지뱅크

논쟁으로 치닫는 충동 거부하기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편도체가 자극을 받아 논쟁으로 치닫는 상황에 직면한다. 우리 앞에는 두 개의 갈림길이 있는데 하나는 갈등과 상처로 향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이해와 협력으로 가는 길이다. 논쟁을 피하라는 카네기의 단순한 원칙은 현명한 판단을 돕는다. 다음은 협력을 얻는 일잘러들이 실천하는 방법이다.

첫째, 충동적 감정을 느낄 때 그 감정을 그대로 바라보면 좋다. 반응하지 말고 바라보기만 하면 잠시 멈출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자기의 감정적 충동을 관찰하는 일은 논쟁이 될 수 있는 발언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자기 조절력을 향상하는 첫 단추가 된다. 

둘째, 재판관이 아니라 과학자의 태도를 선택하여 호기심을 가지고 상대방 주장의 진의와 근거를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면 좋다. 상대방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나의 의견을 포기하거나 상대방의 뜻대로 하자고 결정권을 넘기는 일이 아니므로 안심하고 경청해도 좋다. 서둘 것 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적극적인 경청은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나의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열쇠와도 같다.

셋째, 아주 작은 부분일지라도 먼저 공통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 좋다. 양측이 내세우는 표면적인 요구사항은 뾰족하여 서로 맞추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나 이때 서로가 그러한 주장을 내세우는 이유를 경청하면 수면 아래에 숨겨진 진짜 욕구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들은 양측이 서로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을 확인한다면 창의적인 대안을 만들 수 있다.

오늘 당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당신의 목적은 논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 그들의 열렬한 협력을 얻는 것임을 기억하자. 우리는 편도체의 하이재킹을 통제할 수 있을 만큼 현명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매사에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대처할 수 있다면 원하는 바를 더 잘 얻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