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케어 요양보호사 대안 돌봄 로봇?···"인력 유입부터 고민해야"

에이지테크 중점 육성 분야 '돌봄 로봇' 요양기관 도입률 3.9%···비용·조작 부담 저출산위 "장기요양보험 급여 지원 강화" 현장선 "실효성 의문···젊은 인력 절실"

2025-03-22     김정수 기자
정부가 돌봄 로봇 보급 확대에 주력하는 가운데 장기요양 현장에서 초고령 대비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돌봄 종사자 처우개선을 통한 젊은 인력 유입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한 요양시설 모습이다. /김정수 기자

정부가 돌봄 로봇 보급 확대에 주력하는 가운데 장기요양 현장에서 초고령 대비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돌봄 종사자 처우개선을 통한 젊은 인력 유입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고령화로 인한 돌봄 수요 급증에 대응해 돌봄 인력 부족을 보완할 수단으로 로봇 기술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장기요양 현장에선 종사자 고령화로 인한 기기 조작 어려움 등으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국내 고령 인구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9.1%) 수준이지만 현재의 추세가 이어지면 2045년에는 일본을 추월해 고령 인구 비중 세계 1위(37.3%)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50년에는 고령 인구가 전체의 40%를 넘고 2072년에는 47.7%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의료·돌봄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보이지만 전통적 대응 방식에는 한계가 분명하므로 로봇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돌봄 로봇은 최근 정부가 초고령화에 대응하고자 고령자 대상 첨단기술(에이지테크·Age-Tech) 투자를 늘리겠다며 발표한 5대 중점 육성 분야 중 하나다. 정부는 향후 에이지테크와 연관된 주요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늘리고 고령 친화 제품·서비스를 고도화하는 프로젝트에 약 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장기요양 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건강보험연구원이 장기요양기관 시설장 4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7%가 돌봄 로봇을 들어본 적 있다고 답했으나 실제 도입률은 3.9%에 불과했다. 도입하지 않은 이유로는 비용 부담(86.4%), 조작의 어려움(34.3%), 사람 손에 의한 돌봄 선호(33.6%) 등이 꼽혔다. 돌봄 로봇을 들인 기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로봇 유형은 실내 이동지원 로봇, 배설 보조 로봇이다.

주형환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지난 14일 “돌봄 로봇 등의 보급을 위한 장기요양보험 급여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로봇들이 요양시설·병원·고령자 주거단지 등에 보급되도록 복지 용구 예비 급여 품목을 확대하고 본급여 한도 초과 시 자부담 제도를 도입한다고 했다.

현재 복지 용구 구입을 위한 장기요양보험 본 급여의 연 한도액은 160만원으로 기존에는 이 금액 이하로만 지원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160만원이 넘는 금액은 수급자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돌봄 로봇 등을 신청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돌봄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급여 지원 강화를 말했지만 장기요양 현장에서는 기술 도입과 인력 지원이 병행되지 않으면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돌봄 로봇이 미래 돌봄 체계의 한 축이 되기 위해서는 이를 작동시킬 수 있는 사람과 환경이 먼저 준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20년 이상 돌봄 현장에 종사하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의 한 요양시설 원장 안모 씨(여·62)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돌봄 기술이 발전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현재 요양보호사의 평균 연령을 봤을 때 복잡한 기계를 다루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씨는 “예를 들어 장기요양시설에서 (이동지원 돌봄 로봇의 일종인) 이동 리프트를 도입하면 평가 점수를 받을 수 있어 많은 시설이 이를 구매하고 있다. 하지만 치매 어르신들이 리프트를 이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치매로 인해 어지럼증을 겪는 경우가 많아 리프트에 매달린 상태에서 심한 불안감을 느끼거나 거부 반응을 보인다. 이럴 경우 두 명 이상의 요양보호사가 붙잡고 사용해야 한다. 이는 인력 부담을 늘린다”고 설명했다.

제일 큰 우려는 요양보호사의 연령대다. 국내 요양보호사의 평균 연령은 2023년 기준 67세이며 70대 요양보호사 비율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안씨는 “일본의 경우 젊은 케어복지사가 많아 리프트와 같은 기계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지만 한국은 연령대가 높아 기계 조작이 쉽지 않다. 기계를 도입해도 활용할 인력이 적어 결국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결국 요양시설의 가장 큰 과제는 ‘젊은 인력 부족’이라는 것이다. 안씨는 “우리 시설에서는 요양보호사들의 근골격계 부담을 줄이고 휠체어를 타는 와상 환자나 사지 마비 상태의 어르신들도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도 리프트 등 이동지원 로봇 사용을 고려했지만 결국 실행하지 못했다. 사용할 수 있는 직원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라며 “요양보호사 나이가 55년생, 59년생, 61년생 등으로 모두 고령층이다. 이분들이 그 기계를 어떻게 다루겠나”고 했다.

이어 “요양보호사 연령이 너무 높아져 무엇을 도입하든 실제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 그것이 현장의 현실이다. 젊은 인력이 일할 수 있도록 적정 급여와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