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로드] ④ 인도네시아는 지금 금융 혁신기···우리銀 ‘순항’ 국민銀 ‘재정비’
현지 법인 우리소다라은행·KB뱅크 규제 준수·내부통제 강화 공통 과제 인도네시아, 디지털 금융 혁신 가속
인도네시아가 금융시장 개방과 디지털 금융 혁신을 가속하며 외국 금융기관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신정부 출범 이후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이 추진되는 가운데 한국 금융권도 현지화 전략을 통해 시장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대표적이다. 우리은행은 환 헤지 상품을 출시하며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고 국민은행은 자본 확충과 전산시스템 개편을 통해 정상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2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인도네시아 경제는 신정부 출범과 함께 민간 투자 활성화와 금융시장 개방을 추진하며 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2025 인도네시아 진출전략’ 보고서에서는 서비스 부문 수출 유망 품목 중 하나로 금융업을 꼽았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에서 가장 큰 전자상거래 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비대면 금융 서비스와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성장으로 기술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며 금융 서비스 다각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법인 ‘우리소다라은행’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59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2023년에는 인도네시아 금융전문지 '인포뱅크(Infobank)' 매거진이 실시한 은행평가에서 28년 연속 최우수 은행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1월 우리소다라은행은 환 헤지 상품 판매를 개시하며 현지 금융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이번 환 헤지 상품 출시를 시작으로 향후 금리스와프·통화스와프 등 파생상품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고객 시장리스크 헤지 수요에 대응하고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해 파생상품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는 설명이다.
파생상품 시스템 오픈으로 우리소다라은행을 거래하는 국내 기업 해외법인과 현지 기업은 FX SWAP, 선물환 등 시장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한 환 헤지 파생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국내 파생상품 시장에서 쌓아온 폭넓은 업무 경험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에서도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법인 KB뱅크 인도네시아(구 부코핀은행)의 정상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부코핀은행의 적자는 △2020년 434억원 △2021년 2725억원 △2022년 8020억원 △2023년 2612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순손실 규모는 1861억1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637억7300만원에서 확대됐다.
정상화 작업에는 한국 금융당국도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금융감독청 청장과 최고위급 면담을 실시했다. 당시 KB국민은행 담당 금감원 실무자가 부코핀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감독 현황을 인니 금융감독청 임원진 앞에서 직접 발표하며 당국 간 협력을 강화했다.
지난해 KB뱅크는 3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또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Fitch)로부터 인도네시아 정부와 동일한 신용등급(BBB, 안정적)을 부여받으며 정상화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모습이다.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통한 금융 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4년간 1000억원을 투자한 차세대 뱅킹시스템(NGBS)을 올해 2분기 KB뱅킹에 적용하고 모바일뱅킹·인터넷뱅킹과 오프라인 지점을 포함한 다양한 영업 채널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할 예정이다.
다만 우리·국민은행 모두 현지 규제 준수 및 내부통제 강화 과제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지난해 KB뱅크는 보고서 오류 및 제출 지연, 재무제표 오류 등 이유로 인도네시아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국으로부터 10건 이상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우리소다라은행도 2022년 1~3월 중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으로부터 정기 보고서 오류, 자본금 증자와 관련한 보고 지연 등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해외 법인의 경우 한국보다 규제 기준이 까다로워 사소한 행정 실수에도 제재를 받는 일이 많다고 짚었다. 특히 아시아 일부 국가는 금융 규제가 명확하지 않고 당국의 요구 사항도 변동성이 잦은 경우가 있어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해외 법인의 경우 각국 규제 체계와 감독 기조가 상이하기 때문에 현지 법률 자문과 내부통제를 통해 리스크를 점검하고 있다”며 “특히 규제 변화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주요 국가별 감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고 반복적인 위반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점검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재 사유가 경미하고 과태료 규모가 크지 않다고 해도 반복적인 규제 위반은 금융사의 신뢰도와 평판 리스크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금융당국이 외국계 은행의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가운데 규제 환경 변화 역시 예측하기 어려워 금융사의 대응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