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제거와 인식

[신율 칼럼] 이제 대선 가도는 탄탄대로? 與 대야 전략 쓸모 없어져 무죄로 이미지 개선은 아냐

2025-04-01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2심 결과는 무죄였다. 이런 판결을 두고 정치권과 보수 진영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여기서 해당 판결이 타당한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논하고자 하는 점은 이번 판결이 앞으로 우리나라 정치판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지 하는 부분이다. 

이번 판결이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는 판결임은 분명하다. 그만큼 '파격'적이라는 말인데 이런 파격이 우리나라 정치판에 그다지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 문제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문제점은 이 대표에 대한 이번 판결로 우리나라 선거판은 매우 혼탁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협박은 ‘의견’의 일종이고 이런 ‘의견 표명’은 국토부로부터 압박을 받았다는 '주관적 느낌‘ 때문이라는 점이다. 

감정의 영역인 ’주관적 느낌‘이 이성의 영역인 ’의견‘으로 취급되면 앞으로 선거판에서 상대방에 대한 '주관적 느낌'을 자신의 '의견'이라며 상대를 공격하는 행위가 보편화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이제 선거판은 무척 혼탁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이 정치판에 줄 수 있는 또 다른 영향력은 바로 '보수 결집'이다. 애초에 많은 보수층들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2심 판결이 피선거권 박탈형일 것으로 예상했었다. 

징역형에 집행 유예가 선고된 1심 판결보다는 감형될 수 있지만 그래도 피선거권 박탈형은 선고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무죄 판결이 났으니, 보수층은 '멘붕'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힘도 유죄 판결이 날 것으로 거의 '확신'해 무죄 판결이 날 때를 대비한 성명서조차 준비하지 않았었다는 말도 들린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층의 이런 예상은 터무니없는 '주관적 희망'이었다고 볼 수만은 없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심에서 실형과 집행 유예를 선고받은 피고인이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경우는 1.7%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주 희박한 확률을 뚫고 이재명 대표가 기사회생했기 때문에 보수층과 국민의힘이 '멘붕'에 빠진 것을 두고 뭐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일 조기 대선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면 최소한 대선 전까지는 사법 리스크가 이재명 대표의 앞길을 가로막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측면은 국민의힘이 지금까지 구사한 대야(對野) 전략 즉 이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는 전략은 이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새로운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전략은 본래 보수의 '영토'였던 중도 보수층을 다시금 공략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 행보를 가장 일찍 보이며 '중도 보수'를 공략했다. 이를 일부 보수 언론과 정치인들은 '빈집 털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지만 '빈집'으로 만든 자신들의 잘못은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지금 보수 정당은 자신들의 '고유 영토'인 중도 보수의 지지를 지켜내야 한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전략을 짜야 한다.

그나마 보수 세력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측면은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이 대표의 지지율이 2심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에서 오히려 1%P 하락했다는 점이다. 지난 28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3월 25일부터 27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그렇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보수들이 결집했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이 대표의 이미지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이미지는 장시간 보여준 해당 정치인의 언행에 대한 축적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바뀌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는 일정 수준 털어냈다고 할 수 있지만 국민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은 자신의 이미지는 바꾸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이재명 대표가 국민들의 이런 ‘인식’을 바꾸는 데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