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더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댄스 레슨비 이야기
[강신영 쉘위댄스](72) 실력 향상 위해서는 개인 레슨이 필수인데 레슨비를 많이 받으려면 수상 경력이 중요
세상 모든 분야에서 잘할 수 있는 비결은 전문가에게서 배우는 것이다. 소위 ‘개인 레슨’이다. 기량을 혼자 익히기에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소기의 목표를 이루기도 어렵다. 기초를 잘 익혀야 발전도 빠르고 좋은 성과도 낼 수 있다. 자칫 독학하다가는 잘못된 습관이 굳어져 고치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레슨비를 내고 레슨을 받는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도 초창기에는 레슨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특별히 제자로 들어가 전문가의 도움으로 성공하는 예를 제외하고는 독학으로 기량을 익히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분야에서 레슨이 정형화되어 있다. 당연히 레슨비는 전문가의 수준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살사 댄스계의 세계에서 가장 비싼 레슨비 사건은 비단 댄스계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기록일 것이다. 홍콩의 유명한 은행 HSBC의 프라이빗뱅킹 아시아 책임자였던 모니카 웡이라는 여자는 당시 61살이었다. 그녀가 14번이나 살사 세계 챔피언을 지낸 이탈리아의 마르코 사카니, 그리고 그의 아내 게이너 페어웨더와 거액의 레슨 계약을 한 것이다. 2004년도에 무려 1540만 달러 개인 레슨 계약을 했다. 2012년까지 무제한 독점 특별 레슨을 해 주는 조건이었다.
모니카는 이 중 800만 달러를 내고 하루 6회의 강도 높은 레슨을 받으며 사카니와 더불어 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첫 해 사카니의 “굼뜬 암소 같으니. 궁둥이를 흔들란 말이야”란 한마디 말 때문에 파국으로 가게 되었다. 사카니는 “좀 자극받으라고 한 말이지 나쁜 뜻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모니카가 극심한 모멸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모니카는 반환 소송을 했고 수업료를 돌려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춤에 입문하는 사람 중에는 레슨비를 일 년 치 미리 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딴 생각 안 하고 자신의 의지를 고정하자는 의도, 레슨 해 주는 사람을 일 년간 미리 확보해 두자는 의도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레슨비를 미리 받은 사람은 기대만큼 대접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일 년간 돈을 미리 받았으니 긴장이 풀려 느슨해지고 수강생이 쉽게 보인다. 그물에 걸려든 물고기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사카니 같은 실수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매월 레슨비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면 매달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을 것이다.
댄스는 입문할 때 대부분 단체 반에 들어가 단체로 레슨을 받는다. 그러다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싶으면 개인 레슨으로 바꾼다. 시범, 경기대회 출전 등 다른 사람보다 다른 코스로 특별한 레슨이 필요할 때도 그렇게 한다. 사회적으로 유명인이거나 다른 수강생들과 단체 반에서 같이 하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도 개인 레슨을 신청한다.
일반인이라도 자이브, 차차차 같은 라틴댄스로 입문했다가 왈츠 탱고 같은 모던댄스로 입문할 때는 개인 레슨이 필요하다. 라틴댄스와 모던댄스는 전혀 다른 춤이고 체중 이동 등의 요령도 달라서 반드시 익혀야 한다. 이 과정을 중시하지 않으면 여성은 무거운 여성이라며 홀대받을 수 있고, 남성은 스텝 간격이 좁아 춤이 작아 보인다. 겉보기에는 루틴을 따라가는 것 같으나 더 이상의 발전은 하기 어렵다.
그런데 주 4회로 월 15만원 정도 단체 레슨을 받다가 10회 50만원을 내려면 목돈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물론 강사에 따라 개인 레슨 비용이 다르다. 수강생 처지에서는 개인 레슨을 안 받아도 이럭저럭해 나가는 것 같은데 굳이 개인 레슨을 받아야 하는지 의구심도 생긴다. 일단 목돈이 큰 부담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강사들도 개인 레슨을 선호한다. 시간 조정도 가능하고 한 사람만 상대하므로 힘도 덜 든다. 목돈도 받는다. 단체 반은 수준 차가 있어 피곤하다. 사람은 많은데 돈은 안 된다. 단체 반은 거기서 개인 레슨으로 요청해 오는 수강생을 만나기 위한 기회라고 본다.
강사가 레슨비를 더 많이 받으려면 경기대회 수상 경력 등 프로필이 필요하다. 우승 트로피 등은 그런 전시 효과다. 작은 대회에서라도 우승하고 우승 트로피를 타게 되면 ‘챔피언’ 호칭을 붙일 수 있다. 댄스도 예술이라서 강사의 능력을 평가하기 어려우니 객관적인 수상 경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챔피언 소리를 듣기 위해 경기대회에서 온갖 노력을 다한다.
여성경제신문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thebomnew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