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권 칼럼] 스승이 있는 자와 없는 자
[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 큰 권력 쥘수록 스승 필요하지만 재계서 스승 중요성 체감 어려워 지혜와 안목 지닌 스승 '금상첨화'
기업 CEO나 오너들은 큰돈을 벌고자 한다. 대표나 회장 개인의 능력과 재주가 탁월해 큰돈을 벌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돈 버는 재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을 잘 알 수는 없다. 또한 누구나 경영 중에 어려운 고비를 맞는다. 예기치 않았던 장애물이 발생하면 당황하게 된다. 그런 위기 상황에서 조언해 줄 스승이 있는 기업 오너, 대표와 그렇지 못한 사람은 차이가 있다. 큰돈을 다루는 사람일수록, 큰 권력을 쥔 사람일수록 스승이 절실하다.
돈 많은 회장은 사회적 지위가 있다 보니 직원들은 당연하고 많은 이들이 어려워하는 존재다. 사람들이 회장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따라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오너, 회장, 대표의 지시가 일방통행처럼 내려간다. 그러다 보니 정작 오너 자신이 어려워하는 상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자신의 지시가 타당한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기회가 사라진 꼴이라 리스크가 늘 상존한다.
이런 상황에 스승이 있다면 조언이나 충고를 들을 수 있다. 한마디 조언이 정곡을 찌르고 세포 곳곳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마치 한의사가 혈자리를 정확히 찾아 침을 꽂으면 환부가 시원해지고 아팠던 곳이 금방 회복되는 이치와 같다. 그 스승이 어려운 시기에 처한 자신을 구해줄 수도 있고, 죽음의 위기나 기업의 부도 상황에서 회생 방법과 길을 알려줄 수 있다.
이런 스승은 당사자가 찾아내야 한다. 또한 스스로 알아보고 부탁해야 한다. 스승이 먼저 다가가서 '내가 당신의 스승이 되겠다'고 말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눈 밝고 큰 지혜를 지닌 스승일수록 더더욱 그런 언행을 하지 않는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일반적인 현상이다.
교사나 교수에게는 존경하는 스승이 많은 편이다. 반면 기업인들은 믿고 의지하는 스승이 드물다. 왜일까? 초·중·고·대학을 비롯한 교육계에서의 업무는 반복적이고 변수가 적다. 교육계는 이론을 중하게 여기는 경향이 강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획이 중요하다. 또한 교수가 대학을 옮기거나 좋은 보직을 맡을 때도 스승의 도움이 현실적으로 크게 작용한다. 그러다 보니 스승으로 삼을 대상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그런데 돈 버는 분야, 재계는 이론대로 되지 않는다. 변수가 너무 많다. 경제학과 경영학 이론에 능통하다고 해서 돈을 쉽게 벌고 경영 실적이 좋은 건 아니다. 때로는 잘 짜인 이론보다 무식한 도전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 돈 버는 데는 자신의 능력도 필수지만 동물적인 감각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앞서갔던 선배들보다 능력을 더 잘 발휘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실제로 부자 되는 것은 나이와 관계없다. 경제 이론이나 시장 상황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 결국 큰 부자가 된 경우도 흔하다. 그러다 보니 스승의 중요성을 체감하기 어렵다.
작은 성공, 작은 재물을 얻을 때는 스승이 크게 필요치 않다. 그러나 불꽃처럼 크게 타오른 재물은 한순간에 한 줌의 재로 사그라들 수 있다. 시름시름 앓다가 쓰러지는 대기업은 드물다. 큰 기업일수록 갑자기 찾아온 부도의 위기를 넘지 못하고 침몰하는 법이다. 그렇기에 기업인들에게는 더욱더 이론과 수치로 헤아리지 못하는 영역,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을 읽어내는 스승이 요구된다.
갑자기 찾아온 위기일수록 사람이 해답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엉뚱하게 시스템을 재정비하거나 인력구조에서 해법을 모색하는 기업이 많다. 이것은 하수의 행동이지 고수의 선택이 아니다. 설령 스승이 있더라도 조언을 따르지 않는 자도 비슷하다. 엉뚱한 곳에서 답을 찾다가 추락하고 만다.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일수록 정확히 맥을 짚어내는 인물을 앞세워야 극적 회생을 기대할 수 있다. 옛날 시골에서 소를 기를 때 여물을 먹이고 청소도 해주며 정성으로 키우는 이유는 딱 한 번 목돈이 필요할 때 쓰기 위함이다. 스승도 중요할 때 딱 한번 지혜를 빌리는 것이지 삼시세끼 수없이 들었다 놨다 하는 젓가락처럼 활용하면 안 된다.
눈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영역, 수치로 계산되지 않는 어떤 공간을 짚어내는 지혜나 안목(眼目)을 지닌 인물을 가까이한다면 금상첨화다. 단지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과는 구분해야 한다.
인품이 선비처럼 점잖고, 말을 잘 경청해 주고, 좋은 덕담도 해주는 사람을 훌륭한 스승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흔하다. 자신을 챙겨주고 인격적으로 잘 대해주는 인물을 스승으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쓴소리와 육두문자를 날리더라도 안목을 지닌 스승을 구할 것인지는 본인이 선택해야 한다.
차원이 높은 스승일수록 말수가 적다. 여기저기 나서지 않는다. 잘 드러나지 않는 뒤에서 움직이고자 한다. 조언도 가려서 한다. 아무 때나 나서는 스승은 진정한 스승이 아니다. 목마를 때 물을 건네는 자가 진정한 스승이지 갈증도 나지 않는데 달콤한 꿀물을 먹이는 자는 스승이라 칭하기 어렵다. 단지 진정한 스승은 인연을 정확히 알아보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조건을 맞추기 어렵고 찾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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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권 글로벌사이버대 특임교수
어렸을 때부터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명상과 기(氣) 수련에 매진했다. 대구한의대학교 풍수지리학 석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 박사를 취득했고, 교육학 박사를 수료했다. 중앙일보에 2년간 <백재권의 관상·풍수>를 연재했고,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백재권의 관상과 지혜>를 92회 연재했다. 2018년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신문사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요청으로 김정은의 관상에 대해 인터뷰했다. KBS, SBS, 채널A, MBN, 동아일보, 한국일보, 연합뉴스 등 다수 언론과 신문에 관상·풍수 전문가로서 출연 및 기고했다. 저서로는 <동물관상으로 사람의 운명을 본다>가 있다.