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 이유, 또 생겼다"···'새로운 재분배' 톤틴 보험 시동
금융위, 내년 초 톤틴형 연금보험 출시 예정 사망 시 지급액 줄고 더 살면 더 받는 구조 '장수 리스크' 노인 빈곤 개선할 수 있지만 "강한 유인책은 '비윤리적' 비판 직면할 것"
금융위원회가 보험산업 미래 대비 방안으로 제시한 톤틴형 연금보험 상품에 관심이 쏠린다. 오래 살수록 더 많은 연금액을 받는다는 점에서 톤틴형 상품은 합리적인 재분배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윤리적 측면에서 소비자가 불만을 가지지 않게끔 적절한 상품 설계가 요구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금융위원회는 보험산업 미래 대비 방안 중 연금보험 활성화 전략의 일환으로 톤틴·저해지 연금보험을 이르면 내년 초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톤틴 보험은 17세기 이탈리아 출신 은행가 로렌초 톤티가 고안한 금융 방식으로 참가자들이 일정 금액을 공동 기금으로 납부한 뒤 가입자가 사망할 때마다 남은 가입자에게는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금융위는 '한국형 톤틴'으로 연금 개시 전 사망 시 현행 상품보다 지급액을 적게 하는 대신 소비자 수용성 등을 감안해 적립액의 70%를 지급하도록 설계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식이 종신연금 중도해지 환급금을 일반상품보다 적게 지급하는 저해지 유도 방안과 결합할 경우 최대 연금액 38%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톤틴형 연금보험의 활성화는 새로운 부의 재분배 전략이 될 수 있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경제신문에 "장수하는 것을 단지 '오래 살아서 좋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빈곤해진 상황에서 오래 생존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할 때 톤틴형 상품은 수명에 따른 부의 재분배 효과를 분명히 가져온다"며 "한국형 톤틴은 이 방식을 현대적·합리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노인 빈곤 문제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톤틴형 상품이 출시되면 상대적으로 중산층 이상에서 가입이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통상 소득이 높은 계층이 오래 살고 건강 수명 또한 늘어나기 때문에 이들이 먼저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일본 등 다른 국가에 비해 톤틴 방식 보험 도입이 늦어진 편이다. 이는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많은 가입자가 빨리 사망하면 생존한 가입자에게 유리하다는 내용이 강조된 비윤리적인 면이 부각된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톤틴형 상품은 섬세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출시 초기에 일찍 사망한 가입자 지급 비율을 크게 줄이고 장수한 가입자의 연금액 확대율을 크게 늘리면 유인 효과는 뚜렷하겠지만 도덕적으로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톤틴·저해지 방식이 도입되면 한국의 연금보험 시장은 활성화할 전망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적연금 적립액 비율은 28.5%로 미국(134.4%)이나 영국(104.5%)에 비해 크게 낮다.
한편 금융위는 고령화 대응 차원에서 보험사의 요양 및 시니어 산업으로 진출도 지원할 방침이다. 당국은 미래 전략 발표를 통해 보험사의 자회사가 요양시설 운영, 시니어 푸드 제조·유통,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 등을 영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보험사의 실버타운 및 장기 임대주택 운영도 허용해 고령층을 위한 종합적인 복지 시스템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