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25% 의결권 제한된 '영풍'···반전 거듭하는 고려아연 주총
SMC는 안 되고 SMH는 되는 이유 '주식회사냐 아니냐'가 운명 바꿔 고려아연 제안한 5명 진입한다면 최 회장 11대 8 우위 유지 가능성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영풍의 의결권이 또다시 제한됐다. 앞서 법원은 임시주총과 관련해 영풍 측 의결권 제한은 부당하다고 판단했지만 유한회사인 SMC와 달리 주식회사인 SMH는 다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28일 예정된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영풍은 25.42% 상당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이번 결정은 고려아연 측이 최근 새롭게 구축한 순환출자 구조가 상법상 유효하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은 지난 12일 호주 손자회사인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모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에 현물배당하는 방식으로 지분구조를 변경했다. 이를 통해 ‘고려아연→SMH→영풍’이라는 새로운 상호주 관계를 형성했다.
앞서 1월 임시주총에서는 같은 법원은 "유한회사인 SMC는 상호주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려 영풍의 의결권 제한이 부당하다고 봤다. 이때는 상법상의 주주평등원칙이 핵심 법리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식회사인 SMH가 등장하면서 상법 제369조 제3항의 '10% 초과 보유 시 의결권 제한' 규정이 다시 적용됐다. 동일한 순환출자 구조라도 법적 형태의 차이가 상법 규정 적용 여부를 뒤바꾼 셈이다.
영풍의 25.42% 지분이 봉쇄되면서 MBK·영풍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들이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인사 6명과 영풍 측 인사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안이 가결되면 최 회장 측이 새롭게 추천한 5명까지 합쳐 최대 11명을 확보할 수 있고 MBK 측은 많아야 8명에 그칠 전망이다.
자회사가 모회사 주식을 보유하거나 취득할 경우 적용되는 국내법상 상호주 규제 조항의 적용 범위가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판정의 핵심 쟁점이었다. 회사에 의한 모회사 주식 보유는 사실상 자기주식 취득과 유사한 효과를 내기 때문에 자본충실성 훼손이나 주주이익 침해를 방지해야 한다는 실질법적 필요성이 강조된다.
이번에 법원은 호주법에 따라 설립된 자회사라 하더라도 법적 형태가 무엇이냐에 따라 한국 상법의 상호주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월에는 호주법상 유한회사인 SMC에 대해 상법 제369조 제3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번에는 같은 호주법에 따른 주식회사인 SMH를 상호주 규제 대상인 '회사'로 인정했다. 이에 '주식회사냐 아니냐' 여부는 국내 기업의 외국계 자회사에도 상법 규정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 중 하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