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로 SMR-核 잠수함 추진 등은 美 민감국가 지정에도 영향 없을 듯 

기술력 기확보된 경수로 SMR 영향 미미 한수원 추진 중인 i-SMR 개발 제약 없어  20% 미만 저농축 핵잠수함 도입은 순항 

2025-03-18     유준상 기자
미국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미시시피함’(7800t급). 버지니아급 잠수함은 원자로와 추진기관 소음 문제를 개선해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잠수함’으로 불린다. 사거리가 2000㎞를 넘는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관 12기를 갖췄고 특수부대원 상륙 및 철수작전도 지원한다. /산업통상자원부

미국 정부가 지난 1월 한국을 ‘민감국가’ 분류 목록에 올린 사실이 공식 확인되면서 원자력 분야에서 미국과의 기술 협력에 빨간불이 켜진 모양새다. 다만 냉각수로 물을 사용하는 3.5세대 경수로형 SMR(소형모듈원전)과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 개발 협력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한 고위 외교 소식통은 18일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함에 따라 4세대 원전 개발과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등은 기술 협력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아 미국과 협력하는데 제약이 생길 것은 확실하다”며 “그 외 기존 3세대 대형 원전 수출, 3.5세대 SMR과 이를 엔진으로 활용한 (농축도 20% 이하) 저농축 핵잠수함 개발 등은 타격이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이 개발 중인 경수로 3.5세대 원자로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에는 제약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3세대 원자로는 가압경수로 방식이 적용된 현재 대형 원전이며 이 대형 원전을 모듈화, 축소화(1/00까지)하여 안전성을 높인 게 3.5세대 SMR이다. 이미 확보된 기술력이 적용된 원자로를 모듈화, 축소화만 진행하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미국 의존도가 낮고 한국의 독자 개발이 가능하다. 실제로 한국은 SMART 원자로를 통해 3.5세대 SMR의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를 인가받은 국가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이 개발 중인 혁신형 SMR(i-SMR)은 대형 원전 대비 1/10 수준의 발전 용량(모듈당 170MW)에 안전성과 운전 유연성을 향상한 한국형 SMR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2020년 원자력진흥위원회 심의, 2022년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개시한 i-SMR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2028년 완료를 목표로 표준설계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그간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원자력 잠수함 도입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예상하나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냉각수로 물을 사용하는 3.5세대 SMR을 엔진으로 활용하는 원자력 잠수함 개발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임기(2017~2021년) 당시 한국의 핵 추진 선박 도입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한국은 원자로 설계·건조 기술을 포함해 핵 추진 선박을 개발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한미 원자력협정이 군사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을 금지하고 있어 외교적 역량 발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미 원자력협정 제6조(핵연료주기 관련 행위 금지)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의 동의 없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없다. 이는 핵확산 방지 원칙을 준수하기 위한 조치지만 핵 추진 선박을 운용하기 위해선 고농축 우라늄(HEU) 또는 저농축 우라늄(LEU)이 연료로 사용돼야 한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연료가 핵이라는 의미이지 핵무기를 탑재하는 ‘핵잠수함’과는 구별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에 따르면 원칙상 농축도 20% 미만의 우라늄을 원자력 추진 잠수함 추진체계에 사용할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저촉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호주의 ‘핵 추진 잠수함 모델’이 한국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호주는 미국·영국과의 AUKUS 협정을 통해 고농축 우라늄(HEU) 대신 저농축 우라늄(LEU)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철저한 안전조치를 적용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핵확산 금지 원칙을 준수하는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한 원전 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섣부른 핵무장론에 휩쓸리지 않고 호주와 유사한 전략을 채택할 경우 핵확산 우려를 낮추면서도 한미 간 원자력 협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미국과의 조선산업 협력을 고려하면 핵 추진 선박 개발이 새로운 협력 의제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