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희귀의약품 최다 지정···신약 개발 박차는 국내 제약사
한미, 국내외 22건 지정···희귀질환 치료제 공략 대웅 '베르시포로신' 美·EU서 희귀의약품 인정
국내 제약사가 희귀의약품 지정 제도를 활용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이 신약 연구개발(R&D) 투자 결과 해외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잇달아 지정됐다. 한미약품은 총 22건이 지정돼 국내 제약업계 최다 기록을 세웠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희귀질환은 미충족 수요가 높고 의약품 개발 과정도 까다로워 난항을 겪는 경우가 흔하지만 국내 제약사가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이 미국과 유럽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며 성과를 내고 있다.
희귀의약품은 대체 약물이 없고 치료 대상이 적어 긴급 도입이 요구되는 약물을 의미한다. 임상 과정에 있어 환자 모집과 까다로운 규제 등으로 개발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고 투자 유치도 어려워 제약사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일정 기간 독점권 보장과 세금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희귀의약품 지정 기업에 △FDA 심사 비용 면제 △연구개발 세금 공제 △허가 후 7년간 시장 독점권 △신속 심사 등의 지원을 제공한다. 유럽의약품청(EMA)은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임상시험 지원 △허가 수수료 감면 △허가 후 10년간 독점권 보장 등 혜택을 준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한미약품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현재 개발 중인 후보물질 중 총 22건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며 "FDA로부터 10건, 유럽 EMA로부터 8건,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4건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국내 제약업계 최다 기록이다. 한미약품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 선천성 고인슐린증, 파브리병 후보물질을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희귀의약품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중 파브리병 후보물질 'LA-GLA'는 GC녹십자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데 세계 최초의 월 1회 피하주사 방식이다. 기존 1세대 치료제의 2주 간격 정맥주사 투여방식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LA-GLA가 신장 기능과 혈관질환, 말초 신경 장애 개선 등에 효과를 발휘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임상 1/2상 단계에 진입했다.
대웅제약의 경우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을 개발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이 후보물질은 PRS(Prolyl-tRNA Synthetase)를 저해하는 항섬유화제로, 골라겐 생성을 억제해 섬유증을 완화하는 기전을 갖췄다. PRS는 단백질 생성에 필요한 효소로,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콜라겐도 과하게 생성돼 조직이 굳어지는 섬유화가 진행된다.
베르시포로신은 2019년 FDA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으며 2022년에는 신속 심사제도(패스트트랙) 대상에도 포함돼 현재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월에는 EMA에서도 희귀의약품으로 인정받았다.
다만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더라도 최종 개발까지 도달하는 사례는 아직 드물다. FDA에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의약품 중 6분의 1 가량 만이 품목 허가나 조건부 허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GC녹십자의 중증형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헌터라제ICV가 FDA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후 일본과 러시아에서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희귀의약품 분야 신약개발은 인류 건강을 위해 존재하는 제약기업의 사명과 같은 일"이라며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혁신신약 개발을 통해 희귀질환 환자들의 삶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