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혼란한 정국 속에 공당이 해야 할 의무는?

[신율의 정치In] 與 개헌 약속을 구체화 입장 변화 논리적 설명 진영 분노 가라앉혀야

2025-03-18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왼쪽)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도보 행진에 참가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출발해 광화문 농성장으로 향하고 있다. (오른쪽)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기각 촉구 릴레이 1인 시위 관련 입장을 밝히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등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한 각종 설(說)이 난무하지만, 구체적인 것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지만, 정치권은 모든 경우를 예상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먼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먼저 탄핵이 기각됐을 경우를 상정하면 대통령은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그런데 업무에 복귀한다고 모든 상황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계엄을 선포했던 대통령이라는 인식이 국민 뇌리에 깊게 자리 잡은 상황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생기기는 매우 어렵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은 제대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게 된다. 모든 직무 수행의 근본은 신뢰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은 대통령을 매우 불안하게 바라볼 확률이 높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대통령’이라고 국민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의 타개책으로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질서 있는 퇴진’을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개헌을 약속하고 개헌만 되면 대통령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질서 있는 퇴진’일 수 있는데 문제는 이런 식의 생각은 개인의 선의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즉 그런 ‘약속’이 지켜지도록 강요할 수 있는 어떤 제도적 장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렇게 될 경우 정치적 혼란은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어떻게 약속을 반드시 지킬지, 만일 약속을 못 지키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만일 국민의힘이 계엄을 ‘계몽’을 위해서 한 것이라는 논리를 계속 주장한다면 국민들은 더 불안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우의 수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각하됐을 때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은 탄핵을 재발의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국이 더욱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또 다른 탄핵 발의를 둘러싼 양 측의 대립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인가를 미리부터 생각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도 무조건 탄핵은 안 된다고 외치기보다는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생각해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제도적으로 약속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됐을 때다. 이럴 경우 국민의힘은 논리적 모순에 봉착할 수 있다. 

즉 자신들은 여태 탄핵 반대를 외쳤는데 이런 입장이었다면 탄핵 인용의 결과물인 조기 대선을 인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탄핵 인용 직후부터 조기 대선을 준비한다면 자신들의 입장 변화를 논리적으로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냥 조기 대선 모드에 돌입한다면 국민들은 국민의힘을 ‘명분’보다는 ‘상황 논리’에 충실한 정치집단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조기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할 가능성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탄핵 선고가 어떻게 나든 상당한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전력을 다해 이런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이유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13일 공개된 NBS 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3월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내 생각과 달라도 수용하겠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54%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42%였다. 

즉 응답자의 40% 이상이 헌재 심판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것인데 이는 탄핵 선고 이후 심각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양당은 진영 논리에 편승해 자기 진영을 더욱 흥분시키면 안 된다. 오히려 자기 진영의 분노와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자신들이 공당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의무라고 할 수 있다. 공당으로서의 양당의 모습을 보고 싶은 이유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