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준 더봄] 무심코 하는 칫솔질, 구강 건강을 해칠 수도
[전승준의 이(齒)상한 이야기] 칫솔질은 정확한 원리를 알고 해야 치과의사가 알려주는 칫솔질 ABC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칫솔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발명품 중 하나로 전 세계 곳곳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사용됩니다. 한 리서치 기관에서 흥미로운 조사를 했는데 전자레인지, 자동차, 휴대폰, 컴퓨터, 칫솔을 제시하고 ‘5개의 물건 중 없으면 절대로 안 되는 물건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답니다. 그런데 모두가 다 1위로 칫솔을 꼽았다고 합니다.
칫솔이 발명된 이후에 인류의 평균수명이 눈에 띄게 길어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하니 우리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도구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구강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로 칫솔 외에도 치실, 치간 칫솔, 구강 세정기 등 많은 구강용품이 개발되어 왔습니다.
필자가 치과의사가 된 지 40년이 되어가는데 제게 지인분들 또는 치과 환자분들께서 공통으로 궁금해하는 것 중 가장 대표적인 질문 중의 하나도 칫솔 관련입니다. 대형마트에 큰 섹션 하나를 다 차지할 정도로 많은 종류의 구강용품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들은 칫솔을 비롯한 다양한 구강용품에 관하여 자세히 알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칫솔에 대해서만이라도 기본적인 것을 알게 된다면 다양한 구강용품들을 선택하고 사용할 때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 파라오 무덤서 '치아 막대기' 출토-칫솔의 유래
‘석가모니가 이쑤시개를 쓰고 땅에 던지자 곧바로 뿌리를 내리고 나무가 되었다’. 불교의 법전에 실려 있는 글귀라고 합니다. 석가모니 시대의 인도에서 음식을 먹은 후 낀 것을 제거하기 위해 도구를 사용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고대인은 청결 유지를 위해 나뭇가지의 끝부분을 솔처럼 풀어 치아 표면을 닦았다고 하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집트 파라오 무덤의 발굴 과정에서 소위 ‘치아 막대기’들이 출토되어 학자들은 기원전 3000년경 고대 이집트인이 이것으로 치아 사이나 혀를 닦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랍인도 아락 나무의 뿌리를 씹어 뿌리줄기가 부드러워지면 겉을 벗겨내 브러시처럼 만들어 칫솔질을 했다고 합니다.
현대인이 사용하는 솔의 형태로 만들어진 칫솔의 전신은 약 1500년 전 중국에서 최초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베리아 야생 멧돼지의 목 부분에서 채취한 짧고 뻣뻣한 털을 동물의 뼈로 만든 손잡이에 심어서 이를 닦는 데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것이 중국 상인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되었습니다.
우리 조상들도 구강의 찌꺼기 제거와 청결을 위해 버드나무와 조개껍데기를 사용했다고 전해집니다. 우리가 양치질이라 하는 말의 어원도 버드나무 가지 즉, ‘양지(楊枝)’질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합니다.
1770년 영국의 발명가 윌리엄 에디스에 의해 현대적 의미의 칫솔이 발명됩니다. 멧돼지 털과 돼지의 털을 소의 허벅지 뼈끝에 붙이는 방식으로 칫솔의 상품화에 성공했는데, 동물털과 같은 천연 모는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이 칫솔에 들러붙어 소독이 쉽지 않은 데다, 제작이 어렵고 가격이 비싸 부유층 외에는 쉽게 살 수 없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1938년에 듀폰연구소에서 나일론 섬유를 이용한 값이 저렴한 칫솔을 개발해 천연 모 칫솔의 시대가 끝나고 나일론모 칫솔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나일론은 부드럽고 내구성이 뛰어난 데다, 자루도 뼈가 아닌 합성수지여서 손으로 잡기가 쉬워져 칫솔질의 본격적인 대중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이가 약할 땐 미세모, 치석 많다면 뻣뻣한 모-칫솔의 종류
오늘날 칫솔은 지속적인 개발 과정과 기능의 필요성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칫솔모를 최대한 가늘게 만든 초미세모 칫솔, 치아의 움푹 파인 곳까지 닿도록 굴곡진 모양으로 만든 칫솔, 자체 항균 효과를 지닌 칫솔, 교정장치의 형태를 반영해 교정 중에 효과적으로 닦을 수 있도록 개발된 특수 기능성 칫솔 등 종류도 천차만별입니다.
평소 자주 이가 시리며 약한 편이라면 부드러운 미세모를 선택하는 게 좋고 치석이 많거나 흡연자라서 니코틴의 흡착을 줄이려면 미세모보다는 좀 뻣뻣한 모를 가진 칫솔을 사용해 이물질을 제거하면 좋습니다. 치간 칫솔은 이 사이가 벌어져 이물질이 많이 낄 때 사용하면 좋습니다. 모 부분이 마치 굴뚝 청소용처럼 생겨 벌어진 이 사이를 닦기가 쉽습니다.
전동칫솔은 1939년 스위스에서 최초로 발명됐습니다. 당시에는 손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환자나 장애인, 제대로 칫솔질하기 힘든 어린이나 노인을 위해 만들어진 단순 진동방식이었지만 현재는 일반인도 칫솔질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많이 사용합니다. 상, 하 진동과 좌, 우회전을 동시에 하는 ‘다각도 전동칫솔’, 칫솔모가 진동하면서 발생시키는 공기 방울로 세정하는 ‘음파식 전동칫솔’ 외에도 충전식, 배터리식 등 여러 가지 종류가 개발됐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양치질 후에도 입안에 남는 음식 잔류물을 물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제거해 주는 ‘구강 세정기’도 상용화되었습니다. 이는 수압을 이용해 치아와 잇몸 사이 이물질을 제거하는 기구로서 칫솔모가 닿지 못하는 구석구석을 청결하게 해 보조적으로 사용하면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정확한 칫솔질 방법을 모르면서 전동칫솔이나 구강 세정기를 기본적인 구강 청결 도구로 의존하여 사용하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가장 먼저는 올바르고 꼼꼼한 칫솔질 방법을 알고 익히는 것입니다.
치약 없이 칫솔질만으로도 치태는 깨끗해져-칫솔질의 중요성
구강건강을 위해 칫솔질은 매우 중요합니다. ‘치약을 사용하지 않고 칫솔질만 제대로 해도 치석과 치태를 깨끗이 제거하는 데 무리가 없이 구강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칫솔질을 제대로 해야 충치와 치주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어떻게 칫솔질하는 것이 제대로 하는 것인지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칫솔질할 때 빠뜨리는 치아 없이 골고루 닦으려면 각각 본인에게 맞도록 순서를 정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오른쪽 위 어금니 → 위 앞니 → 왼쪽 위 어금니 → 왼쪽 아래 어금니 → 아래 앞니 → 오른쪽 아래 어금니 순으로 닦은 후 같은 순서로 치아 면 안쪽 부위를 닦고, 치아의 씹는 면을 닦으면 기억하기 쉽습니다.
앞니 안쪽은 칫솔을 직각으로 세워 아래위로 쓸어줍니다. 이때 중요한 포인트는, 3분의 1 정도는 앞서 닦은 부위와 겹치게 반복해서 닦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칫솔이 닿지 않는 부위가 없이 깨끗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는 꼭 혀를 닦아 붙어 있는 이물질을 제거해 줌으로써 입냄새의 원인을 제거해 줍니다.
대표적인 칫솔질의 종류
- 회전법(Roll method)
가장 일반적으로 추천해 드리는 방법으로서, 치아와 잇몸이 비교적 건강한 경우에 적용합니다. 회전법의 핵심은 손목 회전을 이용해 아랫니는 아래에서 위 방향으로, 윗니는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칫솔모를 회전시켜서 닦아주는 것입니다.
칫솔을 45도 기울여서 치아와 잇몸이 닿는 부위에 밀착한 뒤 좌, 우로 가볍게 진동시키듯이 흔들어주고 이어서 위·아래로 5~7회 회전시키듯 쓸어내리거나 올리는 방법으로 치아 표면과 치아 사이의 플라크(치태)를 제거합니다. 씹는 면은 칫솔을 치아 씹는 면 위에 두고 왕복해 움직이면서 닦습니다. 손목을 너무 빨리 움직이면 치아 사이에 칫솔모가 도달하지 못하여 잘 닦이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스피드를 유지하는 것에 주의해야 합니다.
- 바스법(Bass method)
치주염이 생기는 주된 원인은 입속 세균이므로 이 세균을 제때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치주염으로 발전하고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잇몸과 치조골을 녹이게 됩니다. 나이가 들어서 치주염을 예방, 개선하려면 잇몸과 치아의 경계에 있는 주머니 모양의 틈을 잘 닦아줄 수 있는 바스법으로 칫솔질하는 것이 좋습니다.
바스법은 칫솔모 끝을 잇몸 틈 사이에 45도 방향으로 밀착시켜 약 10초 동안 앞·뒤 방향으로 가볍게 흔들어준 뒤 옆으로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치아 모든 부위를 골고루 마사지한다는 느낌으로 닦아야 합니다. 이 방법은 미국 뉴올리언스 툴란 대학의 바스 교수가 잇몸병을 예방하기 위해 만든 칫솔법입니다. 이와 잇몸 사이에 낀 플라크가 효과적으로 제거되고 잇몸 마사지 효과까지 있어 대한치주과학회에서도 추천하고 있습니다.
- 폰즈법(Fone’s method)
3~6세 유아는 칫솔질에 대해 명확한 인식이 부족하고 서투르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아이에게 칫솔질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칫솔질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효과적인 칫솔질보다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치아에 직각으로 칫솔모를 대고 넓게 원을 그리듯이 문지르며 치아를 닦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치태 제거 효과가 좋지는 않지만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이를 지긋이 다물고 치아에 원을 그리듯이 빙글빙글 칫솔을 돌려주면서 치아 면을 닦아주고, 바깥쪽을 닦은 후 안쪽은 옆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닦아준 뒤 앞니 쪽은 칫솔을 최대한 세워서 닦습니다. 그 후 입 안쪽 치아도 작은 원을 그리듯이 닦아줍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러한 폰즈법으로 칫솔질하다 영구치가 나오는 시점에 회전법으로 바꿔주는 것을 계획하시면 좋습니다.
지금까지 알아보았듯이 칫솔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또 그 다양한 칫솔로 할 수 있는 칫솔질 방법도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나 아이의 구강 상태, 목적에 따라 칫솔과 칫솔질의 방법을 달리 선택해야 효과적으로 구강질환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어느 한 가지 칫솔이나 방법만을 고집하지 말고 여러 가지의 방법을 잘 이해한 뒤 스스로에게 맞는 칫솔과 방법을 잘 적용해 건강한 구강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