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도구 전락 국민연금 개혁···알고리즘·원재료 공개만이 답"
여권 일각 '세대 갈라치기'로 갈등 조장 민주당식 모수 개혁 합리화도 도마에 충당부채 현황 투명한 공개 요구 커져
국회가 18년 만에 국민연금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신뢰 회복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보험료율은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13%까지 인상되나 소득대체율 역시 함께 오르면서 재정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정치 논리가 아닌 장기적인 재정 안정을 위해 정부가 연금충당 부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속 가능한 구조개혁 설계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매년 0.5%포인트씩 인상돼 2033년 13%가 된다. 반면 소득대체율은 현행 40%에서 43%로 높아진다. 기금의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지만 지급액까지 늘어나 재정 안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여전하다.
또 보완책으로 제시된 출산 크레딧·군 복무 크레딧 확대도 병 주고 약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첫째 자녀부터 1년의 가입 기간을 인정하고 군 복무 인정 기간도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어난다. 크레딧 기간이 늘어나면 연금 지급 증가분은 앞으로 지급해야 할 가입자 보험료 총액과 수급자 연금 총액의 차이인 ‘충당부채’에 그대로 반영된다.
다시 말해 보험료율의 4% 포인트 인상에 따른 재정 안정화 효과는 소득대체율의 상향 조정과 크레딧 제도의 확대로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연금 적자를 채우기 위해 저소득 지역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지원하는 조치도 도입됐다. 실직·휴직 등으로 납부가 어려운 경우 12개월간 보험료의 최대 50%를 정부가 부담한다. 이 역시 정부예산 확대와 연금충당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1212조원에 달하고 연평균 수익률이 15%에 이른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국민의 신뢰는 되레 낮아지고 있다. 김원식 건국대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의 '충당부채'가 단 한 번도 공식 발표된 적이 없다"며 유일한 해법으로 ‘재정추계 알고리즘 및 원자료 전면 공개’를 제안했다. 김 교수는 "단순 요약 보고서나 시뮬레이션 결과만으론 국민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연금 연구에 관심 있는 외곽의 전문가들도 연금 재정에 관한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국민연금 재정뿐 아니라 거시경제 및 자본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지만 정치권은 오히려 두 갈래로 나뉘는 모습이다. 이번 모수개혁을 '세대 도둑질'로 규정하며 재정 투입론에 빌미를 주는 안철수, 이준석, 한동훈, 유승민 등 범여권 정치인과 이번 반쪽짜리 '모수 개혁'을 합리화하는 야권 인사들 간의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경제학계 한 원로는 여성경제신문에 "지금 필요한 건 더 많은 갈라치기나 합리화가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현실을 대비하는 것"이라며 "누가 더 내고, 얼마나 받느냐의 문제로 따질 때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집중할 때"라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