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식품업계 슈퍼 주총데이 시작···‘신사업·책임경영’으로 불황 타개 모색

신사업 추진 위해 사업목적 추가 사내이사 재선임으로 안정 추구 오너가 사내이사 복귀로 책임경영 주주 환원 위해 중간배당 절차 개선

2025-03-25     류빈 기자
LG생활건강은 25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LG광화문빌딩에서 '제24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등 6개 의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LG생활건강

유통·식품업계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일제히 돌입했다. 내수 시장 침체로 장기 불황을 겪는 기업들은 이번 주총에서 ‘사업목적 추가’로 신사업 진출을 알리면서 불황 돌파구로 삼을 전망이다. 이어 사명을 변경하는가 하면 사내이사 재선임을 통해 안정을 택하는 기업들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화갤러리아, 아모레퍼시픽그룹, LG생활건강, CJ제일제당,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이 줄줄이 주총을 개최했다. 26일 주총을 여는 곳은 이마트와 CJ, KT&G, 현대백화점, BGF리테일, 동원F&B, 삼양식품, 오리온, 풀무원 등이다. 27일 대상, 28일 깨끗한나라,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이 주총을 열고, 31일 코웨이 등도 주총을 연다.

이번 주총에선 농심, 깨끗한나라 등 상장 기업이 사업 확대를 위한 차원에서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정관 개정에 나섰다. 

지난 21일 주총을 연 농심은 2018년 사내 벤처 형태로 시작한 스마트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정관 사업목적에 '스마트팜업'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해외에서 스마트팜 사업 기회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최한 스마트팜 수출 활성화 사업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깨끗한나라는 사업목적에 '디자인업', '식품유통 도소매 및 수출입업',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 및 판매업', '펫(애완동물) 건강기능식품 제조 유통 판매업' 등을 추가해 사업다각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업목적을 추가한 것은 아니지만 이날 주총을 개최한 롯데웰푸드는 올해 사업 방향으로 인도 등 글로벌 시장 확대를 강조했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롯데웰푸드의 인도 생산 시설을 방문하기도 했다. 롯데웰푸드의 인도법인 롯데인디아는 2004년 패리스 인수로 설립됐다. 2015년부터는 인도 북부 하리아나에서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도 서북부 지역인 구자라트주에서 또 다른 법인 하브모어를 통해 아이스크림도 생산한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두 법인을 합병해 '원 인디아'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된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는 “지난 2월 준공된 인도 푸네 신공장을 본격 가동해 빙과 볼륨을 확대하고, 하리아나 공장을 통해 빼빼로 브랜드 현지 생산을 준비함으로써 인도 내 롯데 브랜드의 입지를 더욱 확장해 나가겠다. 또 ‘헬스&웰니스’ 브랜드 강화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HQ 총괄대표 부회장도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사명 변경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아모레퍼시픽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주사 역할을 명확히 하기 위해 사명을 '아모레퍼시픽홀딩스'로 바꾸는 정관 변경안을 의결한다. 

신세계의 자회사 신세계센트럴시티는 사명을 '신세계센트럴'로 변경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기존 사명이 강남 반포지역에만 한정된 것처럼 보이는 것을 해소한다는 취지다.

오뚜기는 영문 상호를 변경하는 안건을 올린다.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선 오뚜기는 영문 발음에 대한 혼선을 개선하기 위해 회사명 영문 표기를 기존 'OTTOGI'에서 'OTOKI'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한 바 있다.

기업들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도 잇따랐다. 전반적으로 임기가 끝나는 사내이사를 재선임해 안정적인 경영을 지속하겠다는 복안이다. 

유통업계에선 현대백화점은 정지영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 GS리테일은 지난해 11월 새 수장 자리에 오른 GS오너가 4세인 허서홍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올렸다.

식품업계도 사내이사 재선임에 나선다. 동원F&B는 김성용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 동원F&B는 가정간편식과 건강기능식품 등의 사업 호조로 연매출 4조원을 돌파한 동원F&B는 김 대표의 리더십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오리온은 이승준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며 해외 사업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삼양식품은 김동찬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불닭볶음면의 성공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돌파한 풀무원은 이효율 전 대표 후임으로 이우봉 대표를 맞이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한다. 매일유업은 2023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선희 대표이사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롯데는 지난 2월 6일 인도 푸네시에서 하브모어 신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신공장은 롯데웰푸드가 2017년 하브모어를 인수한 이후 처음 증설한 생산시설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이 신공장 준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롯데

오너가의 사내이사 복귀 안건을 상정하며 책임경영을 강조한 기업도 있다. 전날 주총을 개최한 롯데쇼핑은 5년 만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올렸다. 신 회장은 2020년 3월 롯데쇼핑 사내이사를 사임했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유통 부문이 그룹의 한 축이기에 책임지고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차원"이라고 신 회장의 복귀를 설명했다. 다만 신 회장은 롯데칠성음료 사내이사 직에서는 내려올 예정이다. 

깨끗한나라도 5년 만에 최병민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의결한다. 최 회장은 2019년 대표직을 장녀인 최현수 대표에게 물려준 이듬해인 2020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됐다.

사외이사에도 눈길이 가는 인물이 올랐다. CJ제일제당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전직 농식품부 장관이 식품업체 사외이사가 되는 것은 업계에선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CJ는 26일 주주총회에서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를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CJ프레시웨이는 오는 28일 안일환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이밖에 코웨이는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 제안에 따라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를 의결한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각 주주가 보유한 주식 1주당 선출해야 할 이사의 수만큼의 투표권을 받는 제도다. 특정 후보에게 투표권을 집중해 행사할 수 있어 소수 주주의 이사 선임 권한을 강화하는 장치로 꼽힌다. 코웨이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의결권 대리인을 통상적인 인원보다 많은 20명으로 신청해 원활한 주총 진행과 장내 질서 유지를 위해 주총 과정의 적법성을 검증하는 검사인도 선임했다.

LG생활건강은 이날 주총에서 주주 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중간배당 절차를 개선하는 정관 변경 승인 건을 의결했다. 중간배당 권리주주 확정을 위한 기준일을 현행 ‘7월 1일 0시’에서 ‘이사회 결의’로 변경하고 이사회는 배당 기준일 확정 2주 전에 이를 공고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주주들이 배당 정책을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이사 선임에는 사내이사로 이명석 전무(CFO·최고재무책임자)를 재선임하고, 사외이사로 이상철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와 이승윤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를 각각 신규 선임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