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경북·울산 ‘재난 사태’ 선포···4명 사망·수백명 대피

전국 산불 30건, 경보 '심각' 산청서 진화대원 4명 사망 의성·울산 포함 대피령 확대

2025-03-23     김현우 기자
산청 시천면 산불 발생 /산림청

22일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르면서 산림청은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행정안전부는 경남·경북·울산에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4명, 이재민은 260여명으로 집계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산불은 총 30건 발생했다. 이 중 일부는 강풍과 건조한 날씨로 인해 장기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산불 대응 3단계’까지 발령되며 범정부 차원의 진화 작업이 이어졌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는 이틀째 이어진 산불로 진화 작업에 투입됐던 창녕군 소속 진화대원 4명이 숨졌다. 강풍에 고립돼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진화에 나섰던 대원 중 5명이 부상을 입었고 이 중 4명은 중상이다.

산불은 진화율이 한때 75%까지 올랐으나 산 정상 부근 초속 10m 이상 강풍으로 인해 30%대로 급락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피해 면적은 652헥타르(ha), 화선 길이는 21.7km에 이른다.

산청 지역에서는 전날 7개 마을에 이어 이날도 8개 마을에 추가 대피령이 내려지며 총 263명이 안전지대로 이동했다. 주택 7채가 불에 탔다. 장비 120대와 진화 인력 1300여명이 투입됐지만 진화 헬기의 야간 비행이 불가능해 상황은 여전히 엄중하다.

같은 날 오전 11시 24분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당국은 성묘객의 부주의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는 초속 5.6m의 강풍을 타고 의성읍까지 번지며 대응 3단계가 발령됐다. 투입된 인력은 1355명, 장비는 124대에 이른다. 주민 484명과 요양병원 환자 150명이 긴급 대피했고 비지정 문화재 ‘운람사’가 전소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산불 연기와 강풍 탓에 고속도로 청주영덕선 일부 구간과 중앙선 철도 안동~경주 구간은 안전을 위해 일시적으로 전면 차단됐다. KTX와 일반 열차 7편의 운행이 중단됐고 승객들은 대체 버스를 통해 이동했다.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서도 정오 무렵 산불이 발생해 인근 46가구 80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부산울산고속도로 일부 구간은 연기 확산으로 인해 일시 통제됐다. 현재 진화율은 70% 수준이며 피해 면적은 약 35헥타르다.

이번 산불 확산에는 기상 조건이 큰 영향을 미쳤다. 기상청은 현재 ‘남고북저’의 기압 배치로 인해 서풍이 불며 동해안과 영남 내륙에 강한 ‘푄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지대에서 내려온 따뜻하고 건조한 바람이 산 아래 지역을 덮으며 산불이 급속히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작은 불씨도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